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선단식 경제와 자유
윤통이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신년인사회를 개최한 자리에 가서 했다는 말을 보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렇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원래 한 몸입니다. 항공모함이 움직일 때 전투함과 잠수함, 호위함 등이 함께 ‘전단’을 구성해 다니듯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대한민국 전단’으로 세계를 누벼야 합니다.”
뭐 일견 할 수도 있는 말인데, 근데 이런 비슷한 표현을 분명 어디서 봤는데… 일본을 떠올렸다. 일본 경제에 대해 얘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 중에 ‘호송선단식’이란 게 있다. 얼마 전 한겨레 글에도 나오더라.
관치금융은 개발 연대의 산물이다. 돈이 궁했던 당시 정부가 자금을 은행에 직접 배분하고 강력한 인허가·규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은행은 자율성을 제약받았지만 대신에 생존과 이윤을 보장받았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제발전 모델을 상당수 벤치마킹했는데, 이것도 일본을 본뜬 것이었다. 일본에선 ‘호송선단식 금융행정’이라 했다. 전시에 해군의 호위로 상선이나 보급선이 항행 안전을 보장받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관치금융은 개발 초기에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그 이후에도 관료들이 관성적으로 과도한 개입을 함으로써 금융업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한 원인이 됐다.
여기서는 금융을 주로 얘기했는데, 대장성과 재벌이 주도하는 경제로 대표되는 일본식 시스템을 비판할 때 전반적으로 쓰이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일본 경제 왜 망했느냐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할 때 흔히 쓴다. 뭔가 시장원리에 의해 막 자유로운 경쟁을 해야 되는데, 나라가 나서서 기업들을 줄세우고 재벌 대기업과 손잡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도록 하면서 그 수단으로 관치금융을 동원했으니, 단기적으로는 고도성장을 이뤘을지 몰라도 결국 한계가 올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식의…
아무튼 그런 비판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자유를 살아 숨쉬게 하겠다는 윤통이 기업을 놓고 새삼 이런 개념의 접근을 한 것은 다소 특이하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다. 신년사에서도 노사자율이든 뭐든 연공급제는 아주 혼내주겠다고 한 거 아닌가. 장애인도 반드시 1분 내에 지하철에 타고 내려야만 하는 세상… 자유는 어디에?
지난 번에 대통령실 이재명 씨가 불이 났을 때는 함께 달려가서 꺼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전 정권에서 검머인 김현종 씨가 다카스기 신사쿠 타령을 한 것도 그렇고, 역시 한국 엘리트는 일본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