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이틀째

7시간을 자고 눈이 얼마나 떠지는지 확인했다. 안검하수 증상이 나아지는지… 잠을 많이 자면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늦은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는데 점검의 필요성이 있다는 걸 깨닫고 집 앞 벤치에 앉아 너트를 조이려고 했다. 공구를 꺼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들이 주위를 둘러 쌌다. 이 자전거는 얼마냐, 공구를 갖고 다니는 거냐, 재질이 뭐냐, 들어봐도 되냐 등등…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예 예 하면서 정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여의도를 한 바퀴 돌면서 잡념을 떨치려는 생각이었지만, 예정된 코스의 70% 정도를 소화한 후 힘이 빠져 버렸다. 소위 말하는 봉크가 오는 것 같았다.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한강에서 당산역으로 빠져 투썸플레이스로 들어갔다.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시켰다. 몸이 진정되니 이것도 재미다 싶었다.

집에 돌아와서 시간을 좀 보내다 약속 장소로 나갔다. 명절을 맞아 1971년도에 탄신하신 김선생님 등의 호출을 받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한 것이다. 생선회를 먹고 했는데, 김선생님이 오키나와에 대해 열정적으로 뭔가를 웅변한 것 외에 뭔 대화를 한 것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오랜만에 가본 노량진 수산시장 근처는 핫플레이스가 되어 있는 듯도 했다. 젊은이들이 많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식당에는 명절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꽤 좋은 장면 아닌가? 부럽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물론 친구, 연인 단위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흠…

집에 오면서 휴대폰에 대해 생각했다. 온통 스팸과 단체문자 뿐이다. 카카오톡을 다시 깔아야 하나? 왜 그렇게들 명절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지 알 것 같았다. 보내면 그래도 답이 올 것 아닌가? 좋다. 그러면 명절 안부 문자를 보내보자. 연락처의 명단을 주욱 보다가…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싶어졌다. 게임이나 하다가 자야지.

내일은 사정이 된다면 카메라를 들고 나가볼까 하는데…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명절 연휴의 시작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 녀석이다. 사회성이 없고,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왠지 약하고(이것은 진짜다. 내가 그러기로 정한 사람들에 대해선 놀랍게도 한없이 약한 녀석이다), 뜬구름 잡는 생각에 빠져 있고, 그러면서 쓰레기 같은 면을 적당히 숨기고 있는… 물론 변한 것도 있다. 나이를 헛으로 먹은 것은 아니어서 옛날 같으면 바로 지랄염병했을 일도 적절히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스킬이 생겼다. 20대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인정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꽤 사람이 됐다는 것을… 그러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어서 속으로는 어차피 똑같다. 뭐 어쩌냐. 그게 나인 것을.

그럴듯한 계획들이 (아마도) 있었지만 연휴 시작 며칠 전에 모두 없어졌다. 일정 조정을 하고 했으나 허사다. 나는 뭔가 잘못되면 수백번 정도 곱씹어 보는 성격이다. 가령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고 한다면, 그래서 상처에서 피가 난다고 하면, 일부러 눌러본다. 얼마나 아픈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제로 최근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손톱이 깨지고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찰과상 정도로 병원을 갈 일은 아니므로, 그저 약 바르고 드레싱 밴드 교체하는 일을 반복하여 지금은 거의 나았다. 다만 근육 통증이 좀 남아있다. 근육 통증이라고 별건 아니고 근육이 좀 놀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수준의 얘기다. 아무튼 이 모든 상처를 계속 눌러보고, 사진찍고 등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더라. 아무리 끔찍해도… 외면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리하여 수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으나, 또 이렇게 되지 않을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할 때에는 잡념을 떨칠 수 있으나 가만히 있을 때는 그럴 수도 없어서 오늘은 귀가를 해 멍하니 있다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보통 무조건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굳이 어디 갈 일도 없는데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만 나갔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잠수교까지 갈까 했지만 밤이라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 여의도를 한 바퀴 돌고 안양천을 통해 집에 돌아오는 걸로 타협했다.

보통 연휴 때는 밀린 일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을 갔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꼭 감당할 일이 있는 게 아니면 그냥 멍하니 있을 생각이다. 그래서 레토르트 국, 탕, 찌개류를 잔뜩 주문했다. 햇반 돌려서 같이 먹으면 간편하다. 마음이 동하면 냉동실의 생선 등도 소진해야겠다. 그러면서 여러가지를 구상해야겠다.

밥을 먹으면서 유리심장인가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았다. 밴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순정만화풍이다. 히무라 켄신을 했던 사토 타케루가 음악 천재로, 약방의 감초 스다 마사키가 불량한 밴드맨으로 나온다. 그 외 멋진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 일본 녀석들은 꼭 그렇게 안전한 길로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건가? 잘 나가다가 스토리가… 그런데 사토 타케루 이 녀석 피아노 건반을 실제로 대충 맞는 부분을 짚는데, 일본 녀석들 대단하다.

