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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할머니에 대한 생각

2020년 5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방송에 가서 말을 하는데 차례가 잘 오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실직고 하라지 않느냐 하기에, 거기 보면 내가 몰랐던 것도 많더라 하신다… 언론이 쓴 의혹 기사 보고 하시는 말씀 아니냐 라고 했다. 맥락을 비틀지 말란 거였다. 그러자 경향신문도 친일이냐, 한다. 기억이 온전치 않다면 왜 30년 간 써먹었느냐 하는 말씀이 있다는 거다. 기억에 대해선 이미 얘기했다. 윤미향 씨 얘기는 위안부 합의 발표 당일의 기억이 달라져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냐. 그걸 이용수 할머니라는 한 사람의 인식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뭐 이런 얘기도 소용이 없다.

원래 30년간 써먹더니 이제와서 기억이 어쩐다더라 하는 얘기는 조선일보인가에 실린 칼럼에 나온 얘기다. 그 신문은 윤미향 씨가 이용수 할머니와 처음 전화통화한 경험을 말하며서 “내가 아니고 내 친구가요”라고 했다는 대목을 피해자 본인이 아닐 가능성을 말한 거라고 해석한 일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기가 당한 일이란 걸 제대로 말도 못하던 시대라는 것에 관심이 없든지 아니면 이간질 하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

월간중앙인지 뭔지의 인터뷰에선 그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김학순이 시작했지만 이용수가 끝낸다는 마음으로… 이제 생존자 18명, 언제 어떻게 되실지도 모르고. 피해당사자의 존재가 운동의 큰 동력이었는데, 그 다음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그런 고민도 있지 않으셨겠나 생각했다. 그런 얘기도 했지만 별로 뭐 관심들은 주지 않았을 거다.

어느 잡지에 보내는 글에는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 당사자인 동시에 여성인권운동가이므로 당연히 단체의 운영과 노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썼다. 친일 반일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를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느냐는 문제라는 중앙일보의 논조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얘기 하는 거랑 비슷한 거다. 진보들이 명분을 내세우며 당사자가 응당 가져가야 할 몫을 빼앗아 사익을 채우는데 쓰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당사자는? 알아서 살아 남아야 한다. 각자도생 적자생존. 시장원리주의. 그런 게 아니라 운동의 큰 틀에서 서로 부대끼며 부딪치고 입씨름 하면서 같이 걸어가는 게 맞는 거다. 문제가 있다면 그걸 더 못한 게 문제이다.

이런 얘기와 별개로, 내 고향 수원의 수원시민신문 문제는 심각하다.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니지만.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수원시민신문, 윤미향,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정대협, 정의기억연대

할머니와 시민단체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5월 13일 by 이상한 모자

지난 금요일과 화요일 연이어 떠들었다.

5월 8일 금요일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기억의 연대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어제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 등을 비판하면서 논란 커졌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이 성금과 기금을 모아서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단체에서 출판한 위안부 피해자 사례집에 대해서도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채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미향 당선인을 향해서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의 10억엔 얘기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며 최근 덕담을 건넸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다. 또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혼자서라도 위안부 역사관을 세워 젊은이들에게 옳은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오늘 입장문을 내고 후원금은 2003년부터 운영중인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한 전국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데 쓰고 있다고 밝혔다. 1992년 당시 진행한 모금은 피해자 62명에게 250만원씩 지급했고, 1995년에도 국내외 피해자 156명에게 정부지원과 시민모금 합쳐 4412만5천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위로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모금을 해서 개인당 1억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1992년, 1993년, 2007년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활동과 2019년 국제대회 활동… 또 수요시위, 일본 정부 상대 소송 지원 등 각종 사업에도 후원금을 사용했는데, 이 내역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부 합의 내용을 미리 알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윤미향 당선인이 기자회견 이후에 이용수 할머니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 한다. 당시에 같이 티비를 보면서 합의 사실을 알았고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씀한 것 뉴스에 다 나갔다고 설명했으나 이용수 할머니가 아니라고 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왜 그랬을까? 정의기억연대 측은 두 가지 얘길 하고 있는데 첫번째는 윤미향 전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함께할 수 없어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충분히 이해하고 깊게 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두번째는 정의기억연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인사가 이용수 할머니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대표를 지목했다.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후보 논의에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 등을 참여시켰으나여러 문제로 이 당들이 추천한 인사를 공천하지 않았다. 두 당들은 당시 크게 반발해 따로 기자회견 열기도 했다. 더불어시민당 등은 이번 일이 이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최용상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도와달라고 해서 응한 것 뿐이라며 이용수 할머니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론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와 이용수 할머니의 충돌에 여권 내 공천 논란까지 엮인 것인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용수 할머니가 아무리 고령이라 하더라도 단지 남의 주장만 듣고 기자회견를 자청하진 않았을 것이다. 본인 마음 속에 어떤 형태로든 뭔가 서운함을 갖고 있었는데 윤미향 당선인이 이제 국회의원이 된다고 하니 이를 표현한 걸로 생각된다. 물론 이용수 할머니 주장대로 회계 문제나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합의를 미리 알았다는 내용이 일부 사실일 수도 있다. 이건 정의기억연대가 추가로 기자회견 통해 입장 밝힐테니 지켜봐야 한다.

