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치료 경과 3
요즘은 뉴스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하면 뭐하냐? 말년병장 같은 기분이 되었다. 사퇴하라 했더니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보겠다는 뭐 그런 얘기를 뭐하러 하냐 손가락만 아프다.
아무튼 병원분들은 계속 놀라워하고 있다. 근육을 이완시켜 놓으면 보통 다음에 올 때는 어느 정도 문제가 해소되어 있는데, 나는 다시 긴장도가 올라간 상태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흉쇄유돌근과 견갑거근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 같다. 그래서 도수치료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의사는 신경과에서 검사를 한 번 해보자 했다. 신경과에는 금요일에 간다.
도수 치료에서 재밌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치료사님이 자기는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억지로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 굳어 있어서 일단 뇌에 정보를 주는 게 좋겠다며 근육을 좀 늘렸다. 그러한 과정 중에는 허벅지 앞쪽을 늘리는 동작도 있었는데 치료사님이 어깨로 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분의 기대만큼 다리가 올라가지 않으니 막 깜짝 놀라는 거였다. 지금까지 많은 환자를 보았지만 이 정도인 사람은 처음이다… 근육이 아예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도 계속 놀라워하여 내가 물어봤다. 말씀대로면 제 몸은 제대로 된 데가 하나도 없네요? 그 분이 그랬다. 유감스럽게도… ㅎㅎ…. 말 끝을 흐렸다는 것이 더욱 슬픈 이야기…
다만 개선된 일도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두 두통이 없었다. 이런 일은 오랜만이다. 금요일에 의사가 복약과 관련한 새로운 지시를 한 영향일까 하고 생각했다. 원래는 낮에 진통제를 먹고 자기 전에 센시발과 리리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약을 먹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제는 센시발-리리카 조합을 낮에도 먹어보라는 것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그렇게 했다. 오늘도 그렇게 했을 때 두통이 없다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 두 녀석들은 원래 두통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센시발은 우울증 치료제로 세상에 나왔는데 이른바 삼환계 항우울제라 작용 범위가 넓어 부작용도 마찬가지로 좀 범위가 넓은 느낌이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부수적 효과를 노리고 여러군데 쓰이는데, 편두통과 섬유근육통의 경우도 해당한다고 돼있다. 리리카 역시 원래 간질약이지만 보통 신경통에 많이 처방된다고 한다. 사실 지난번에 대상포진 때도 먹었던 약이다. 어감이 좋지. 리리카… 아무튼 그래서 약국에서도 신경통약이라면서 주는데 센시발과 마찬가지로 섬유근육통에도 처방할 수 있는 걸로 돼있다.
그런데 센시발 리리카 모두 부작용에 졸음이 있다. 그래서 자기 전에 먹으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잠이 드는 데에 도움이 된 일이 없다. 그래서 낮에 먹어도 상관은 없다. 이걸 하루 두 차례씩 먹고 차도가 있다면 뭔가 희망을 찾게 되는 셈이다. 세상이 다 이런데 두통 치료에서라도 희망이 있어야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