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불모지대에 대한 자유연상
윤심의힘이나 더블민주당이나 뭐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소위 제3지대라는 데도 뭔 일만 있으면 너도 나도 찾아대고 읊어대는 통에 이제 불모지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소위 제3지대론에 대한 내 생각은 뭐가 됐든 양당이 버티고 있는 것보다야 나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양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벗지 못한다는 거다. 늘 하는 얘긴데 양당이 ‘~에 대한 반대’로 버티는데, 제3지대가 ‘양당에 대한 반대’로만 형성된다고 하면, 그게 유지가 되겠어?(그런 주장 자체가 필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애초에 ‘~에 대한 반대’라는 문법이 정치를 지배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 현대의 대의정치 구조라는 것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저의 생각인데, 근데 아무튼 그럼에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앞서의 그 아주 적은 ‘가능성’을 지켜보는 거다. 요즘 나오는 얘기들들 보면 죄송한데 뻔한 결론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들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고…
오늘 보니 정의당 어떤 분들이 탈당 막 하던데, 15년 전 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분이 거기 같이 있는 걸 다시 보니 뭐랄까 세월이 야속하다. 그렇다고 남은 분들이 딱히 뭘 해낼 것 같지도 않고. 최근에 몇몇 분들이 “근데 그 양반은 왜 그래?”라는 식으로 여러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대개 그렇게 답을 했다. 지금은 누가 어디서 뭘 해도 모든 게 이상하지 않은 시국이 아닌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시라…
미뤄놓았던, 정모라는 분이 쓴 장문의 글을 뒤늦게 보았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너무 뭐랄까 사고방식이 도식이고 단계다. 도식과 단계에 의존하지 않는 사고가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사실상 발명해낸 이념 도식을 갖고 지금 현실 정치를 해석하려고 하면 안 맞는 게 너무 많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어떤 현실적인 뭔가 절박한 감상? 그런거 만큼은 전해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그런 절박함들이 없다. 어느 단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운동권들의 그러한 마음의 표현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런 복잡한 기분을 아십니까?
그래도 너무들 서로 미워하지 마시라. 어디 시장 골목에 작은 연구소를 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김선생님이 최근 썼다는 글을 읽게 되었는데 뭔가를 제안하는 것이 그 자체로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https://blog.naver.com/nuovo21/223147379007
제안이라고 하니, 나름대로 어떤 노선에 대한 생각의 원칙 같은 건 있다. 첫째, 현실과 싸워야 한다. ‘우리끼리’만 알아듣는 얘기나 하면서 서로가 존재하는 것 자체에 안도하는 그런 퇴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아니라 뭇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믿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 둘째, 그런 차원에서 안으로 말리면 안된다. 밖으로 퍼져야 한다. 정파를 만들든 연구소를 만들든 조폭을 결성하든 그 목표는 밖이어야 한다. 박권일 선생이 좋은 글 쓰셨는데, 이 글에 다루는 ‘정치팬덤’의 아래의 문제를 운동권도 똑같이 안고 있지 않나 함 생각해봐라.
언론이 ‘정치 고관여층’이라고 부르는 이들 상당수는 사실 정치과몰입자 혹은 정치 팬덤이다. 그들은 당내 계파 싸움 양상, 여의도 뒷소문에는 빠삭하지만 정작 그 당이 추진한 정책과 역사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정치가 가치의 쟁론에서 멀어지면서 권력 자체를 위한 내전으로 환원될 때 민주주의는 토대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쉽다. 정치 팬덤은 분명 대중의 주체적 활동이지만 동시에 더 깊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왜곡된 정치 현상이다. 엘리트와 팬덤에만 맡겨두기에 정치는 지나치게 중요하다.
셋째, 그런데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실의 문제,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얘기, 시덥잖은 여야의 말장난 같은 말싸움을 갖고서도 근본에 가 닿을 수 있는 얘기를 이끌어내는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이정표는 더 넓게, 더 아래로 향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씨브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