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으로 쓸 합판과 벽돌이 예상외로 오늘 왔다. 좋았어. 자다 일어나서 그거 받고 다시 처자다가 아이템 뭐 할지 얘기하는 전화 받고 다시 자다가 또 아이템 뭐 할지 물어보는 문자 와서 확인하고 다시 처 자다가 오후 늦게나 일어나서 생선을 구워 먹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인 방의 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작업환경을 해체하고 책상다리를 벽돌로 받치고 건반을 그 아래로 밀어 넣으려는데… 이런 옘병 거의 1미리 차이로 가로 길이가 모자란 거였다. 아놔… 위 아래가 모자란 건 받침을 쓰면 되지만 좌우가 이러면 방법이 없다. 멘붕이 와서 누워있다가 일단 인터넷 연결을 다시 하고 바 테이블을 검색했다. 높이가 높아야 되니까… 사이즈를 잘 확인한 후에 주문했다. 이게 뭐하는 거냐 도대체…

이 테이블은 25일에나 온다고 한다. 그러면 그때까진 어떻게 한다? 임시로라도 갖고 있는 수단을 최대로 활용해야 한다. 워낙 주렁주렁 쓰고 있는 게 많기 때문에 작업 환경을 한 번 해체하면 다시 복구하기까지 거의 반나절 걸린다. 어떻게든 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할 수 없다. 넓은 집에 살았으면 애초에 시작할 일도 없었다. 아니면 취미가 없든지… 나는 단지 책상에서 책을 읽고 뭔가 쓰고 싶었을 뿐이고, 그럴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려고 한 것 뿐이다.

아무튼 임시로 복구하고 내일 방송할 내용을 후루룩 적어서 보냈다. 그러고 나니 이미 일요일이다. 밥을 먹어야지 싶어서 굴국을 끓였다. 굴이랑 무 정도만 있으면 순식간에 끓일 수 있다. 사실 무도 없어도 된다. 전에 사놓은 김치도 뜯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가끔 김치를 산다는 점에서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제품으로 골랐는데 별 맛이 없다. 이 난리를 치고 나니 이제 곧 있으면 아침. 월화수목금토월의 아침이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글은 왜 자꾸 적냐, 요새는 정말 일로 만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하여간 어떤 사람과도 인간적 교류를 하지 않는다. 완전히 고립돼있다. 거의 교도소이다. 알카트라즈. 뭐 어느 정도는 SNS도 안 하고 염병할 카톡이니 하는 메신저도 안 쓰는 내 선택의 결과지만. 그래도 어디다 말은 하고 싶어서 적는 것이다. 캐스트어웨이에서 배구공이랑 대화를 하잖아. 안 봤지만. 이불도 빨아야 하는데. 여기다가 이렇게 열심히 썼지만 사실 아무 의욕이 없어… 내일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제 내일도 아니지 참…

발렌타인?

발렌타인은 양주 이름이고. 발렌타인 뭐시기였던 모양. 당연히 밤 새고 방송국 갔는데 작가님이 웬 사탕 목걸이를 줬다. 중간 중간 에이비시 초콜렛 넣고. 유치원 이후 처음인 거 같다. 원래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 처 자는데 오늘은 다른 일이 더 있어서 바로 목동으로 갔다. 보리밥에다가 이런 저런 나물을 넣어 먹는 보리밥 정식인지 하는 이름의 음식을 먹는데 단백질은 찌개에 들어있는 두부와 콩비지뿐이었다. 아무튼 일하고, 잡담하고, 다시 일하고, 방송 녹음하고, 좀 일찍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멘붕이 왔는지 부정적 사고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이 다 그렇다. 약간 업되면 그 페이즈가 지나간 이후에 다운이 온다. 꼭 양극성 장애가 아니어도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신경전달물질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신경전달물질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요동치는 감정의 폭이 적다. 어쨌든 파국적 사고의 자가발전이 계속 이뤄져서 나는 끝났다 라는 감정에 휩싸이는 것에 이르렀다. 뭐가 어디에서 끝났는지는 없음. 그래서 밥도 안 먹고 집에 와서 찌질대다가 뉴스를 봤는데 어멈 오늘 녹음한 게 오보가 될 거 같네… 어쩐지 너무 한쪽 얘기대로만 써있더라니… 아무튼 7시 넘어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주욱 잤으면 좋았겠지만 당연히 그건 아니고 8시 반쯤에 일어났다. 무슨 악몽을 꿨는데 깨보니 주먹을 엄청나게 세게 쥐고 있었다. 거의 몇 초 간은 손이 펴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두통도 심했다. 사실 두통은 방송 원고 작업을 할 때부터 졸음과 함께 시작됐는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없어졌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만 가면 두통에 시달렸었다. 긴장성 두통 그런 건가? 시간에 쫓겨 방송 원고 준비할 때 머리가 아팠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무튼 깨고 나서 머리도 아픈 와중에 밥은 먹어야겠고, 일단 남은 푸성귀들을 방울토마토와 함께 먹으면서 생선을 오븐에 구웠다. 밥을 먹기 전에 되도록이면 야채를 먹는다는 계획이다. 밥은 현미를 섞어서 이미 해놨는데, 밥솥이 오래돼서인지 메뉴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미 모드를 이용할 수 없었다. 그게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또 괜히… 밥솥도 질러야 되네… 그렇잖아도 사고 싶은 밥솥이 있었는데… 아무튼 밥 김 생선으로 식사를 해치우고 후식으론 요거트와 견과류를 먹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방풍 커튼을 주문했는데 도착했다. 문간에 설치했는데 스물스물 한기가 들어오는 게 5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 시간이 있고 밖이 밝을 때 현관문의 패킹을 교체해야 한다. 간이책상 용도로 주문한 MDF판과 벽돌도 배송이 시작되었다. 다음 주는 집 정리에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이런 일들을 돌보면서 멘붕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슬픔…

