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날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가 이준석 사퇴 결의안 제안을 했다는 속보가 나오는 가운데 낮 12시에 방송을 했어야 했다. 작가도 진행자도 사태 파악을 못하는 가운데, 남들이 다 알게 될 일을 3분 정도 먼저 어림짐작 해내는 재주가 있는 나는 이준석 제거 작전이 시작된 거라고 해설해줬다. 이준석 리스크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 오늘 내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 의원총회에서 사퇴 결의되면 최고위원 사퇴 등 후속행동 이어질 거다…
실제로 그날 벌어진 일을 쭉 보면 석열왕이 이준석의 연습문제를 푸는 시늉만 하고 윤핵관이 간 자리에 다시 윤핵관을 앉히는 인사를 이준석의 반대를 뚫고 관철시켜 버리고, 의원총회 가서 더 이상의 분란은 없어야 한다며 김기현 김도읍 재신임을 요구하고 이것도 관철… 원내수석부대표인 추경호가 일어나서 이준석 사퇴를 여기서 결의하자고 발언하면서 성토대회가 시작된 거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결국 석열왕이 교지를 내리신 거고 이준석은 사약을 받게 된 것임.
의원총회 공개를 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시간을 끌어 봤지만 결국 이준석은 사약을 받을 땐 받더라도 마지막까지 뭔가 세치 혀로 딜을 모색하다 정 안되면 장렬히 원샷하자는 마음으로 5시 20분에 의총 참석을 했을 것이다. 보도를 보면 이준석이 그래도 의원들 마음을 풀어줘서 분위기가 변했다느니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준석은 그날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사약 받는 거였다.
분위기가 변한건 6시 지나고 석열왕께서 친히 행차하신다는 소식이 파발을 통해 전해진 덕분이다. 포도대장 김기현이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없는 머리 풀어 헤친 추경호가 칼춤 추고 막 이러는데 파발이 달려와 멈춰라~~~~ 어명이다~~~ 이런 거지. 의원들 막 웅성웅성… 석열왕이 왜 오겠는가. 그만들하자고 말씀하러 오는 거지. 빨리 분위기 바꿀 준비… 태세 전환하고 있어! 8시에 오시라고 할테니.
석열왕이 와서 친히 죄인 이준석의 포승줄을 풀어주고 안아주시는 바… 이준석은 감동의 눈물을… 그리고 의원들을 향해 외친 것이다. 거봐라 내가 이겼다!!!
그럼 그동안 석열왕에겐 무슨 일이? 보도를 보면 김종인을 제거하며 호랑이 사냥을 끝낸 윤핵관들은 수차례 상소를 올렸다. 전하! 역적 김종인과 역모를 꾸민 이준석을 결코 살려두어서는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후환을 남겨두면 아니되옵니다! 석열왕은 갈등하였다. 이미 호랑이를 잡았는데 새끼고양이까지 죽이는 것은 너무나 부담되지 않는가… 그러나 새끼고양이가 분수를 모르고 발톱을 세우니 어찌할 바 없이 제거하기로 한 거였다. 정작 새끼고양이가 발톱을 세운 것은 날 좀 살려달라고 한 거였지만…
그러나 이대남 유생들이 집단상소를 올리면서 석열왕의 귀가 다시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전날 폰석열 논란으로 마음이 쓰인 터였다. 과인이 차기 정부에서 필요하다고 하여 뽑은 청년보좌역들이 아니던가! 이들이 하나같이 이준석 복귀와 십상시 처단을 부르짖지 않는가… 만일 이준석이 사약을 받들면 이들도 함께 떠날 것이다… 결국 석열왕은 마음을 돌려 의원총회장으로 행차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하야 이준석을 살리고 석열왕은 멋지게 일필휘지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월을 남기신 것이다. 내가 여기다가도 처음에 썼지. 보수혁신에서 이준석과 함께 하되 젠더문제에선 생각이 다르다는 스탠스로 가라고. 괜히 이준석과 싸우다 이준석 제압한답시고 신지예 영입 같은 헛발질이나 하고 젊은 사람 정치 인생 망치고… 아무런 효과도 없고…
SNL에선 이걸 그대로 꽁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