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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건국절

윤석열 시대 뉴뉴라이트의 전략

2024년 8월 17일 by 이상한 모자

KBS는 나비부인을 왜 틀었을까? 욕처먹고 싶어서? ‘꼭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랑 기모노 나오는 걸 틀어야짘ㅋㅋㅋ’ 이런 마음을 먹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려면 더 고약한 걸 틀었어야 한다. 나비부인은 오리엔탈리즘이다. 나는 KBS가 ‘튼 것’보다 ‘틀지 않은 것’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쪽이다.

방송을 트는 놈이라면 무슨 날에 뭘 틀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데일리로 돌아가는 방송이라는 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광복절날 뭘 틀 것인지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생각을 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광복절날 공연을 튼다고 하면 뭘 틀어야 되나? 독립운동 나오고 민족대표 33인 막 비분강개 이런 거 나오고… 이런 걸로 가야지 무조건. 뮤지컬 안중근… 이런 것도 있잖아? 보통 이런 식으로 가야 되거든. 제 생각에는 이런 게 이번에는 다 하면 틀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 하는 것임. 네거티브 리스트 아니었냐는 거지.

지난 번에 세월호 참사 관련 방송도 총선 이후에 한다는데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네 어쩌네 하면서 못 틀게 해버렸잖아. 최근에 기자가 노트북에다가 노란 리본 스티커 붙이고 나왔다고 모자이크 처리 해버렸잖아. 이런 녀석들이라고 하면, 그냥 일반적인 광복절 콘텐츠 같은 것도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인데 꼭 반일 분위기 조성해야 되겠어?” 이럴 수 있다고. 특히 윗선의 지침이 있다면? 윗선이 “광복절날은 나비부인 틀어주세요” 이렇게 디테일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 아냐. 가령 지난 번에 배구 중계 유튜브에다가 올려 놓은 것을 생각해보자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부장님이 ‘일본팀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 티가 나지 않나? 적어도 ‘반일은 안됨’이란 지침이 있고, 이게 현장에서 이것도 문제 되고 저것도 문제 되고 이것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이런 방식으로 적용됐다고 하면 이런 꼴이 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

이 얘기를 왜 하느냐. 그런 KBS가 이상하게 광복절날 고하 송진우 선생 다큐멘타리는 틀어버린 것임. 나비부인 틀다가 송진우 다큐는 왜 틉니까? 거기서 끝났으면 몰라. 광복절 다음날 16일에, KBS에 사사건건이라고 낮에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나도 옛날에는 종종 갔는데, 여기서 또 송진우 선생 얘기를 해. 근데 나와서 송진우 얘기하는 분이 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 진행자가 역시나 김구가 암살 배후인가요 막 묻는다. 아래의 내용.

◎송영석 : 지금 말씀하신 그 논쟁이 이제 뜨거운 그 상황에서 반탁론자들에게 이제 송진우 선생이 암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 앞서 이종찬 회장이 한 얘기 중에 김구 선생을 고하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대목이 나와요. 이런 얘기를 왜 한 걸까요?

▼김명구 : 그 이 경교장에서 그 논란이 있었는데 굉장한 논쟁이 있었죠. 그랬을 때 김구를 비롯한 임종의 요인들이 고하 송진우를 당신은 그 찬탁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해서 그렇게 주장을 해요. 그러고 나서 그 다음 날 그리고 나서 돌아갔는데 그다음 날 새벽에 암살 당했거든요. 그 암살 당했을 때 그 이게 김구 쪽에서 죽인 거다 뭐 이런 소문이 퍼졌어요. 시카고 대학에 있는 그 뭐 하여간 뭐 그런 제가 여기까지 브루스 커밍스. 브루스 커밍스도 그렇게 얘기를 했고 그랬는데 그 역사가들은요. 알려진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그렇다라고 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송영석 : 이종찬 회장의 일단 주장이니까요. 일단 현재로서는.

▼김명구 : 그는 그거는 이종찬 회장이 그러한 소문들이 있어 과거에 있었는데 그래서 그 기자들이 김구 주석에게 물어보죠. 그 김구 주석에게 왜 죽였냐라고 하니까 내가 정치자금을 송진우로부터 받는데 왜 내가 죽이겠냐라고 해서 그래서 죽이지 않았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확실히 하지 않은 걸 가지고 자꾸 이러쿵저러쿵 세간의 그런 것들을 이종찬 회장이 끌어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6954

저 교수님 같은 경우엔 아마 독실한 기독교인 같고 문재인 때는 ‘기독교에서 정교분리가 꼭 원칙은 아니다, 나라를 구할 때는 나서야 한다’란 취지로 주장한 바도 있는데, 하여간 KBS만 이러는 게 아니고 중앙일보도 ‘암살 배후는 김구’ 냄새를 풍기며… ‘송진우(+이승만)는 자유민주주의, 나머지는 반지성주의…’ 이런 뉘앙스의 연재를 하더란 말이다.

