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통의 일본 국빈 방문을 바라는 사람들
오늘 아침에 박지원 의원이 얘기했다.
◎ 박지원 > 네,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니 그런데 사실 아니에요? 오늘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중앙일보 안혜리 칼럼, 경향신문 구혜영 칼럼, 또 한겨레 기사를 보면은 김건희 대통령 아니에요?
◎ 진행자 > 근데 아침에 신문을 몇 개나 한 얼마나 읽으세요.
◎ 박지원 > 전 11개를 보는데요.
◎ 진행자 > 다 봐요?
◎ 박지원 > 다 보죠. 쭉 넘겨가면서 보면 삼라만상이 기사 속에 다 들어있고 미래와 정책은 칼럼과 사설에 있어요. 꼭 봐야 돼요.
근데 꼭 이런 얘기하면, 그런데~ 박지원이가 글쎄~ 뭐 이러는 분들 있는데, 아 됐고 그냥 신문을 읽으래잖아. 그냥 좋은 얘기로구나 하고 받아들이세요.
오늘 신문에 보면 윤손뇨루 다이토료오가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뭘 구상할 것인지에 대한 대략의 힌트가 나와있다. 먼저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아베 유훈 통치’를 논했는데….
윤석열 외교는 아베가 짜놓은 일본의 대외전략이 완성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2012년 아베가 만든 ‘인도·태평양 구상’의 복제판이다.
(…)
대외전략이 일본과 ‘싱크로율 100%’가 되면서 한국이 ‘독자적 외교’를 펼칠 공간은 사실상 사라졌다.
(…)
윤석열 정부는 안보협력 수준과 신뢰 수준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대신 놀랍게도 대일 저항의 역사를 지우는 방향으로 질주했다. 국가보훈부가 ‘간도특설대’ 백선엽 장군의 친일 경력을 삭제하고, 국방부는 1920년대 가장 빛나는 항일독립투쟁의 주역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치우려 했다. 지난달 발간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는 안중근·홍범도의 항일투쟁이 삭제됐고, 조선은 ‘부국강병은커녕 치안조차 유지할 수 없는 나라’로 기술됐다. 머잖아 일본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데 따른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서인가.
(…)
인·태 전략을 창안한 아베는 2015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리고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기시다는 고인이 된 아베의 유훈(遺訓)을 충실히 이행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를 책임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며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2년여에 걸친 윤석열·기시다의 브로맨스로 ‘아베 유훈 체제’가 등장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정상회담을 저세상의 아베도 흐뭇하게 지켜봤을 것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9112049025
현실 인식 틀 자체는 뭐 익숙한 얘긴데, 특이한 건 ‘아베 유훈 통치’라는 명명이다. 아베 신조 사망 이후 여러모로 거론된 바 있는 단어이다. 오늘 중앙일보가 전문가들이 포럼에 모여 논한 바를 기사로 썼는데, 여기에도 등장한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포스트 기시다’ 체제에서 관저 주도의 정치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훈 정치가 지속할지, 일본의 대외 정책은 얼마나 연속성을 보일지, 그 속에서 한·일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지 등을 주목해야 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7405
단 한 문장인데, 여기에 사실 많은 게 들어있다. 먼저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관저 주도의 정치’이다. 제가 저쪽이 싫은 책에서도 상당히 인용한 나카노 고이치 선생의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에서도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다. 관저 주도의 정치란 원래 구주류와 대립되는 것이다. 안정지향적-유착적-비효율적-합의에 기반한 통치 모델을 변화지향적-개혁적-효율적-중앙집중적 모델로 변화시켜 온 일련의 시도를 말하는 건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조류의 시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라고 볼 수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가 관저 주도 리더십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아베 신조의 독주와 이에 기반한 외교안보 모델은 이 모델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베 신조의 ‘유훈 정치’라는 것 역시 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기시다의 스탠스 역시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뒤집어 말하면 기시다 후미오는 독자적인 관저 주도의 리더십을 펼친 총리는 못 된 거라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자민당 총재선거 포스터에도 조그맣게 나온 거 아닌가.
그런데 위 중앙일보에서 요약한 발제를 보면,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짚고 있다.
