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겨레의 기획 기사가 이어졌는데, 아래의 대목이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생태계 내부의 담론 구도 역시 대립각이 명확해졌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의 도움을 받아 비상계엄 이후부터 올라온 게시물 3만364건을 대상으로 ‘토픽 모델링’ 분석을 봤더니, 극단적으로 양쪽으로 나뉜 담론의 뿌리가 드러났다. 토픽 모델링이란 해시태그, 게시물 본문 등을 분석해 주요 ‘열쇳말’(토픽)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재명-민주당-좌파-공산주의자-부패’가 하나의 담론 사슬을, ‘보수-국민-자유-민주주의-정의’가 또 다른 사슬을 이루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극우 생태계 안에서는 ‘내부의 적’인 이재명, 민주당, 좌파가 ‘외부의 적’인 공산주의자, 중국과 함께 ‘하나의 적’으로 결합하는 셈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유럽과 미국의 극우 포퓰리즘은 ‘우리’와 ‘그들’을 분리한 뒤에 표적집단인 ‘그들’이 문제의 원인이라면서 공격한다”며 “한국에서도 부정선거론이 중국인 혐오로 연결되면서 소수자 혐오로 진화해나가는 방식으로, 서구 극우 포퓰리즘과 매우 닮은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83164.html
이거 제가 글과 방송 등에서 늘 말씀드리는 바이다. 이 얘기 한지가 한참 됐다. 한겨레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분석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바로 이 담론 전략 수행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들의 담론에서 진보는 중국, 북한, 전체주의, 공산주의, 이재명, 문재인, 민주당, 여성주의, 차별금지법 등과 사슬을 이루고 있다. 이 중 하나에만 반대해도 나머지 모두를 반대하게 되는 전략이다.
이들은 자신을 기사에 나온 ‘보수-국민-자유-민주주의-정의’로 규정하는데, 여기서도 중요한 건 이 사슬이 자신들이 따르는 가치로 규정된 게 아니라, 자신들이 반대하는 것의 반대 개념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즉, 진정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해서가 아니라, 전체주의와 독재를 반대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자유고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청년-극우 담론에서는 여성주의를 반대하면 전체주의와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투사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담론 사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텅 빈 기표이다.
이런 작업은 기사에서 말하는대로 비상계엄 이후가 아니라, 그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굳이 단기적 기원을 찾자면 박근혜 탄핵, 문재인 당선 이후이다. 그때는 인스타그램을 지금처럼 활용하지 않았으니 정량적 분석이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오랫동안 보수언론을 보고 보수정치의 언어를 관찰한 경험을 가진 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런 얘기들을 짧게 정리한 원고가 있는데, 이미 넘겼지만, 이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이런 얘기를 집중력있게 길게 정리할 계획도 갖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해에 다 써놓은 원고를 개작해야 한다. 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쓴 이웃집 극우에도 제가 쓴 파트에 위와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아무튼 올 해 책을 두 권 출간하리라 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이런 논의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텐데…
도움이 안 됐을라나? 하긴 다들 내가 뭐라 하든 관심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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