글 좀 썼다고 왜 고발은 하고 그러냐. 그거 그냥 고도리 점수 내는 논리로만 따져도 아무 도움이 안 되잖아. 가만 두면 되는 거를 왜 건드려서 문제를 키우지? 여드름 짜는 것도 아니고. 신문은들을문만 폼나게 생겼네. 거 이제와서 민주당은 찍지 맙시다 이러기도 뭐한데, 맨날 하는 말이고 태어나서 한 번도 찍어본 일도 없고… 그 하여튼 뭐 그럽시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바쁜 와중에 택배가 많이와서 더 망해버렸어요. 최근에 스트레스 받고 그러니까 막 질러버렸거든. 쓸데없는 것… 일단 혈압계가 왔다. 웬 혈압계 할 수 있는데, 괜히 건강염려증 도지고 혼자 있는데 슬프고 그랬단 말이야. 혈압이라도 재볼까 하다가 혈압계 정도는 집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해서 샀는데 오늘 왔음. 설명서대로 딱 쟀는데 완전 정상. 대한민국에서 최고 정상 혈압일듯. 뭐냐 이게. 가끔 걱정될 때마다 재야지…

그담에 에어프라이어용 실리콘 용기. 에어프라이어가 있냐 하면 없지. 근데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이나 열에 뭔가 견뎌야 한다는 건 똑같거든. 그러니까 에어프라이어용 용기를 오븐용으로도 쓸 수 있는 거지. 전자레인지에도 마찬가지고. 이건 잘 샀다고 생각하는게, 언제까지 쿠킹호일에다가 생선을 굽겠냐고. 자꾸 들러붙고 하는 것도 싫고. 하여간 생선구이를 시험해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움. 다만 청소가 좀 난감할 것 같은데 그건 좀 더 써보기로. 아 그리고 고등어 필렛은 반으로 잘라야 넣을 수 있는데 얼어 있는 걸 자르는 게 좀 고역이지. 하여튼 못 할 일은 아니니까 이 정도 선에서 오케이.

그담에 바퀴 달린 건반 스탠드가 왔는데… 이건 왜 샀냐면 건반이 자리를 차지하니까 그걸 어떻게 절약해보려고 한 거지. 바퀴 달린 스탠드에 얹어서 책상 밑으로 밀어 넣을 수 있으면 공간 활용이 더 쉬울테니까. 근데 스탠드 조립하고 건반 얹고 책상 밑에 넣으려다 보니, 원래 책상에 무슨 쇠로 된 구조물이 있어서 계산이 어긋났다. 책상이 더 높아야 해. 책상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막 찾다가 결국 심플하게 가기로 했다. 벽돌을 받침으로 쓰자. 벽돌 4개 주문…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아무튼 건반을 책상 밑으로 밀어 넣고 나서 그 자리에 테이블 하나를 더 설치해서 데스크탑 컴퓨터들을 분산 수용할 것이다. 그러면 책을 읽거나 뭔가 끄적일만한 공간이 나오겠지. 그리고 더 이상 건반 위에다가 물건을 늘어 놓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이 테이블은 어떻게 구할 것이냐. 물른 그냥 사도 되지만 지금 같은 높이의 서랍 2개가 있기 때문에 거기다가 상판만 올리면 대략 책상 비슷하게 완성된다. 좋았어.

이렇게 열심히 부산 떨면서 계획하는 와중에… 벌써 3시가 넘어갖고 내일 일은 하나도 준비도 안 하고… 이게 뭔 짓거리… 일해야지… 사람은 너무 어리석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