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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북한 문제

2020년 9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군 발표가 난 24일 목요일 낮 방송에 나가서 한 얘기가 이랬다.

1) 다 떠나서 시신을 불태우는 것은 일반적인 조치가 아니므로 코로나19 관련 조치라는 군의 설명은 타당한 면이 있다.
2) 1)을 전제하면 북한군이 희생자를 해상 심문한 과정에서 희생자가 월북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육상으로 진입 의사가 있어야 방역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
3) 1)과 2)는 북한의 내적 논리에 따른 조치일 뿐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며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다음 날 김정은의 사과와 통지문이 나왔고 그 다음날인가 해상군사경계선 타령… 이에 대해서는 일요일 방송에서 다뤘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였다.

1) 김정은의 사과는 이례적이고 정상적 통치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게 의도의 전부는 아니다.
2) 우리가 파악한대로 하면 북한이 한 일은 IS나 다름이 없는 것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용납 불가능한 일이 된다.
3) 북한의 주장은 경계근무 중 거동수상자가 수하에 불응해 사살했을뿐 시신을 태우지는 않았다는 걸로 정상적 군사활동의 일환으로 사태를 축소하려는 주장이다.
4) 해상군사경계선 관련 주장은 최고지도자가 사과도 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겠으나 모든 걸 접어줄 수는 없다는 군의 입장이다. (김정은은 이를 용인할 것이다.)
5) 야당으로서는 청와대, 정부, 군 대응의 적절성을 충분히 따질 수 있으나 세월호 7시간에 빗대는 것은 부당하다.
6) 여당 역시 남북관계, 여야관계 등만 중심에 놓는 판단만을 할 게 아니라 희생당한 이의 삶을 중심에 놓고 대응해야 한다.

월요일 방송들에서도 앞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얘기를 했는데, 추가로 이런 말도 했다.

1) 여당은 희생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고 오직 사건의 효과만을 논하고 있다.
2) 이는 집권 세력의 통일관 문제라기 보단 정파적 유불리만 기준이 되는 문제이다. (같이 나온 분이 통일관의 문제라고 주장했음.)
3) 마찬가지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서 집권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한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정치에 해를 끼칠 것이다.

기왕 여기까지 얘기했으니까… 해를 입는 범주에는 이른바 진보정치가 포함된다. 개별화 된 ‘피해자’들을 정치적으로 연대할 수 있게 만들려면 명분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이용당한다’는 것은 명분을 통한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 지난 과정에서 선거법 문제가 안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익’을 ‘명분’과 교환한 것처럼 된 것. 따라서 상당 기간 명분을 중심에 놓는 정치를 만들고 이걸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이 진보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걸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세대교체는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맨날 하는 얘기니까 그만함.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정은, 북한, 월북

웬 안중근

2020년 9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이 사건은 이제 코미디의 영역으로 가는 것 같다.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가 있어요. 나는 순흥 안씨는 또 무엇이며… 윤봉길 의사 손녀는 뭐고… 고부군수 조병갑 이런 거 또 얘기해야? 최근 이 분야의 괄목할만한 성과는 중앙일보 조강수 씨의 글인데 지난 번에 링크했지만 다시 한 번 인용해본다.

지난 24일 조연행 한양조씨대종회 부회장과 통화해 심경을 물었다.

조국을 조광조 선생에 비유했는데

“급이 다르다. 현실 정치인들이 조국을 끌어올리려고 갖다 붙인 것이다. 양측에 항의해 정식 사과를 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인가.

“그렇다. 망발이다.”

그는 한양조씨 종중회원은 6개파 35만명이고 정암 선생은 양절공파라고 했다. 요샌 ‘n번방 사건’ 주범, 심지어 조선 좀비 드라마 ‘킹덤’의 간신까지 ‘혜원 조씨’라서 ‘조씨 전성시대 같다’고 눙쳤더니 이런 답이 왔다.

“조씨라고 다 같은 조씨인가요?”

추신. 당일 가족묘에 참배하러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묘비명에 ‘양절공파’라는 글귀가 뚜렷했다. 내가 조광조의 직계 후손임을 이번에야 알았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https://news.joins.com/article/23764584

여당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거의 포기한 건가? 이 사건 관련 글을 세 개나 썼다. 일주일에 한 번 쓰는 잡지 글 주제를 뭘로 해야 되나 고민인데, 일주일 내내 이 얘기 뿐이니 또 써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다 똑같은 내용인데… 아래는 지난 주에 낸 글이다.

