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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두 국가론

글을 쓰고 말을 하면 뭐하냐

2024년 10월 7일 by 이상한 모자

숏폼 콘텐츠에 댓글 다는 거, 계속 생각하지만 연구 주제다. 트위터(아니 엑스지)도 한물 간 마당에 저렇게까지 투명하게 인간들 정신상태 드러내는 플랫폼도 없는 거 같다. 거기서 주고 받는 얘기들 보면, 세상 만사에 대해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고 글을 쓸 필요도 없다. 어차피 들을 마음도 없고 읽을 마음도 없다. 그냥 아무거나 자기 마음에 드는 얘기 같으면 ‘ㅇㅈㅋㅋㅋㅋ’, ‘ㅇㄱㄹㅇ’ 이러면 되고, 마음에 안 드는 얘기 같으면 쓰잘데기 없는 꼬투리 잡으면서 시비털면 되는데 뭘 말을 하고 글을 쓰냐.

신문이나 이런 데 사람들이 올리는 글도 보면, 형식 자체는 점잖게 논리적으로 쓴 거 같지만 그 배후의 어떤 멘탈리티라는 거는 숏폼 콘텐츠 댓글 다는 얘기에서 한 치도 벗어난 게 없는 얘기가 많다. 엊그제 금투세 얘기 왕년의 청년논객이 한 바닥 쓴 거 그거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 들어서 여기다가 불평도 쓴 것이지만, 꼭 그 분만 그러는 게 아니다. 오늘은 이런 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0409160000353

이 글은, “‘두 개의 국가론’은 과거 분단 독일에서 나왔던 담론이고, 그의 말대로 남북한 모두 유엔에 동시 가입할 때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가 통일을 원치 않는 것도 사실이다. 임 전 실장이 종북이나 충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바람대로 현실에 맞춰 새로운 담론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하자는 것도 찬성이다”라고 하고 있는데, 이 대목은 좋다. 그러나 뒤의 대목을 읽어보면 다 개뻥이고 전형적인 색깔론적 도식에 갇혀 있는 사람이 쓴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나마 그렇지 않은 대목은 “또 국제사회에서 남북관계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지금은 그나마 특수관계임을 인정받는데 ‘여러 국가 중 하나'(one of them)라면 그런 대우를 받기도 어렵다. 중국이 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는지 곱씹어보자” 여기 한 문단 정도다.

나머지 대목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하지만 그의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문재인 정부의 북한 올인 정책과 그 실패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운전자론’ ‘중재자론’ 운운하다 임기말엔 남북관계가 악화되었고,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준 데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새 담론을 위한 건설적 토론이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뭐가 됐든 전 정권 인사들이 자신들의 대북 정책에 대해 반성적으로 평가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그런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 문정권의 해법은 하노이 결렬 이후엔 허망한 결론으로 치달았다. 난 아무 영향력 없는 사람이지만 그때도 내가 글을 기고하는 인터넷 신문이나 이런 데다가 이제 가망 없으니 대북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그러한 반성이 ‘두 국가론’이나 ‘통일시기상조론’을 주장하기 위한 전제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뭘까? 전 정권의 대북 정책이 ‘한 국가론’이나 ‘당장통일론’에 입각한 것이었다고 전제하고 있는 거 아닌가?

근데 실제 그랬는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립서비스로 ‘통일’이나 ‘민족’이 소비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가 여기서도 수차례 말씀드렸듯, 북미대화를 촉진하고 제재를 완화해주는 효과를 내주는 대신에 비핵화 노선으로 견인하자는 게 통일하고 뭔 상관인가? 김정은 정권이 좀 살만해지면 실제 통일이 되는가? 오히려 반대 아닌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대북정책은 오히려 현실의 차원에선 통일을 서로 어떤 telos적인 것으로 상정하지만 실제는 분단의 영구화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 근데 그 시절에는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도 그냥 여기저기서 ‘더블민주당(문재인 근처 사람들)=주사파=통일바라기=대북유화책’ 이런 등식을 세워놓고 주사파들이 민족주의적 낭만에 기대 어쩌구 저쩌구 그랬다니까. 뉴스 좀 봐요 뉴스 좀…. 그때 더블민주당 사람들이 대담 프로 이런데 나와서 대놓고 선거 때 남북대화 한 번만 더 이뤄지면 우린 선거 완전 대박난다 이런 얘기 대놓고 하고 다니던 때다. 거기에 뭔 민족주의적 낭만이 있냐. 근데 내가 볼 때는 이 글 쓰신 분도 똑같은 함정에 빠져 있는 것임.