이번 총재 선거의 특징은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후보군의 외교안보 정책과 이념은 스펙트럼이 넓지 않고 대동소이하다. 또 자민당 내 파벌이 사실상 해체되고 결속력이 약해진 상황이라 파벌 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정치 자금 스캔들, 통일교와의 유착 논란 등으로 기시다 정권은 퇴진하게 됐다. 이에 따라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개혁파, 쇄신파 인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통 개혁을 외치는 인물은 관저 주도 정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새로 총리가 되는 인물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인물이 그 시점에선 앙시앙레짐일 수 있는 아베 신조의 ‘유훈’을 이어갈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불안 요소는 일본의 리더십 교체 뿐만이 아니다. 발제의 다음 부분을 보면…
한편 한국 내에선 윤석열 정부의 대일 유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거세다.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역사관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 일제강점하 조선인의 국적, 건국의 시점, 이승만 정권에 대한 평가, 친일파의 정의 등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적 진영 논쟁과 결부됐다. 친일 대(對) 반일 프레임이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역사 갈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결단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의 완성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이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잔여 재산의 처리 문제, 사도 광산과 군함도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관련 이슈, 한·일 대륙붕(7광구) 공동개발 협정 등 현안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숙제는 한·일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다. 국민적 지지가 없다면 한·일 협력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모멘텀으로 삼아 구체적인 협력의 ‘액션 플랜’을 마련할 때다.
이렇게 돼있다. 즉, 대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일 양국 모두에서 샌드위치 되기 쉬운 구조인데 정권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경고가 담긴 발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자타칭 전문가들이 한 마디씩 한 얘기를 보면 앞의 발제와 비슷한 얘기들이 많은데, ‘액션플랜’이란 측면에서 제안에 가깝거나 참고가 될만한 것은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 다수석을 확보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특별법을 만들어 ‘제3자 변제’ 자금을 충당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상이 실패했을 때에 대비한 ‘플랜B’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퇴행하지 않는 장치가 필요하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을 만들어야 한다.
(…)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내년 오사카 박람회를 계기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2003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재임 시절 두 차례(2002년, 2004년) 평양을 방문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차기 총리가 되면 반드시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전망이다.
북일정상회담의 경우는 꼭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그런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우린 또 왕따가 된다. 통미봉남에 이어 통일봉남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게 뭘 시사하는지 대통령이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등의 얘기는 지난 번에도 여기 쓴 바 있고 돌아다니면서 떠들기도 하는 얘기다. 내년에 되돌릴 수 없는 어떤 개념틀에 대한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윤상현 씨의 일본 국빈 방문 제안이다. 내년 오사카 박람회는 기시다가 생색을 좀 내보려고 했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여러 일들 중 하나다. 아무튼 면을 좀 세워주면서 국빈 방문이다 라는 건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냥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최근에 대통령하고 ‘번개’를 치는 짱짱하신 분으로 소문이 나있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운 얘기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근데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어떤 아저씨가 또 자기 생긱인 것처럼 길게 뭘 썼더라 이거다.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인지를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당장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는 내년이 문제다. 한국은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버금가는 획기적 공동선언을 희망한다. 하지만 일본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공동선언을 내려면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사과의 수위와 표현을 두고 또 실랑이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사과는 불가능하다”는 매뉴얼 속에 일 외무성 관료들이 ‘총대’를 메고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령 한다 해도 그 수위는 한국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의 책임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대체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푸시’가 필요하다. 난 그게 일본의 윤 대통령 국빈 초청이라고 본다.
(…)
무엇보다 내년에 22년 만에 국빈 방문을 하게 되면 일본 천황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이때 ‘오코토바’라고 불리는 천황의 양국 관계에 대한 발언이 나온다. 천황의 입에서 나오는 과거사 발언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양국 정부 간에도 공동 발표문이 나올 공산이 크다. 못다 한 말들이 있으면 일본 의회연설에서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형식이나 책임 면에선 일 외무성이나 정치인들이 반걸음 뒤로 빠질 수 있고, 우리로선 60주년에 걸맞은 결과물을 대부분 챙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국내의 ‘친일 굴종 외교’ 공격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단, 1년에 국빈 초청을 두 번 이내로 제한하는 일본의 관례상 다소 서두를 필요는 있다. 당장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을 우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봄 오사카 엑스포의 한국관 오픈에 맞춰 가거나, 새로 뽑힌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시기 선택도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은 우겨야 물러선다. 아니, 우긴다기보다 물러서지 않고 설득하면 된다. 고분고분 ‘좋은’ 사람 행세만 하면 그들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 습관적 관성이다. 최근의 한·일 외교 결과를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총리가 말이 안 통할 거 같으면 덴노의 입을 빌어 핑계를 만들고 그걸로 윤석열-윤손뇨루 선언과 그에 기반한 한미일 군사 협력을 밀어 붙이면 된다 이런 생각 아닐까 하는 건데…. 이게 아직 일각의 바람 수준인지 아니면 용산과 구체적인 교감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알 거 같고, 아무튼 내년은 대단할 것 같다. KBS가 일본 노래를 틀거나 그런 거는 좋은데, 정권이 일본의 재무장을 축복하고 용인하는 쪽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좌파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