언론이 진실게임 이런 단어를 통해 보도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번 일을 통해 두 가지 정도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첫째는 결국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이 사건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도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까지 논의된 이른바 문희상 의장안도 비슷한 한계를 안은 채로 표류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 18명 남았고 대부분 고령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는 최선을 다해 매듭을 짓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매번 있는 논란인데,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치권에 가면서 단체 내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체의 활동이 정파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활동가들의 의도나 순수성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거다. 정치권으로 진출한 사람에 대해 그동안의 활동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도 종종 나오는 얘기다. 이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정치권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영입을 하는 쪽이나 응하는 쪽이나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 시민사회의 역량이 본의와 관계없이 오히려 훼손된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5월 12일 화요일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만들어진 진실게임이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 문제에 대해서 보수언론이 연일 기사를 쓰고 있는데 무리하게 진실공방 등의 구도를 만들고 있는 듯 하여 정리해 봤다.

먼저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합의 내용 미리 알았느냐 몰랐느냐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언론이 쓰는 진실게임 구도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 사이의 진실게임, 둘째는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 사이의 진실게임이다. 먼저 첫번째…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한 사실을 윤미향 당선인 혼자만 사전에 알고 있었고 피해 당사자들에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미향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2015년 12월 28일에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사실을 발표할 때 티비를 함께 보면서 합의 내용 알았고 이용수 할머니와 기자회견 통해 합의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는데, 이용수 할머니는 10억엔 부분을 다음해 1월 28일 윤병세 당시 장관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써있는 걸 보고 안 걸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일부 부분에 대해 착오가 있다는 것인데 이걸 보수언론은 이용수 할머니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조태용 당선인과의 진실게임은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었던 조태용 당선인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에게 사전 설명했다는 외교부 입장을 들은 바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정의기억연대는 위안부 합의 발표 전날 외교부가 책임 통감, 사죄 반성, 일본 정부의 국고 거출이라는 합의 내용을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말 외교부 TF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일본 정부가 내는 10억엔의 액수에 대해선 피해자로부터 의견 수렴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써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략의 얼개외의 구체적 정보를 전달받은 바는 없다는 게 윤미향 당선인 측 입장이다.

보고서에는 당시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고 때때로 피해자 쪽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라는 대목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 측은 명절 때 선물 준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방문한 것 등 외에는 구체적 협의는 한 바 없다고 했다. 결국 피해자들과 성실하고 충분한 협의를 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사전에 알았느냐 몰랐느냐 라는 진실게임 구도는 성립할 수 없다.

맥주집 3천만원 지출에 대한 진실게임도 보도도 있다. 맥주집에서 후원행사 하면서 3천3백여만원을 지출했다고 장부에 써놨는데, 맥주집 주인은 당일 실제 발생한 매출은 972만원이고 자신들이이중 542만원을 되돌려줘서 정의기억연대가 실제 결제한 금액은 430만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보도로 보면 정의기억연대와 맥주집 주인과의 진실게임 구도 같다.