그런가하면, 아래의 대목은 어떨까?

얼핏 보면 북한과 동독의 두 국가론 그리고 브란트와 임종석의 주장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서독의 입장은 동독이 국경을 개방하는 만큼 동서 간의 경계를 국경으로 인정하고,동서 간의 관계를 자유화하는 만큼 동독의 국제적 위상 확대를 돕겠다는 취지였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통일은 어렵다는 인식하에 윤석열 정부를 적대적으로 몰기 위한 것으로 동조해선 안 된다.

근데 오히려 임종석은 윤정권의 해법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두 국가론은 북한의 그것과는 다른 개념이란 거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는 임종석의 그것이 북한의 그것과 같다고 전제하고 있다. 논리가 이렇게 가려면 우선 임종석의 그것과 북한의 그것이 같다는 걸 논증해야 한다. 그런 대목은 없다. 생략된 논증 과정을 추정한다면, 결국 시기와 정황의 문제 뿐이다. 경문협을 하던 주사파 출신 임종석이 북한의 입장이 바뀌자마자 왱앨앵알… 그런 의심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더라도 그건 내심의 영역을 추정하는 거고 잘해야 정치적 논쟁이지, 이 글에서 처음에 전제로 깔아 놓은 ‘건강한 논의’와는 거리가 있는 얘기다. 더군다나 논증 혹은 추론의 과정을 적지도 않고 그냥 ‘임종석은 북한과 동조하고 있다’를 확정적으로 전제하고 쓴 글이라면, 답은 뻔한 거다.

그 다음, 사실관계의 문제도 있다. 다음 대목.

북한 급변사태가 생길 때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역사적 근거와 논리도 약화될 수 있다. 남북이 같은 민족인 것은 국제사회가 다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국은 북한을 동북 4성 중 하나로 여길 수 있다. 동북공정의 핵심이다. 한국인에게 고구려는 한국의 역사이지만 중국 입장에선 중국 영토였기 때문에 북한을 또 다른 티베트로 만들려고 할 수 있다. 자칫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중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대목은 다음과 같은 논리 전개다. 1)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된다, 2)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적으로 북한이 자기네 영토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3) ‘두 국가론’은 중국 논리에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에 급변사태 즉 정권 붕괴가 일어날 경우에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두 국가론’이 없던 시절에도 이미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기가 돼왔다. 아래는 오바마 시절 미 국방부의 검토 내용을 보도한 기사.

https://www.sedaily.com/NewsView/1HVC8V11MS

기사 상태가 안 좋아 이미지가 안 뜨는데 대신 네이버 뉴스 링크를 살펴보면, 기사 본문의 내용보다 눈에 띄는 게 첨부된 이미지와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다.

북한 붕괴시 유력하게 제기되는 북한 분할 가상시나리오 중 하나. 한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 하면 중국·러시아가 남하해 북한 북부를 장악 하고 뒤이어 유엔과 미국·일본 등이 휴전선일 대를 일부 점령해 대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비슷한 분할통치 방식에 대한 보도는 이후에도 여기 저기서 연구가 되고 보도가 되고 했었다. 하여간, 여기서 ‘한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이란 대목이 있는데,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내전 상황이 벌어진다 생각해보자. 개입할 건가? 밀고 올라갈 건가? 난민들이 떼로 밀려 내려온다고 생각해보자. 자유를 찾아 오신 동포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렇게 할 건가? 내가 얘기하는 건 해야 된다 하지 말아야 된다가 아니라,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 자체가 바로 ‘초기 대응 실패’이다. 그러니까 두 국가론이라는 고담준론을 임종석이 하든 말든, 현실의 차원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분할통치와 그걸 정당화 하는 이데올로기 조작(가령 동북공정)은 상수라는 거다.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면 북한의 붕괴 자체를 위협적으로 여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현실의 대북정책을 놓고 볼 때 북한 붕괴에 기초한 통일을 말하는 세력은 어디인가? 그게 임종석인가? 오히려 임종석류는 그걸 막자는 쪽에 가깝지 않나? 그러니까, ‘두 국가론=분할통치 정당화’ 이 도식이 웃기다는 거다.

