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2의 황교안 제2의 윤석열
제가 전당대회 때 이 얘기를 여기저기서 좀 했는데, 코웃음치거나 비웃더라. 아니면 그냥 덮어놓고 막 비난하는 걸로 알든지…. 근데 정작 저는 이 얘기를 국민의힘 사람들, 그것도 중립적이거나 오히려 한동훈 쪽에 기울어져 있는 분들에게 들었다. 한동훈 실제 겪어보니 정치를 깊게 해본 일이 없다는 점에서 윤석열과 다를 바 없고, 그런 대표는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큰 기대 안 한다 라는 취지. 여기서 ‘이미 겪어본 그런 대표’가 바로 황교안이다.
이 얘기 갑자기 왜 하느냐, 주간경향 기사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와있기 때문.
“솔직히 말한다면 한동훈으로는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지난 8월 13일 만난 국민의힘 쪽에서 전략통으로 통하는 인사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친윤’보다는 ‘보수의 코어들이 갖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여론조사를 보면 저쪽이 조국까지 포함하면 더블스코어로 앞선다. 서울·경기에서는 지고,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쪽이 상당한 지지세를 얻고 있다. 이미 얻어낼 지지율은 다 얻어냈기에 확장력은 없다고 본다.”
그는 한동훈 당대표 체제에 의문을 던지는 당내 의원들의 기류도 전했다.
“같이 회의를 해본 의원의 말인데 이 사람(한동훈)은 순간순간 외우고 연구해서 던지는 것은 잘하는데 정작 내공이 필요한 경제나 사회형태에 대한 아이디어는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결국 기재부 출신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받아서 부연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한동훈은 정말 허깨비구나’라는 것이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길다. 윤 대통령이야 출마 선언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9개월밖에 안 걸렸기 때문에 설혹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거를 틈이 없었지만, 한동훈은 내년 9월에 사퇴하더라도 1년은 더 넘게 가야 한다. 결국 ‘허당’이라는 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8180900021
이 기사에 보면 용산이나 동훈쓰 측이나 전형적인 여론 파악 태도가 드러나는 데, 바로 그 다음 대목이다.
이 인사는 ‘정치인 한동훈’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대면 접촉의 부재를 꼽았다.
“국민 눈높이나 민심을 강조하는데 한동훈은 그것을 인터넷 댓글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평판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야 할 시간에 혼자 휴대전화를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결정권자들이 자기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하는 버릇이 있잖은가. 한동훈은 네이버에서 자기 이름 쳐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게 트위터(현 X), 커뮤니티, 유튜브까지 가는 것 같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시절 기자는 모 비대위원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용산 측 모 인사가 관여하고 있는 댓글팀에서 자신의 재산 축적 과정 문제와 한동훈 위원장의 사생활 문제를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비대위 갤러리’를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소문을 기자에게 전하면서 “디씨인사이드에 그런 이름의 게시판이 있다는 걸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 알았다”라며 “그런 식으로 비대위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 용산 측의 공격이 너무나 저열해 한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빋갤(비대위 갤러리의 약칭)’을 통한 네거티브 공세는 당대표 선거기간에도 계속됐다. 선거 과정에 나온 한동훈 네거티브 자료의 최초 출처는 대부분 ‘빋갤’이었다. 당대표 선거 후 ‘한동훈=(윤석열 대통령의) 배신자’ 프레임이 지속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빋갤’과 ‘빋갤’에 올라온 폭로를 원자료로 하는 우파 유튜버들의 방송이다.
이게 왜 이러냐 하면, 한동훈이 당 대표로서 자기가 의사결정 하는데 참고하거나 조언을 들어야 할 공식 단위가 있을 거란 말야. 인터넷 여론 파악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인 거고, 정 필요하면 아랫사람한테 시켜서 그 파악해가지고 보고 좀 해주세요 이래야 말이 되는 거 아님? 근데 그게 아니고 자기가 직접 파악한다는 거는, 참고하거나 조언을 듣는 것에 있어서도 당 공식 단위를 주변화 한다는 것임. 용산도 봐라. 공격을 해도 정공법으로 하는 거지, 디씨-유튜브 이 루트라는 게 뭐냐? 이걸 공식 단위가 공적 루트로 하지는 않을 거 아냐? 그니깐 이렇게 된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의사결정에서 혼자 생각해 결정하는 ‘홀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공당의 대표라는 것은 당내의 시스템을 총괄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여의도연구원도 있고 당 전략기획실, 정책실, 대변인실 등을 통해 여러 민심을 받아 수렴하고 토론해 정리하고 입장을 내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그런데 그런 당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 피아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측근이라는 사람들도 측근이라고 분류돼 있을 뿐 토론이나 의사결정에서는 벽을 느낀다고 한다.”
이게 용산도 지금 그런 거거든? 세상을 보고 사고하는 방식이 거기서 거기란 것임.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으로는 앞으로의 액션 플랜 자체도 그렇지만 캐릭터 자체로 봐도 어렵지 않나, 하는 얘기를 보수란 사람들도 삼삼오오 하는 중인 거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조성된 불안이 지난 번에 조선일보 양상훈 씨의 이런 글로 표출이 되고 있는 것임.
한 대표가 극복해야 할 첫 관문은 윤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다. 이제 한국 유권자들에겐 검사 정치인 기피증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검사 대통령’ 얘기가 나오면 “또?” 하면서 고개를 흔든다. 윤 대통령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법 적용에 예외 없다’면서 발휘했던 검사의 본질적 장점은 사라졌다. 그 대신 다른 사람들과 공감·교감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검사의 단점은 크게 부각됐다. 한 대표는 비록 윤 대통령과는 차별화됐지만 ‘검사 정치인’이란 범주 밖으로 나오기는 힘들다.
(…)
사람들에게 ‘한동훈’이라면 할 말을 빨리, 딱 부러지게 한다는 것부터 떠오른다. 이것으로 국회의원은 몰라도 대통령은 힘들다. 108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윤 대통령과 불화 재연 가능성은 높다. 현재 국민의힘의 대선 득표 기반은 위태롭다. 한국 대선에서 수도권과 20~50대까지 광범위한 연령층을 잃으면 승부를 할 수가 없다. 한 대표는 이들에게 어필할 무엇을 갖고 있나. 솔직히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일반 시중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한동훈이면 이재명이 대통령 될 수 있고, 민주당에서 이재명 아닌 새 인물이 후보로 나오면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와도 안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거칠지만 무언가 본질을 꿰뚫는 듯한 느낌을 준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8/01/B2YNVY3ZXZFE3PQJ4PE3N5UI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