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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평론가가 뭐냐

2021년 4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먹고 살려다 보니 별 일 다 한다. 선거를 치른 지난 주에는 잠을 거의 안 잤다. 말 그대로 안 잤다. 자도 한 두시간 정도? 그만큼 일이 많았느냐, 그냥 한 두개 스케쥴이 추가된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대가 새벽부터 심야까지 띄엄띄엄 있으니… 안정적으로 잘 시간은 없는 것이다.

거의 6년간 평일 내내 하던 일을 절반 이하로 줄이게 되었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시키는대로 하는 거다. 오늘은… 그 영향은 아니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라 특집방송을 하느라 저녁 방송을 하루 쉬게 되었다. 심야에 가는 것은 마찬가지로 간다. 이렇게 쓰는 와중에도 당장 다음주 월요일 스케쥴이 막 없어져 버린다. 오라면 가고 오지 말라면 안 가는 거다.

평론가랍시고 나와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지만 결국 시키는대로 한다. 네가 뭐야? 남들에게 인정받을만한 뭐가 있냐? 그냥 자칭 평론가면 평론가 되는 거 아니냐? 네가 석사야 박사야 뭐야? 무게 잡으라면 잡고, 웃기라면 웃기고… 물론 완전히 소신을 꺾는 건 아니다. 내용은 내 중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것마저 잃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주제는 정해주는 대로 한다. 앞으로 여당의 갈 길 이런 거… 주제가 그건데 여러분 여당엔 희망이 없으니 진보에 투자하세요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알겠냐? 이게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예요 직업… 내 맘대로 떠들고 그런 거는 사회원로로서 인터뷰 응할 때나 가능한 거라고.

그 와중에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지만, 세상사 다 그렇듯 백도 없고 배경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게 잘 되겠냐? 여기까지 한 것도 많은 사람들의 호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의를 갖고 대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근데 일반적으로 방송가 사람들이 이런 거 잘 모르지… 그냥 돈 주면 주는대로 좋아하는 애 인줄만 알고…

책은… 시간을 정말 쪼개 쪼개 쪼개서 꾸역꾸역 쓰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한 600매 썼나… 여전히 뭐 이런 쓸데없는 걸 계속 쓰고 있나 싶다. 한국 얘기… 요즘 얘기 옛날 얘기 막 하다가… 미국 얘기 일본 얘기… 이 정권이 정말 인류사에 보기 힘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아도, 아니다. 맨날 있는 일이고 다들 겪는 일이다. 그게 중요하다.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도쿄지검 특수부가 오자와 이치로 정치자금 수사를 했는데 민주당이 뭐라 그랬는지 아냐? 관료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용서할 수 없다… 그만 쓰고 이제 케이에프시 햄버거 먹는 시간…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선거, 평론가

폭설

2021년 1월 7일 by 이상한 모자

자기 자신을 내다 파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과거에 비하면 풍족한 삶이다. 그래도 근본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월 수 금은 여의도에서 밤 11시가 다 돼 끝나는 일정이다. 어제는 눈이 엄청나게 왔다고들 했다. 교통사정이 어찌될지 모르니 시간을 넉넉히 잡으라는 연락이 왔지만, 어차피 차는 없지 않은가. 늘 그렇듯 지하철로 이동, 여의도역에서 내려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여의도 공원은 설원이었다. 눈을 밟는 소리가 왠지 크게 들렸다.

문제는 일정이 끝나고 나서였다. 보통은 출연료의 일부를 늦은 귀가와 바꾸는 마음으로 택시를 탄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좀 걷고 길을 건너 국민은행 앞에서 버스를 타고 광흥창역으로 갔다. 6호선을 타고 집에 오니 거의 12시였다. 다들 교통사정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는데 남의 일 같았다. 내 고향 수원에 살았으면 분명 집에 못 갔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서울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 아니겠나.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이런 저런 식사대용 음식을 사다 편의점 PB상품으로 나온 ‘반마리 치킨’이라는 가공육을 샀다. 계산하려고 보니 1+1이라고 한다. 눈에 고생도 없고, 훈제치킨 반 마리가 갑자기 한 마리로 되다니. 나는 행운아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오늘 출근길은 전쟁이었다고 하는데,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린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폭설

네 머리로 생각해라

2020년 12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시사평론가… 평론가 염병 하다보니 여기 저기 막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떠든다. 운동권… 도 아닌 운동권 되다 만 사람들이 평론가라고 막 비웃고… 남의 먹고 사는 문제를 그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뭔 진보를 자꾸 얘기하고… 하여간 말이다. 며칠 전에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살아있는 권력 수사’와 분리하는 유행(웃기지도 않는다)을 주도하는 한겨레 분 글에서도 ‘만물박사 평론가’란 말이 등장했다. 기자는 뭐 다르냐? 내 참…

뭐 하여간 그러다보니 어디 가서 코로나 얘기도 해야 되고 별 짓을 다 하는데 말이다. 이게 기분이 아주 드러워요. 진행자든 패널이든 무슨 얘기를 하면 꼭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는 식이거든. 내가 뭘 알겠니? 그냥 주워들은 말 하는 거예요. 심리학 전공 3년 하다가 대학 그만뒀어.

근데, 잘 봐봐. 지금 전문가라는 분들도 다 말이 달라요. 어디가서 얘기를 해야 되니까 나도 찾아볼 거 아니냐. 그리고 되도록이면 여러 명이 하는 얘기를 종합할 거 아니냐고. 근데 다 달러. 그럼 그 중에 그래도 말이 되는 얘기를 이리 저리 찾고 조합을 잘 하는 게 평론가의 능력이겠지. 이 능력이 잘 발휘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것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받아들여야지. 근데 그 결과를 얘기하는데 ‘네가 뭘 아냐’고 하면서 ‘내가 들은 다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면 어떻게 합니까. 심지어 기자니 피디니 무슨 앵커니 하는 사람들이… 너네들은 뭐 달러요??

어떤 주제는 전문가나 평론가나 그게 그거인 문제도 있다. 평론가가 떠드는 말도 결국은 어떤 전문가가 한 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도 마찬가지야. 민주주의라는 거는 나 같은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도 지지를 획득하면 대통령이 되는 거예요. 대통령직에 앉아봐. 내가 모르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할 것 아니냐. 이건 평론가가 방송에서 무슨 얘기를 떠들 거냐와는 물론 차원이 다른 문제지.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면도 있어요. 평론가도 마음 속에 무슨 확신은 있어야 하니까. 평론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야. 솔직히 이런 시대에 염병할 평론가라는 게 도대체 뭐야?? 거의 뭐 뉴스 많이 보는 무직자지…

피곤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꼭 대통령이 돼야만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겁니다. 내가 아는 변호사 혹은 의사한테 물어보니까 이렇다던데? 혹은 페이스북에 누가 올린 글 보니까 이렇다던데? 이것 좀 제발 하지마. 팩트 타령도 똑같애. 자기 머리로 생각하세요. 쟤가 그러더라 말고 걔가 댄 근거를 논리적으로 재배열해서 자기 주장을 하세요. 너네가 자꾸 그러니까 나도 “아닌데 걔가 그러던데”하게 됩니다. 그럼 그게 인맥 자랑이지 뭔… 그만해라 좀 이제.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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