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는 뭐 하는 사람인가
늘 하는 얘기지만, 취재나 이런 거는 기자가 하는 거다. 기자가 취재를 하고 검증을 하고 기사를 쓰고 신문이나 방송이 데스킹을 해서 내보내는 거다. 그게 저널리즘이다. 근데 이놈들이 평론가(직함이 뭐든 말이다. 소장이든 교수든)를 동원해 자기들이 기사로 쓰긴 부담스러운 얘기를 막 하게 두면서 책임도 안 진다. 그게 뭐냐? 평론가라는 것은 원론적으로 오피니언을 해야 되는 거다. 뉴스는 너네들이 하고, 평론가는 그 뉴스를 분석 해설 등등 그런 거를 해서 독자 내지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게 뭐냐.
지난 주에 어떤 평론가(자꾸 평론가 평론가 하니까 어떤 분이 오해를 해서 자기를 저격하는줄 알고 자꾸 삐지고 그러기도 하는데, 일반론이다. 평론가는 직함도 다들 멋대로다. 여기서 얘기하는 분은 평론가 직함 아님)분이 대기실에서 그랬다. 내가 이준석을 주기적으로 만나는데 이낙연과는 절대 안 합친다더라… 그러니 통합은 없다… 이게 전형적인 “내가 취재해봤더니…” 유의 얘기다. 이걸 근거로 여러 얘기를 하는 건데, 근데 일주일 지나니까 어떻게 되냐? 그냥 막 통합 하잖아.
나는 보통 이렇게 얘기한다. 제3지대 여러 정파중 가장 정치적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이준석 일파이다. 적극 지지자들이 활성화돼있기 때문에 정치적 스탠스를 바꾸려면 설득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런 얘기하면 상대도 그렇고 진행자도 그렇고 무슨 소리 하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근데 결과적으로 지금 봐라. 통합했더니 어떻게 됐냐. 바로 난리나잖아. 제가 말하고 싶은 거는 거봐라 내 말이 맞다 이게 아니고, 평론가가 말하는 것은 통합한다더라 안 한다더라가 아니라, 통합을 하면 이렇게 될 거고 안 하면 이렇게 될 거고 하는… 조건에 대한 평가이다 라는 얘길 하려는 것임.
낮에는 또 어떤 다른 평론가분이 그러던데, 이준석을 만났는데 표정이 안 좋더라, 통합을 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한 게 아니겠느냐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다. 통합을 하기 싫었으면 통합이 되었겠는가… 이준석이 싫으면 안 되는 판인데… 이런 거다. 이준석 입장에선 통합하면 지지층이 흔들리니까 설득할 재료 없이 할 수 없다고 본 거지. 근데 이낙연이 와서 당명은 개혁신당, 법적 대표는 이준석… 이렇게 하자는데 나쁠 거 없잖아? 거기다가 실리적 측면이라고 볼 수 있는 비례대표 순번을 어떻게 하기로 했어? 지난 번에 개방형 경쟁명부를 도입하자고 합의를 했는데, 그걸 뭘 어떻게 어디까지 하겠다는 건지는 구체적으로 들어본 바 없어서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쟁이잖아. 그러면 적극지지층이 활성화된 상태로 뭉쳐있는 게 어쨌거나 유리한데, 그러면 그것도 이준석이 유리하지. 그러니까 이준석 생각엔 이 정도면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 그니까 통합 OK 한 거라고.
그런데?? 뚜껑 열어보니까?? 생각한 거보다 지지층 유실이 심상찮고, 그렇다고 여러분 우리가 뭉쳐서 내부투쟁에서 이기면 됩니다 이런 얘기를 공동대표가 돼놔서 공개적으로 할 수도 없고… 그리고 앞에서 통합이 이준석에게 유리하다 이것의 대전제는 뭐다? 적극지지층이 활성화된 상태로 뭉쳐있어야 한다… 이게 흔들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지.
만약에 이 국면을 어찌됐건 ‘싸워서 이기자’란 내부 논리를 세워서 넘기면 그래도 한 고비 넘기는 거고, 그게 아니면 꼬이는 거고… 근데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내부투쟁을 강화하면 통합에 마이너스가 될 거고, 통합을 위해 눌러놓고 가면 이준석에 마이너스가 될 거고 그런 거지. 그걸 설명을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같이 떠드는 분들도 잘 듣지 않고 해서 별 재미는 못 봤는데, 여튼 그러다 보니 평론가란 뭐냐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런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