그럼 결론적으로 뭐야, 결국 이 글은 임종석은 주사파이다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얘기를 길게 쓴 것에 불과하지 않나? 그게 건강한 논의냐 이거다. 학자라는 분이 말야. 근데 내가 이런 얘기를 이런 식으로 길게 쓰지? 그러면 뭔 글을 읽지도 않은 놈들이 막 와가지고 이미 글에다 다 쓴 얘기 다시 되풀이 하면서 ‘ㅋㅋㅋ임종석 말대로면 북한이 다 중국 거 되는 건데 알고나 썼는지 모르겠넼ㅋㅋ’, ‘역시 반미친중 한걸레는 빨아도 걸레구나!'(실제로 한겨레와 상관이 있든 말든 그건 상관이 없음) 이 염병 떤다니까. 한참 그러고 있으면, 몇 안 되는 저를 편들어주신다는 분들이 나타나서 ‘넌 뭐 알고 그러냐?’ 이런 대댓글 달고…

그러니까 뭐하러 떠들고 쓰는 걸로 먹고 사냐 이거지. 그냥 윤석열 개XX 김건희 나쁜X 소리나 지르면 되는데…. 쒀뤼쥘뤄~~~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대북정책, 두 국가론, 북한붕괴론, 분할통치, 영구분단

임종석더러 어떡하라는 거냐

2024년 9월 22일 by 이상한 모자

여기다가 이전에 쓴 일도 있는데, 남한의 진보쓰와 더블민주당 내의 일부 입장에선 북한이 두 국가 얘기할 때 얼른 두 국가론으로 갈아타는 게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대북문제, 이거는 질곡이다. 저 같은 인간한테도 뭔 얘기를 하든 다 주사파냐 민족을 버려라 이 지랄하니 기회가 왔을 때 ‘따로 사는 것도 방법이다’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현실의 대북정책에서 보면 북한이 민족 및 통일 공세를 펼 때 이렇게 포지션을 잡기는 어렵다는 거다. 이게 민족주의 내에서 일종의 정당성 경쟁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이 두 국가 얘기 할 때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문통이나 임종석 씨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여튼 그런 점도 있다는 것인데,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보수의 반응이다. 분명히 지난 정권 때에는 이제 우리 젊은 세대가 통일 담론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시대착오적 민족주의 캠페인 따위는 집어 치우라는 훈계를 많이 했다. 시대착오적인 이유를 ‘주사파인 것’에서 찾기도 했다. 난 웃기다고 생각해서 그 얘기를 책에도 쓰고 했다. 뭔 주사파냐. 주사파여서가 아니고, 뭔가 써먹을 만한 얘기가 될 거 같아서 그런 거지…. 2017년에 미사일 쏘면서 신문에다가 ‘꼭 무력시위라고 써주세요’ 라고 한 게 문정권이여…. 지금 한민족이 어디있어?

그러던 사람들이 북한이 슬슬 저런 태도로 돌아설 거 같으니까 바로 ‘통일선점론’으로 태도를 싹 바꾸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등을 필두로 북한이 두 국가 얘기하는 지금이 기회다! 통일담론을 완전히 우리 걸로 가져오자! 우리만의 통일담론을 만들자! 이러기 시작한 거다. 어이 언제는 시대착오적이래매!

그러니까 이 분들의 포지션이라는 거는, 김정은이 민족 말하고 통일 말하면 ‘너랑 나랑 왜 한민족이냐!’이러는 거고, 김정은이 ‘우린  적대적 두 국가’라고 하면 ‘우린 한민족! 통일! 민족적 정통성은 우리 것!’이라고 하는 거다. 이게 완전 제가 책에 쓴 반대의 정치 그 자체지. 같은 원리로, 임종석은 뭐라고 말하든 무조건 종북이야. 통일하자고 해도 종북, 통일 얘기 그만하자고 해도 종북….

관두세요. 어차피 정권 바뀌고 정은이 기분 바뀌면 또 다들 딴 소리 할 거.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대북정책, 두 국가론, 문재인, 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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