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분단
북쪽에 내 친구 정으니가 새해 댓바람부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느니 으름장이다. 이 녀석들이 생각하는 거야 빤하다. 북핵문제에 있어서 남한의 당사자성을 축소하고 모든 것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만들어 자신들의 핵을 포함한 군비증강을 정당화하고 앞으로의 핵협상은 상호군축이 전제임을 명확히 하려는 거다. 이 논리를 밀고 가면 남북의 특수성을 전제한 그간의 남북 간 합의 약속 선언 등등은 다 이유없는 얘기가 되는 거지. 정으니 동생 여정이가 막 비꼬면서 문재인 땐 고생했는데 윤석열이 아주 고맙다 이러는데, 난 이게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는 얘기라고 본다.
문정권 때 일부 우리 인터넷에서 불평을 전문으로 하는 인사들이 문정권 주사파들이 아직도 민족주의 감수성에 젖어 이런 대북정책을 추진한다고 열내고 막 그랬는데, 순진한 얘기다. 문정권 초반에 문통이 헨무 미사일 막 쏘면서 언론에다가 무력시위라고 꼭 써달라고 한 거는 금방 잊어먹은 거다. 정으니하고 냉면 먹고 그런 거는 그게 뭔가 성과가 나서 선거에 써먹을만한 얘기가 되니까 그런 거지… 그 이후엔 매몰 비용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고 그게 늪이 됐을 뿐이다.
그때도 지적한 바인데, 낭만적인 통일바라기가 못 된다는 게… 오히려 문정권의 대북정책대로 하면 민족통합으로서의 통일은 멀어진다. 싸울 일 안 만들고 각자 알아서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거 아닌가? 각자 살만한데 통일을 뭐하러 하는가? 이렇게 보면 남아있는 현실적인 통일 방안은 한쪽이 망하는 흡수통일 뿐인데, 이걸 사실상 추구하는 게 보수정권이다. 그래서 난 현실의 이른바 자주파들이 남에게 반통일세력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 규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북한붕괴론자들이야말로 통일을 바라는 집단으로는 적어도 남한 내 넘버2, 3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넘버1이라고 안 하는 것은… 아직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
언젠가… 이제는 이름을 말할 수 없게 된 어떤 분과 대화를 하는 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 북한 문제는 좌파에게도 질곡이다… 저 같은 경우 사석에서는 아예 영구분단을 좌파버전으로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고 그랬는데… 근데 모처럼 정으니가 저러고 있잖은가. 한반도 2국가 체제의 진보적 버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있는가? 어떤 내용일 수 있는가? 고민해볼 만한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커피우유 마시다가 들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