그러나 맥주집 주인이 페이스북에 글 올려서 이런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후원행사는 정의기억연대가 미리 티켓을 발행했고 이게 현장에서 현금처럼 쓰였다. 이 중엔 사용이 안 된 티켓도 있고 현장에서 현금 결제를 한 경우도 있을텐데, 이런 방식으로 이익을 남기는 게 시민단체가 흔히 진행하는 후원주점이라는 행사의 형식이다. 972만원은 현장에서 업체가 회수한 티켓에 대해 정의기억연대가 지불한 금액이다. 업체는 이 비용 중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금인 542만원을 다시 정의기억연대에 후원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정의기억연대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즉 전혀 진실게임 구도가 아니다.

3천3백여만원이라는 대목은 이 얘기와는 따로 봐야 한다. 후원의 밤 행사라고 설명한 것에서 보듯, 맥주집에서 쓴 돈은 정의기억연대가 모금을 하기 위한 사업비로 분류돼있다. 3천3백여만원은 한 해 동안 모금사업을 위해서 지출한 비용의 총액이다. 정의기억연대 설명에 따르면 모금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의 거래처가 140여곳이 되는데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보고하는 양식에 140여개를 다 적을 수 없고 대표 지급처 하나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돼있다고 한다. 그래서 거래비용이 큰 맥주집 이름을 적었다는 것인데, 이게 장부 기록 상의 오류일 가능성은 있지만, 없는 돈이나 내역을 만들었거나 한 건 아니라는 거다.

언론들은 왜 이렇게 보도할까? 첫째는 사안을 깊게 취재하지 않고 이슈를 따라가면서 단편적으로 드러난 사실 중심으로 보도해서 생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성실한 취재와 사실 확인에 힘써야 한다. 둘째는 주로 보수언론을 통해 이런 보도가 나온다는 점에서 진보는 대개 위선자이고 파렴치하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스스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셋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좋은 합의였는데 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반일노선으로 사실상 무효화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의기억연대가 피해자들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위안부 피해자들 이용하고 있는 게 누구인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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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의 타조동맹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5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요즘 다수파 전략이라는 말이 유행인가? 온갖데서 이 단어를 마주쳐서 좀 당황… 아무튼 오늘 방송 내용 재미있는 거 같아서 올려본다.

오늘은 타조동맹이다. 브라질의 정치학자 올리버 스토인켈이 고안한 개념인데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계지도자들에게 붙인 이름이다. 타조는 위험이 닥치면 몸은 그대로 두고 머리만 모랫속에 숨기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각국 지도자들이 위기를 외면하고 자기 생각대로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조동맹에 속하는 사람으로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이 있는데, 앞서 올리버 스토인켈이 브라질에 있으니 사실 타조동맹 얘기로 겨냥한 건 보우소나르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보우소나르의 망언에 대해선 몇 차례 다룬 바 있는데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했다. 격리와 봉쇄를 중심으로 방역대책을 짜면 경제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면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서 공장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또 격리조치 확대를 주장하는 보건 장관을 경질해버렸다. 소셜미디어에 바이러스에 대한 자기 주장을 올렸는데 코로나19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삭제당하는 굴욕도 당했다.