경교장의 모임에는 송진우도 참석했다. 누구도 반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직 송진우만이 이렇게 말했다.

“원론적으로 탁치를 반대하지만, 아직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문을 읽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흥분된 방법으로 회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미국과 군정을 적으로 몰 수 있으므로 좀 더 냉정하게 사태를 논의합시다.”

그러나 그의 그런 의견은 분노의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에서 아무런 호소력이 없었다. 이튿날이 되자 서울의 정가에서는 송진우가 탁치에 찬성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치적 노선으로 볼 때 온건 중도 노선의 지도자들에게는 설 땅이 없고 오히려 광야에 홀로 선 사람처럼 외롭게 소신을 지탱하던 그는 끝내 탁치 발표 사흘 만인 12월 30일에 사살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난마와 같은 해방정국에서 “신탁통치 문제를 가슴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냉정과 이성으로 지혜롭게 고민하자”고 주장하던 송진우나 장덕수나 여운형은 좌우의 십자포화로 말미암아 희생됐다. 그 시대의 정서는 이성이나 우국적 고민보다는 성급하고 충동적이었으며 광기와 무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땅에 중도 온건파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 그 뒤의 비극, 곧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어느 시대의 역사를 보더라도 온건 중도파가 박해받는 사회의 말로는 비극적이었다. 그를 죽인 자객들의 논리에 따르면 “반탁의 반대는 찬탁”이라는 것이라지만, 그 논리는 맞지 않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1176

물론 송진우든 누구든 친일 이력이 분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자는 것 자체를 한국 사회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냥 재조명 하면 토달 사람 없다. 그렇다는 사실이 보수정치의 새로운 마일드한 전략이 되고 있다. 역사전쟁에서 중도를 점하고 자기네 편의 극단은 감추며 상대를 극단으로 모는 것임. 이게 왕년에 ‘반대의 정치’의 맥락에서 뉴라이트 논리를 학습한 사람들이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이유이며, 김진태 씨가 다른 건 다 얘기했어도 “건국절 얘기는 안 했다”라고 하는 이유다. 그 맥락이 보이는 또 하나의 단서가 오늘 조선일보의 아래 칼럼.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기미년 3·1혁명에 궐기하여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에 선포하였으므로 그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 자주독립의 조국을 ‘재건(再建)’하기로 함’을 넣었으면 합니다. 우리 앞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3·1혁명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헌법 맨 꼭대기에 이 문구를 넣어야 합니다.”

이 발언 가운데 ‘3·1혁명’이 ‘3·1운동’으로 바뀌어 이승만의 간절한 바람대로 여러 차례 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법 맨 꼭대기를 지키고 있다. 이승만의 발언 어느 틈새에 왜색풍(倭色風)의 건국절(建國節) 발상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정말 그런 세력이 있다면 헛꿈을 깨야 하고, 있지도 않은 헛것을 보고 소스라쳤다면 찬물에 얼굴을 담글 일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8/17/TB2OGPREVRCX3PWCGAWHQO7RMA/

이 칼럼의 다음 대목은 이렇다.

독립운동사에서 이승만과 김구는 서로 상대방에게 없는 것을 갖췄던 거인(巨人)이다. 이승만은 세계 정세를 굽어보는 통찰력으로 독립운동과 독립 후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선도(先導)했다. 김구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궂은일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독립 정신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지켜냈다. 양쪽 모두 결점도 있는 인간이었다. 장점을 합하면 나라의 보물이다. 반대로 결점을 부풀리면 북한 동포를 노예로 부리는 김일성 일족(一族)에게 이득이 될 뿐이다.

즉, ‘니덜이 자꾸 이승만 흠 잡는데 우리도 할 말 있어!’ 이런 얘기 아니겠나. ‘우리도 할 말 있어’의 근거로 송진우 띄우기가 이뤄지고 있는 거고. ‘원래 송진우-이승만은 한 식구였어!’ 이렇게 우기면서. 그걸 광복회장 입장에서 봐봐. 뭐할라고 독립운동가 후손들끼리 쌈 붙이냐고. 그걸 두고볼 수가 없는 것 아녀? 뭐 윤통은 은사님 할아버님 명예 회복 하자는데 뭔 이렇게 태클이 많냐 사이비 지식인들아 이런 생각만 하시겠지만…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건국절, 뉴라이트, 송진우,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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