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역류
어쩐지 느낌이 안 좋았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귀가해보니 화장실에 뻘건 오수가 역류해 차오른 흔적이 있다. 구토를 할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오물의 신내가 진동을 한다. 끓는 물, 뜨거운 물 좀 뿌리고 사진 찍고 영상 찍는… 이유가 없는 하나마나한 일을 하면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3년 전, 2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저~ 윗집에서부터 쓴 물에 포함되어있는 음식물이나 기름 찌꺼기들이 오수가 최종 배출되는 배관에 차곡차곡 쌓여 1층으로 역류하는 거다. 1층 사는 건 죄다. 절대 1층에 살지 말것. 절대, 절대 다시는 1층에 살지 말 것… 2014년에 부동산 업자가 맨 처음 보여줬던 2층의 그 집에 들어갔어야 했던 건데…
당시 업체를 불러 고압세척을 했다. 하수구 저 깊은 곳에 퇴적돼있던 굳은 기름덩이들이 음식물 찌꺼기… 특히 김장을 한 흔적들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 고약한 냄새를 기억하는데, 다시 맡게 되었다. 업자들은 몸에 고프로를 달고 작업을 했다. 뭐든지 찍어 파는 유튜브의 시대다. 구독자 수 23만명인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렸더라. 지금까지 그러니까 2년간 조회수 161만회를 기록하였다. 그들이 올린 수많은 동영상 중에서도 탑5 안에 들만한 성적이다. 그들은 최근 유튜브 성과가 좀 더디다고 생각하였는지 우리 집 화장실 영상을 쇼츠로도 만들어 업로드했다. 한 달도 안돼 조회수 233만회를 기록하였다. 그들이 업로드한 9개의 쇼츠 영상 중 1등이다. 2위 188만회, 3위 17만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독보적인 성적이다. 수익 배분을 요구해야 하나?
이들을 다시 불러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 2년마다 불러야 하는 것인가? 정 방법이 없으면 화장실 배수구를 폐쇄하고 샤워와 세면을 포기하는 게 답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면 1층으로 역류할 오수는 2층으로 대신 넘칠 것이다. 어차피 인생사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 이런 것에까지 신경을 쓰고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수구에 대해 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가… 내가 잘못한 게 도대체 무엇인가… 모르겠다. 뉴스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