요즘엔 탄핵 얘기도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두 아들은 각각 하원의원과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직을 갖고 있는데 가짜뉴스 네트워크 가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아들의 측근으로 교체하기 위해 경찰청장을 해임하려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이것도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브라질은 계속된 대통령 탄핵으로 극도의 혼란 상태이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타조동맹에 가입되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전세계적 우려를 광란이자 정신병이라고 규정하고 각국의 방역대책은 오버액션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트랙터를 몰다 보면 치유된다고도 했고 보드카를 마셔서 바이러스를 죽이자고도 했다. 벨라루스에선 스포츠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리고 있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아이스하키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2차대전 전승 기념 퍼레이드를 강행하기로 했다. 벨라루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일까지 1만8천명이 넘는 걸로 파악되고 있으나 봉쇄 조치는 당연하게도 전혀 없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는 독재자이다. 벨라루스는 과거 소련의 일부였다가 1990년에 독립했다. 1994년 첫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이때 당선됐고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10대인 아들을 유엔총회 등 국제무대에 대동하고 다녀 세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권력이 유지되는 비결은 소련식 통제 경제체제를 유지해 국유회사 및 자산의 사유화를 막아 부패 기득권(올리가르히)의 등장을 막았다는 평가 덕분이다. 벨라루스 경제는 러시아가 싼값에 공급하는 원유를 정제 서방에 파는 방식으로 유지돼왔는데, 이런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장악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경제적 통합을 압박하면서 석유 및 가스 가격 인상과 보조금 삭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코로나19를 비웃고 있는 것도 사실 경제 지표 등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도 타조동맹으로 언급된다. 니카라과는 야외 활동을 장려하고 있어 부활절 퍼레이드나 해변에서의 수영 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이후 공식석상에서 없어졌는데 잠적 34일만에 나타나 코로나 19는 신의 계시라며 일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집권했고 2007년에 재집권한 후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람은 니카라과의 독재자들인 소모사 가문의 붕괴를 주도한 혁명가 출신이다. 1945년에 태어나 1963년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에 가입해 1979년까지 투쟁했다. 소모사 일당들이 미국으로 도망가면서 성공은 혁명했고 이후 오르테가가 사실상 정권을 잡았다. 1984년 치러진 선거에서 정식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미국의 압력과 산디니스타 해방전선 조직원들의 부패연루 스캔들 등으로 정권을 잃게 됐다. 이후 야당을 이끌며 이런 저런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온건 노선으로 전환하며 버티다가 2006년 대선에서 우파 진영의 분열 덕에 재집권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개헌을 통해 대통령직의 무제한 연임을 가능하게 했고 영부인의 사례에서 보듯 자기 가족들을 기득권에 대거 진입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 상당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도 타조동맹이다.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당연하게도 모든 야외활동을 아무런 제한없이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말의 날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코로나19 확진자 공식통계는 0명이지만 아무도 믿는 사람은 없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이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0명은 아니다라고들 한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 공공장소에서 코로나19 관련 대화를 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가 발각되면 사복경찰이 잡아간다고 한다.

근데 왜 말이냐,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말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 지역에 뭔가 말에 내세울만한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르크메니스탄 최대의 자랑 중 하나는 아할테케라는 품종의 명마이다. 한자로 한혈마라고도 하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가 이 품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겉보기에 아름다운데다 체력… 특히 지구력이 좋아 사흘 밤낮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당연히 말 애호가들 사이에선 최고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결국 부유층을 겨냥한 사치재의 성격인데, 2차대전 때 많이 죽어서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물론 그 전임자도 이 말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가끔 외국 정상들에게 선물로 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타조동맹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방역을 무시하는 행태를 여러 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역시 봉쇄나 격리 등을 통해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까지 보리스 존슨은 현대의학을 무시하고 개인생활수칙을 일부러 어기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죽음의 문턱에 갔다온 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것이고 봉쇄조치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새로 태어난 자식들에게 의사들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영국의 의료체계는 모범적인 걸로 알려져 있는데 사망자 수가 급증한 이유 역시 보리스 존슨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료체계가 있어도 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안 하면 순식간에 방역망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보리스 존슨 총리 한 사람만 이런 사태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인 NHS는 2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도입됐는데 마거릿 대처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파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돼왔다. 1992년 보수당 정권이 NHS의 일부를 무너뜨려 민간의료산업을 창출했고 이후 NHS에 들어가는 예산은 꾸준히 삭감돼왔다. 예산이 삭감되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비효율적이라는 공격을 받게 되고, 공격을 받게 되니 다시 예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리스 존슨 총리가 크게 혼난 이후엔 의료진들에 성과급을 주기 위한 예산 추가 편성을 고려한다고 한다.

타조라고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자기 대선 유세장처럼 활용하다가 소독제 주사 발언 등으로 큰 비난을 초래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돈 문제다. 격리 봉쇄 이런 걸로는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코로나19 별거 아니란 식으로 대응해온 것이다. 그러다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부랴부랴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이미 늦었고 잘 안 되다 보니 소독제 발언 등 무리수를 둔 것이다. 최근 내놓는 반격카드는 중국책임론인데… 단순히 자기 책임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있으나 재선을 의식해 지지층을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전통적으로 중국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죽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은 경기가 괜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중국과 자기가 협상을 잘한 덕분이라고 주장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위험해졌다. 그래서 다시 대중무역 이슈를 꺼내든 것인데 경제가 회복이 안 되면 실제로 중국을 향한 뭔가 액션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처럼 경제와 방역을 동시에 잡은 국가가 나서서 말려줘야 하나 생각도 들지만…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될까 걱정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다니엘 오르테가, 보리스 존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자이르 보우소나루, 코로나19, 타조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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