엘리트의 대중 지배는 합의된 통치 방식을 대중이 수용함으로써 정당화된다. 의혹이 제기되면 물의를 일으킨 것에 일단 사과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명예회복의 길을 찾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행태의 하나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태도는 이런 ‘합의’가 무너졌다는 걸 보여준다. 합의된 통치가 아니라 양대 엘리트 파벌의 아귀다툼에 모든 사회적 자원이 동원되는 것이다.

…

이런 사건은 개혁이란 명분이 대립을 정당화하는 근거로만 쓰이는 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그 반대, 즉 개혁하기 위한 대립이다. 이걸 위해선 개혁을 위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다 가질 순 없다. 정치적 책임이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게 본질이다. 여당 사람들은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221.html

추가. 메이저 언론의 좀 더 진지한 접근으로 한겨레의 아래 두 글을 특별히 이어 붙인다.

추 장관 부부 중 누군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했다는 건 논외로 해도 될 듯하다. 민원을 받는 곳에 청탁할 바보는 없다. 민원실에는 청탁을 들어줄 사람도 없다. 그냥 민원 전화다.

보좌관의 전화는 문제가 다르다. 그는 집권여당 대표의 지시를 받는 신분이다. 보좌관과 통화했다는 상급 부대 장교는 수화기 너머 아른거리는 집권여당 대표 추미애를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직접 부대까지 찾아가 휴가 연장 처리를 하라고 당직병에게 지시했을까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보좌관의 전화는 문의도, 민원도 아닌 청탁 전화다. 추 장관이 아닌 아들이 직접 보좌관에게 전화를 부탁했더라도 상급 부대에 청탁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들이 여당 대표 보좌관이라는 ‘청탁 루트’를 활용할 줄 알았다는 사실만 도드라질 뿐이다.

법적인 책임 문제는 뒤늦게 발동을 건 검찰이 따지면 된다. 그렇다고 추 장관이 지금처럼 “제가 (보좌관에게 전화를) 시킨 사실이 없다” “(보좌관에게) 확인하고 싶지 않다”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유지하면 민심은 더 나빠질 것이다. 뻔히 보이는 잘못에 그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버텨 상황을 더 험악하게 만든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공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억울해할 일도 아니다. 추 장관은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나 인사권·감찰권 행사 등을 통해 전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검찰에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기준을 엄격하게 높인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도 그러한 기준이 적용되는 게 자연스럽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2453.html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보좌관이 개입했다면 군 입장에선 그를 추 장관의 대리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설사 추 장관이 여기에 개입하지 않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이 아들에게 ‘엄마 찬스’를 제공하려 했다는, 이른바 갑질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 문제 되는 건 추 장관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인사들의 일반 정서와는 동떨어진 언행이다. 추 장관은 “소설 쓰시네”라는 거친 말로 논란을 증폭시켰고, 여당 의원들은 “카투사는 편한 군대” “국민의힘에 군대 안 간 사람이 더 많다” “제보 사병은 단독범”이라는 등의 막말로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 여당 대변인의 궤변은 낯뜨거울 지경이다.

이처럼 ‘불법이 아닌데 뭐가 문제냐’ 식의 생경하고 뻣뻣한 대응은 자칫 진보의 오만이나 독선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거친 대응은 일시적으로 지지자들을 불러모아 위기 국면을 벗어나는 수단이 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지난 주말 추 장관이 페이스북 글에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적은 대목도 논란거리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흔들려는 악의적인 의혹 제기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겠지만, 자칫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피해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은 첨예한 이슈에 대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사안의 성격과 무게를 감지한다. 모든 사안을 불법과 합법으로만 볼 수는 없다. 불법 여부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야 할 기준과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2474.html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안중근, 안철수, 엘리트주의, 조광조, 조국, 추미애, 피플파워

북한 위임정치에 대한 보고서

2020년 9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김여정이 왜 이러냐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보고서가 있어 읽어보았다. 비전문가로서 나 같은 사람이 혼자 해석한 내용(물론 한계가 있을 것)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보고서 전문 PDF는 아래 링크에 첨부돼있고, 여기서는 일부 내용만 발췌한다.

