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제명 소동
어제도 기자들은 독특했다. 비대위 가면 이준석은 자동 제명…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주르륵 나왔다. 무슨 얘긴지 이해가 안 됐다. 기사를 보니 서병수 씨가 실제로 한 얘기는 “제명이랄까 자동 해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서병수 씨가 얘기했다고 기사 제목에 젤 핫한 워딩이 들어간 거다.
그러면 서병수 씨는 왜 제명을 언급? 기자 질문이 비대위 가면 이준석 대표는 제명되는 거냐, 였다. 질문 자체가… 상황을 이해를 못하고 있거나, 제명이 뭔지 모르거나, 아니면 말이 헛나왔거나 이다. 제명을 물어보니 서병수 씨도 ‘제명이라기 보다는 해임에 가깝다’라고 해야될 거를 저렇게 말한 거다.
사람 간의 대화는 늘 이렇게 개떡 같이 물어보고 찰떡 같이 알아들은 후 개떡 같이 답하는 것의 반복이다. 그래서 기자는 찰떡 같이 알아듣고 찰떡 같이 써야 한다. 근데 다 건너뛰고 이준석 자동제명 주르륵… 일단 빨리 써야되니까 큰일났다~~ 이러고 막 쓰는 거지. 데스크도 뭐 제명? 뭔진 모르지만 큰일났다~~ 이러면서 막 내는 거고… 다행인지 시간 좀 지나니까 제명 얘긴 없어지고 해임으로 바뀌었더라.
근데 해임이라고 하니까, 어제 같이 방송을 한 국민의힘 쪽 분이 울분에 차서, 당 대표를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주었는가! 막 그러는 거였다. 그러니까 그게…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해임이라고 하면 부적절하다.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징계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비대위로 가기로 하면, 현 지도부는 형식적으로 임기단축이 되는 거지. 그냥 종료되는 것임. 이준석 6개월 후 복귀는 ‘이준석 지도부’는 유지가 된다는 걸 전제로 하므로, 못 돌아오는 것임.
비대위로 간다고 하면 이게 당연하거든? 좀 믿어라. 우리가 비대위 전문가예요. 당헌당규? 우리만큼 당헌당규에 영혼을 저당잡혀 살았던 사람들이 또 어디있겠냐. 근데 이준석 쪽이 막 억지를 써. 하태경 씨 이런 사람들. 이준석 복귀를 전제로 한 비대위여야 한다… 완전 말도 안 되지. 근데 기자들이 이걸 안 쓸 순 없으니까 또 무슨 해석이 분분한 얘기인 것처럼 써요.
뭐 이해는 한다. 양쪽 입장 써야 되니까. 근데 예를 들어 내가 무슨 방송에 불려가. 이 상황을 해석해달라는 질문을 해. 그럼 내가 그런 얘길 하는 거지. 이준석 측이 이렇게 얘기하지만 별로 합리적 해석은 아니라고 본다… 진행자랑 합이 잘 맞으면 아 그러냐는 반응 돌아옴. 근데 안 맞으면? 반대쪽 의견도 있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 정리해버려. 그럼 나는 순간 내가 우습냐? 생각하는 거지. 내년이면 방송으로 떠든지 10년째가 되는데 아직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내가 미처 생각 못한 것도 있다. 서병수 씨가 새로 성립되는 지도부는 2년 임기인 걸로 정리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맞지. 원래 이준석 잔여임기를 채우는 전당대회라는 전제가 있어서 2년 임기 대표 뽑으려면 당헌당규 개정해야 된다는 얘기가 디폴트였거든. 근데 비대위로 가면 이 쟁점이 해소되는 게 맞지. 현 지도부는 그냥 종료되는 거니까. 당헌당규 개정 필요가 없어요. 뒤늦게 생각하니 비대위로 가고팠던 사람들이 이 점도 노렸다고 본다. 내가 너무 안이하게만 생각했다. 기자들 실컷 비난해놓고 나도 스스로를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