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얘기 왜 했나
어제 아침에 쓴 글이다. 지난주 여러 얘기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를 ‘검사 출신’이라는 점과 엮어서 써봤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518
뉴스를 보면 답답한 게, 뉴스를 아무리 봐도 본질적으로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하자는 건지를 알기가 어려운 시절이라는 거다. 나는 언론사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게 어떤 맥락에서 이뤄진 건지를 아는 기자들이 다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걸 해설하지 않고(다른 일을 하는가보지) 설명하지 않고, 지금 마침 해당 부서에 있는 기자가 그냥 지금 있는 얘기, 누가 이렇게 평했고 저렇게 평했고 등등을 종합해 쓴다. 본질적인 맥락이 뭔지 알기 어려워 진다.
대표적인게 종전선언이다. 대통령이 “종전선언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나오면 그 당시 종전선언이 왜 추진됐는지, 어떤 맥락인지가 그 다음날 신문에 나와야 된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나 그냥 사실관계를 짚는 수준에서 끝났다. 뭐 내가 못봤을 수도 있겠지. 보고도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근데, 썼으면 내가 분명히 참고해서 방송에서 써먹었을 것. 그런데 없었다.
종전선언은 뭐였느냐? 이런 거야. 북한은 핵개발을 왜 하지? 북한은 그게 자위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럼 여기서 벌써 거짓말이다~~ 그걸 믿냐~~ 이럴 건데, 좀 있어봐 좀! 핵무기를 아예 뺏어올 게 아니면 논리싸움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니까 잘 들어보라고. 북한은 미국이 우릴 공격할까봐 핵을 가져야만 된다고 주장을 해. 그러면, 그러지 말고 핵을 포기하세요 라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안전보장을 약속하겠다, 그러니까 핵을 포기해라… 이렇게 돼야 하는 거라고. 이 안전보장에 해당하는 게 북미수교, 평화협정… 그런 거다.
문제는 북핵 논의가 all or nothing 국면에 있었다는 거다. 북한은 안전보장 완벽하게 안 해주면 핵 포기는 어렵다 그러고, 미국과 우리 자유민주주의 프렌즈들은 핵을 아주 완벽하게 아주 다 포기하지 않으면(CVID … ㄱ나니?) 안전보장의 이응도 없다, 이러고… 그러면 방법은 계속 ‘제재 대 버티면서 핵개발’ 구도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너네가 한 10정도 하면 우리도 10정도는 해줄게 라고 하는 식의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방식을 취하든지 아니냐? 문정권은 후자를 택한 거다.
그래서 행동과 보상이 어떻게 짜여진거냐면,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해선 군사 안보적인 것 외에 두 가지 경로의 보상이 주어진다고 한 거야. 하나는 정치적 측면 그러니까 안전보장, 다른 하나는 경제적 보상. 경제적 보상은 윤정권의 담대한 제안도 그렇고 이명박의 비핵개방3000도 그렇고 트럼프의 부동산개발 팜플렛도 그렇고 이것도 원래 있는 틀이야. 이 두 개를 갖고 접근을 하는 건데, 아까 뭐라고 했어. 행동 대 행동, 단계적 접근이라 그랬지? 북한이 뭔가 1단계를 하면 남한과 미국도 뭔가 1단계를 해주는 그림이라고. 그러면, 북한은 우선 핵개발을 스톱하고 그걸 보여줄 수 있는 뭔가 액션을 해. 그러면 거기에 따른 보상은 1) 정치적으로는 종전선언 2) 경제적으로는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니) 남북 간 협력 강화로 하겠다는 거였어. 이게 얘기가 잘되면 2단계 3단계로 가는 거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정치적으로는 북미수교나 평화협정, 경제적으로는 제재완화를 달성한다는 그림인 거지.
근데 이것도 말이 많았단 말야. 북한이 핵실험장을 파괴하는 등등의 액션을 한다고 해도 다 복구 가능한 거지만 종전선언은 한 번 하면 끝 아니냐… 그렇게 쉽게 해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그러고 국내에서도 그래. 그래서 문정권은 종전선언의 정치적 급을 최~~ 대한 낮추는 걸로 트럼프정권을 설득하려 한 거지. 그래서 어찌됐건 하노이 회담 전날까지만 해도 문정권은 상당히 자신감에 차있었다고.
그런데 실제 협상을 하니까 웬걸? 김정은은 우리가 영변 정도를 내놓으면 제재완화는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러고, 트럼프는 또 무슨 소리 너네 다른 데서 우라늄 농축도 하잖아, 핵 포기 아닌데 우리가 뭘 왜 해줌? 이러고, 김정은은 아 아니 그걸 어 어떻게 알았지 이러고… 사실 상식적으로 101호랑 201호가 층간소음 문제로 싸우는데 202호 아저씨가 자자 201호는 밤 8시 이후로는 뛰지 않기로 하고 101호는 좀 완충지대를 둬서 밤 9시 이전 소음은 문제삼지 않는 걸로 합시다… 이런다고 그 안대로 합의가 되겠니? 101호랑 201호가 202호를 믿겠니? 왜 믿어야 되는데? 안 되는 거지.
그래서 하노이 노딜 이후에 나 같은 놈들은 이제 북핵 해법은 텄으니 빨리 상황관리로 돌아가고 당분간 냉각기를 갖는 게 불가피하다, 미련 가지면 안 된다… 이런 얘기를 글로도 쓰고 그랬던 거라고. 근데 문통 입장에서 보면 이미 임기 초반의 동력을 이 문제에 쏟아부었는데 그냥 매몰비용 처리하기 어렵고, 특히 조국 뭐 이런 얘기 이후에 더블민주당이 평화로 역전 한 방~~ 이걸 노리면서 그냥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종전무새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잘했단 거냐? 당연히 아니지. 난 하노이 노딜 전까지는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봤다. 그러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걸 염두에 두고 최소한 플랜B, C를 만들고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아무것도 없이… 할배들은 할배들대로 미국 눈치 보지 말라고 하고 청와대 통일부는 우왕좌왕하고… 여기서부턴 아마추어지. 그러면 애초의 전략이 맞았는가, 점검도 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근데 이제와서 이런 얘기도 다 소용이 없는게, 하노이 노딜 되자마자 보수언론 등은 거봐라~~ 북한의 선의만 믿다가~~~ 이런 노래나 부르고 그랬단 말이다. 거기다가 후임 대통령이 사실상 전정권의 대북정책은 그들이 빨갱이여서 그런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기 시작하고 언론은 종전선언 찬반논란 이런 납작한 얘기나 반복하면 다 소용없는 거지.
통일부 얘기 그런 것도 쓰려면 한바닥인데, 지금부터는 배달 온 KFC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써서 뭐하냐. 그냥 내가 답답하니까 적어 놓는 거지. 에휴… 언론… 아니다. 즐거운 식사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