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일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생각하고 생선을 굽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어제 남긴 햄버거가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생선은 이미 오븐에 들어갔는데… 햄버거를 먹고 생선은 일단 구워 놨다가 나중에 먹기로 했다. 맛을 중심에 놓았다면 당연히 생선부터 먹어야 했을 것이다. 뒀다 먹으면 맛이 없어질테니. 그러나 그것보다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선택했다. 빨리 먹어 치워버리고 나가야 했다. 왜? 나는 주6일 일하니까. 

이 동네는 아무래도 교통이 불편하다. 이사를 해야 하는데… 목동 여의도 상암동에 모두 접근이 용이한 동네가 좋은데… 아무튼 시간이 모자란 때에 여의도까지 가는 일은 어렵다. 택시탔다. 교통 사정이 안 좋다면 바보 같은 선택인데, 일요일 낮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이 적중하여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스타벅스에서 음악 들으면서 커피 한 잔 하고 스튜디오 들어가서 떠들고… 코미디언이면서 서평가를 하시는 분이 다음 코너였다. 방송 전에 이 분이 작가님과 대화를 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 과연 수준이 높았다. 다자이 오사무 막 나오고… 지금 다자이 오사무 나오면 대화 수준이 높은 거냐 코웃음 친 사람 있지? 니 잘났다 그래…

그리고 나서 목동 카페에 가서 또 커피 한 잔 하며 원고 작업을 하는데 가방에 라켓을 줄줄이 꽂은 어떤 테니스 일당들이 들어왔다. 뭐 그것까진 좋다. 테니스 일당들은 담배를 피우느라 들락날락 했다. 그런데 문을 닫지 않는 거였다. 문간에 앉은 죄로 추웠지만 방송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한 남들이 매번 문을 닫았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방송이고 뭐고 한 마디 해야겠다 생각했다. 다행히 그들은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돌아갔다.

카페 하니까… 가끔 카페 알바가 적성이 아닌 분이 알바를 하고 있어서 불편할 때가 있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도 손님이 왔는지를 모른다. 헛기침 등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스태프룸에서 핸드폰을 이용하고 있을 때에는 저기요~ 도 몇 번을 해야 한다. 혹시 잘 듣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가 잘 관찰해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좋게 말해 집중력이 좋은 분이다. 이 길은 님의 길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이러면 개저씨 되는 거니까 그냥 참고 있다. 안 그래도 상폐남인데… 다른 카페에 가면 되지 않느냐 할지 모르겠는데, 보통은 스타벅스에 가지만 목동 주민들이 카페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자리가 여기 밖에 남지를 않는다.

라디오 방송에서 농담 좀 하고 버스 타고 귀가하는 중에 모처럼 냉면을 먹어볼까 했다. 생선은 잊어버리고… 한 정거장 일찍 내려 냉면집 앞에 서니 또 자리가 없었다. 일찍 내린 게 아까워서 좀 기다려보다가, 이럴 일까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걸어서 집에 왔다. 모처럼 걷는 것도 좋겠지.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편의점 음식들과 크림빵을 샀다. 크림빵은 사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샀다…

집에 와서 생선과 편의점-소세지야채볶음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찬밥과 함께 먹었다. 과연 생선은 맛이 없어진 상태였다. 물론 프라이팬이나 이런 데다가 살짝 다시 구웠으면 더 괜찮았을텐데, 그럴 마음의 여유는 없다. 먹고 치우고 뭐 정리 좀 하다가 잠이 쏟아져서 누워서 잠들었다가 다시 깨서 일어나서 커피랑 크림빵 먹고 인터넷으로 뭐 좀 찾아보고 이제 이 시간이다.

한 달 정도만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은 거의 망상일 뿐이지. 이것도 배부른 소리, 행복한 고민이니?

그건 그렇고 자, 특정 부위 운동이 아니라 전신운동을 하자.

그리고 간헐적 단식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