http://www.ifans.go.kr/knda/ifans/kor/act/ActivityView.do;jsessionid=t9Oj22JpaWTIE+l1pt7oJZJ3.public12?sn=13630&boardSe=pbl

‘유일체계’ 혹은 ‘1인 독재 국가’라는 말이 시사하듯 지도자 1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북한의 정책결정 시스템에서는 조직행태나 정부정치적 요인이 나타날 개연성이 매우 낮다고 일견 판단할 수 있으나,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한 권위주의 체제일수록 이러한 경직성이 조직행태적 요소의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 보고서는 판단함.

△정책노선이나 지향점의 차이를 전제하는 정부정치 요인과 △각 기관 고유의 논리와 사고방식, 표준운영절차(SOP)에 대한 경직성이 기관 간의 입장 차이로 나타나는 조직행태 요인을 구분할 필요가 있음.

조직정치적 요인은 정책방향이나 노선보다는 각 기관의 고유한 작동방식 이나 고정화된 패턴이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음. 북측의 공식문헌이 ‘기관본위주의(우리의 조직이기주의와 유사한 쓰임새)’라는 말로 이러한 경향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는 점은 그와 같은 현상이 예외적이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음.

…

(김여정 담화의) 대미 메시지와 대남 메시지 사이에는 문투나 사용하는 어휘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일관되게 드러나는 바, 대미 메시지가 북한의 전통적 외교 문장과 유사성이 있는 반면 대남 메시지의 경우 ‘나는…밉더라’ ‘미안한 말이지만’ 등 개인적 문장 특성이 강하게 드러남.

김여정 본인이 전통적 외교 문장 작성에 익숙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미메시지의 경우 전문관료들의 조력 혹은 검토를 받은 흔적이 드러남. 반면 대남 메시지에서는 반면 대남 메시지에서는 이러한 제약 없이 그대로 발표된 것으로 보임. 이는 대남부문과 대미부문에서 김여정의 전문성 혹은 결정 권에 일정한 차이가 있음을 시사함.

…

김여정의 위임 권한은 △통전부를 중심으로 하는 대남부문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이 또한 결정적 국면에서는 김영철이라는 상징적 존재가 필요했으며 △대미부문의 경우 외무성 등 전문관료그룹의 조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짐.

…

당시 김여정의 담화가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총참모부 에게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그 무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것이라고 믿는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 대남부문은 지시의 대상인 반면, 총참모부로 대표되는 북한군은 요청 혹은 기대의 대상이라는 뉘앙스가 강함.

같은 방식으로 비무장지대 진출과 전선 요새화 등의 군사행동 방안을 처음 언급한 6월 16일 자 총참모부 공개보도는 이들 ‘통일전선부와 대적관계부서로부터…행동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 총참모부는 대남부서로부터 ‘지시’를 받는 수직적 관계하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의견’을 주고받는 수평적 관계임을 전제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음.

…

김정은 체제의 위임정치 구조가 알려진 바와 같이 대남·대미 부문과 군사부문에 별도의 책임자가 존재하는 형식이라면, 군사행동 방안 관련 메시지의 위와 같은 특성은 이들 부문 사이의 격벽(Compartmentalization)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방증일 수 있음.

이러한 표현의 사용은 김여정이 ‘사실상의 후계자’이거나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인’ 위상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성립하기 어렵고, 오히려 군사부문이 대남·대미 부분에 대해 일정 수준 독립적 관할권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할 것임.

…

달리 말해 이러한 절차 강조는 우선 지휘체계로 상징되는 표준운영절차(SOP)를 지키기 위한 군사부문의 조직행태적 특성을 반영 혹은 고려한 것이며, 최근의 위임 정치 구조가 이러한 격벽 현상을 활용,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임.

…

앞서의 부문 간 격벽 가설을 적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함. 당시 언급된 대응행동계획이 대부분 군사부문에 속하거나 인민군의 조력이 필요한 것이었던 반면, 통전부 관할이었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대남부문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최대치였으리라는 추론임.

특히 폭파 당일은 앞서 설명한 대로 총참 모부가 공개보도라는 형식을 통해 ‘대남 부문의 의견을 접수’했고, ‘당중앙군사위의 승인’을 절차상의 조건으로 밝힌 날이었음. 즉 당시의 폭파는 부문 간 격벽 현상으로 인해 김여정과 대남부문이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조치를 단행한 것이었을 수 있음.