나고야에 가고 싶어졌다. 물론 드라마와 나고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새로 산 게임이나 조금 돌려보고 자야겠다. 이번 연휴의 목표 중 하나는 잠을 많이 자는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좋은 말로 하면 악플이 아니게 되나?

요즘 유튜브에 악플을 다는 녀석들이 있다. 죄다 차단하고 있다. 처음에는 악플이 아닌 것처럼 달아 놓고 반응이 지 맘에 안 들면 악플러로 변모하는 녀석도 있다. 오늘은 개중에서도 특이한 녀석이 있기에 따로 기록한다.

이 녀석이 쓴 악플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여기 좋은 의도로 올린 댓글이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분이 지우고 가셨나 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저도 몇 줄 올릴까 합니다.

비아냥은 절대로 재미있는 아이템이 아닙니다.

일부러 하신 건 아니겠지만 반복해서 하지 말아달라고 댓글을 올리셨던 거 같은데, 그 분의 댓글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어떤 의도에서 언급하셨던 간에 또다른 비아냥으로 들렸을 거 같습니다. 왜 그 댓글을 속으로 삼키지 못하셨을까요.

한국일보의 클레임도 한 번만 언급해도 됐을텐데 왜 계속 언급하셔야 할까요.

구독자한테 자주 짜증내는 것도 이상한 부분입니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짜증을 참을 수 없다면 진지하게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 방송의 구독자로서 하차하고 싶은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유는 짜증이나 비아냥 때문이 아닙니다. 총통이 일본 얘기를 할 때마다 유난히 행복해보이는데 참을 수가 없습니다. 평소 우울해보이는 총통이 마음의 고향 일본 얘기만 하면 행복을 참을 수 없나봅니다.

총통이 일본 정치인의 이름 하나하나를 꼬박꼬박 애정을 담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솔직히 소름이 끼칩니다. (이것도 혹시 비아냥이나 짜증과 같은 맥락에서 하시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총통이 일본 얘기만 시작하면 제 경우엔 불쾌감과 함께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총통은 아마도 일본의 지역운동가들과 연대해야 할 때라고, 그래서 앞으로도 자주 언급해야 할 문제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총통의 태도는 어쩐지 구독자나 반일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항상 공격(?) 또는 생각의 강요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총통은 앞으로도 제가 구독하고 있는 여러 방송에 출연하실텐데 그 훌륭한 식견을 좀 더 좋은 그릇에 담아 보여달라는 겁니다. 불필요한 감정은 삼키고 좀 더 프로답게 구독자를 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녀석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평소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해를 못하니까 이런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 녀석이 왜 그러냐고 묻는 것은 방송 중에 다 답을 했다. 근데 그 답을 다 듣고도 이렇게 쓴다는 것은 이해를 못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 외에는… 이 녀석의 방식으로 나도 이 녀석의 댓글을 요약해보겠다.

  1. 나는 여기 공개된 곳에 아무렇게나 아무 얘기나 써도 되지만 유튜브 방송을 하는 너는 소중한 오갸끄사마의 댓글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2. 네가 채팅창에다가 화를 내는 것은 정신적 문제이다.
  3. 그러나 나는 네가 화내는 것은 괜찮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네가 일빠라는 점이다. 너는 일본 자민당 정권을 지지하는 일빠이다(실제 방송 중에 일본 정치인 이름을 언급한 것은 99%가 자민당 인사들임). 그리고 너는 일빠를 오갸끄사마에게 강요한다.
  4. 나는 오갸끄사마로서 너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하는 것이니 서운해하지 말고 더 성장하기 바란다.

이런 녀석이 있으니까 내가 화를 내는 것이다. 이런 녀석들은 화라도 내지 않으면 지들이 아무 얘기나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녀석 같은 경우는 통제를 하려고 드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유형이 있겠는데, 내버려 두면 점점 더 한다. 나도 처음엔 좋은 말로 한다. 듣지를 않으니까 지랄을 하는 거지.

다만 내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보는 것은, 이상한 놈은 일부에 불과한데 왜 방송 보는 사람들 전체가 단체 기합(?)을 받아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 녀석이 언급하는 좋은 취지 댓글을 단 다른 녀석이 그 얘길 하기에, 그런 지적은 계속 되어 오고 있기도 하여서, 그건 늘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댓글은 다소 고약한 내용도 있었으나 차단할 것까진 아니라고 생각해 내버려 두었는데, 이후 또 왜 섭외가 안 되는 줄 알겠다는 둥 하면서… 설명을 다 듣고도 개소리를 달기에 차단해 버렸다.

글을 써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을 해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다 찾아 보고 얘기를 해줘도 못 믿겠다고 하고, 그런데 어떤 놈이 얘기하는 거는 아무 근거없이 얘기해도 무조건 믿을 수 있다고 하고… 뭐 어떻게 해야 되나? 세상이 이렇게 가는 것에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