…

대남공세와 관련해 유력하게 제기됐던 설명 중 하나는 김여정의 2인자 위상을 공식화 하려는 국내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었음. 전체 공세기간에 걸쳐 진행된 대중집회와 릴레이 기고는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나, 군사행동계획 보류 결정이 공개된 6월 24일 이후 상황은 이와 상충함.

6월 24일 북한의 온라인 대외선전매체들은 전일 게재했던 대남 비난과 전단살포 캠페인 독려 기사를 일제히 삭제했음. 당중앙군사위 예비회의 개최와 군사행동계획 보류 결정만을 건조하게 보도한 노동신문 역시 당일자 인터넷판의 3면 기사 전체가 사라졌음. 노동신문의 특정지면이 완전히 삭제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임.

전날까지 북측이 관영언론을 통해 진행했던 대규모 대남전단 살포 준비나 ‘전연 지대로 달려가 응징에 동참하자’던 대중집회 메시지는 이후 전혀 언급되지 않았음. 북측이 김여정이 대남공세의 주도인물임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했음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그의 정치적 위상은 반대로 타격을 입었을 수 있음.

…

6월 대남공세의 주된 목표가 주민들에게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러한 목표는 달성됐다고 보기 어려움. 6월 하순 이후 북측의 주요 정치이벤트 관련 보도에서 김여정의 노출 빈도나 수위가 낮아졌으며, 수해 복구 등을 위한 8월의 주요 노동당 회의에 김여정이 연속적으로 불참했다는 사실 역시 눈에 띄는 대목임.

…

앞서 본 것처럼 대남·대미 부문과 군사 부문 사이에는 상당한 수준의 격벽이 존재 하며, 이를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최고지도자 1인뿐이라는 원칙이 정립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음.

특히 이 사안에서 드러난 쟁점은 ‘군부= 강경파’라는 전통적 프레임과 다르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 이는 정책노선 이나 방향에 대한 이견이라기보다는 지휘 체계 혹은 고유영역의 보장이라는 관료주의적 특성에 가깝기 때문임. 달리 말해 북한의 조직·기관에게 이러한 관료적 이해가 ‘대화냐 대립이냐’ 같은 거대담론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임.

…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수뇌부의 잦은 교체를 통해 군부를 성공적으로 장악했 다고 평가 받아 왔음. 특히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장을 통상 현직 지휘관 몫이었던 당중 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하면서 ‘군에 대한 당의 우위’라는 원칙은 정점을 찍은 바 있음.

이에 따라 선대 시기와 달리 현재의 북한 군부에는 높은 수준의 발언권을 지닌 상징적 인물이 따로 존재하지 않음. 이렇게 보면 앞서 전제한 군사부문의 재량권 역시 특정 인물이나 파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직역으로서의 인민군’이라는 집체적 특성 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됨.

…

2018년의 협상국면 진입 이후, 북한은 대외정책 운용에서 김정은-김여정 백두혈통의 활동공간과 가시성을 극대화하는 추세를 보여왔음. ‘외교의 개인화’로 요약할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은 협상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합리적 선택이었을 수 있으나, 그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어 보임.

특히 경제·군사분야와 달리 비전문가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6월 당시 절대적 결정권을 행사한 대남부문의 경우 개인적 한계가 한층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봐야 할 것임. 그러한 한계가 대미부문 등으로 번져 전략적 이익을 훼손하는 상황을 방지 하기 위해 △최종결정권의 김정은 유보, △전문관료그룹의 메시지 관리, △부문 간 관할범위 분리와 관료적 절차 강조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지금의 부문별 역할분담 구조가 갖고 있는 주요 특성은 이러한 고려가 반영된 결과물로 보임.

‘개인화된 외교’는 탄력적 정책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개인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부과함. 하노이 회담의 실패 이후 김 위원장이 감당해야 했던 선전선동 메시지 재구성의 어려움이 그 한 사례였다면, 6월 대남공세의 마무리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는 김여정 제1부부장 역시 같은 함정을 피하기 어려움을 시사함.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여정, 김정은, 북한, 위임정치, 위임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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