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내전설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잠깐 그 얘기를 하다 말았는데, 이런 얘기다. 최근에 여당 혁신위는 혁신위가 아니라 무슨 소문위원회다. 소문이 막 제조된다. 윤핵관 4인방 특히 3명이 뭘 한다더라 어쩐다더라 온갖 얘기가 다 나온다. 평론가들은 호시절이다.
인요한씨와 평론가들 얘기 종합하면 대충 이런 스토리다. 1) 대통령이 자기 측근들을 지역구에 꽂아야 한다. 2) 그러려면 먼저 비워야 한다. 3) 윤핵관들부터 비우게 해야 다른 녀석들을 비울 명분이 생긴다. 4) 그래서 김기현씨와 윤핵관들부터 영남 핵심 지역구에서 비우려는데 다들 버티고 말을 안 듣는 중이다. 그러나 곧 정리 될 거다.
최근에 정치컨설턴트가 한 얘기가 그런 거다.
▷김태현 : 그래서 인요한 위원장이 계속 언론에 그 얘기를 하고 그 이후에 당에서도 얘기하고 인터뷰할 때마다 하고 개별 의원들한테 전화도 한다는 거잖아요. 그게 다 보도가 됐거든요. 그럼 이걸 들은 지도부라든지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 언론에서는 김기현 대표,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얘기하던데 어떻게 반응할까요?
▶박성민 : 그러니까 여러 반응이 있을 것 같아요. 자기가 봤을 때 수도권으로 나가겠다고 하태경 의원처럼 선언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마음도 있을 거예요. 내려놓고 가도 좋다. 그런데 뒤에서 너만 살자고 너만 폼 잡을 줄 아냐, 이런 얘기 듣기도 싫으니까 좀 지켜보는 분들도 있을 거고 같은 윤핵관들 중에서도 장 모 의원이야 누리기라도 하고 다 했지만 우리는 일찍이 잘려서 아무 일도 못했는데 왜 우리한테도 똑같이 그러느냐, 이렇게 나올 분도 있을 것 같고 그다음에 사실은 초재선 의원들은 우리는 초재선 의원 아니냐. 또 같은 지역 3선도 아니고. 이런 분들도 있고 다 그럴 겁니다. 다양할 텐데 저는 인요한 위원장이 말하는 대로 될 거라고 봅니다. 결국 시간이 가면 역대 모든 총선이 그랬듯이 결국 버티지 못할 순간이 올 거다.
▷김태현 : 대표님, 그런데 총선에서 유권자들을 보는 게 물갈이 몇 번 했나 보다 유권자들이 알고 있는 핵심적인 인물들이 어떻게 거취를 정하느냐가 뇌리에 남는 거잖아요. 그러면 대표적인 게 소위 말하는 예전에 있었던 김장연대라고 했던 김기현 대표하고 장제원 의원, 1명 더하면 권성동 의원 정도가 대중이 딱 인지하고 있는 빅네임들인데 이 세 사람은 어떤 선택할 거라고 보세요?
▶박성민 : 우리가 물갈이에 대해서 좀 오해가 있잖아요. 저도 집에서 물고기를 평생 키웁니다마는 물갈이할 때 물을 갈지 고기를 안 갈아요. 고기 갈면 뭐합니까? 고기 죽지. 그러니까 당의 분위기, 당풍. 당의 분위기 지금 수직적으로 돼서 말도 못 하고 이견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자만 추종하고 하는 것.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걸 전제로 하고 물을 일단 갈고 그다음에 어떤 고기냐, 이 문제를 얘기해야 되는데 김장연대를 얘기한 분은 김기현 당 대표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당 대표 되면 당 지지율 55% 갈 것이고 대통령 지지율 60% 갈 거다. 그때도 사람들이 뭐라 그랬습니까? 55% 당 지지율이면 상대 당에 출마하셔도 된다. 다 그렇게 얘기한 것 아닙니까? 그런 말에 책임을 위해서 그런 압박을 받겠는데 권성동 의원은 그때 사실 물러났잖아요. 그리고 이준석 대표를 내모는 과정에도 조금 이견이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니까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런 분들은 왜 이걸 다 우리한테… 지금 실세는 사실 장제원 의원인데 왜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느냐. 그 뒤에 이철규 의원 또 박성민 의원 이런 분들이 했는데, 이런 분들도 있겠죠. 그러니까 그분들이 먼저 이 상황을 만든 사람, 이 사태를 만든 사람들이 헌신하고 책임진다고 하면 우리도 그건 피하지 않겠다, 이런 정도겠죠.
▷김태현 : 그러면 그 여론의 압박을 결국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박성민 : 못 버틸 것 같습니다.
▷김태현 : 못 버틸 거다.
▶박성민 : 네.
내가 의문인 거는 이런 거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뜻이 장제원이는 사상구에서 그만해라, 이게 확실하면 저렇게 매일같이 지역구에서 세 과시하고 그럴 수 있느냐는 거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811080002892
물론 약속대련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나중에 사실~~ 그때 그랬던 거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뭐 그런 액션이었습니다 같은 사후적인 설명을 할 수도 있는 문제긴 하다. 그러나 또 모든 게 약속대련이라고 보기엔 노컷뉴스의 보도가 좀 이해가 안 된다. 혁신위가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구안을 보고하기도 전에, 지도부는 우리가 상정 안 할 수도 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041870
어제 방송에서는 윤핵관의 희생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설을 뒷받침하는 칼럼이 언급되었다. 구체적으론 아래의 대목이다.
용산 소식에 밝은 여권 인사는 지난주 이런 얘기를 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전 ‘윤핵관’들과 마주한 윤 대통령이 ‘현재 지역구 대신 수도권에서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A의원이 먼저 ‘알겠습니다’ 했다. 이어 B의원과 C의원은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했고, D의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누가 응했고 거부했고는 중요치 않다. 오래전부터 대통령 마음속에 ‘윤핵관의 희생’이 각인돼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그에게 총선 패배는 곧바로 레임덕을 의미한다. 가장 필사적인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
전체 내용은 이쪽은 이만~~~ 큼 변할 준비가 다 돼있는데 이재명의 민주당이 그 정도 해갖고 되겠어?! 뭐 이러는 건데… 그거는 뭐 일단 치워놓고. 내가 이걸 읽고 궁금한 거는, 그렇잖아도 여당 내외에는 혁신위랑 용산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요~ 이런 것보다는, 혁신위가 하는 거는 대통령의 뜻이다! 잔말말고 들어라! 이런 게 더 팽배한 거 같은데,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녀석은 어떤 녀석이냐는 거다. 그렇지 않나? 윤핵관들이랑 대통령이 밥인지 술인지를 먹으면서 한 얘길텐데, 그 얘길 하고 다니는 녀석은 누구고 무슨 의도인가?
애초에 혁신위라는 게 무슨 소용이고 어떤 역할인지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결국 김기현 체제 유지용이 아닌가? 뭘 하는 척해서 시간 때우고 자연스럽게 공천 국면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김기현 체제 스타팅 멤버이자 윤핵관 4인방 중 하나인 이철규씨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컴백해서 비운데다가 채워넣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까지 보면 세간의 구도 아래에 흐르는 또 하나의 맥이 보일 것도 같고 그렇다. 가령 오늘 동아일보에 실린 칼럼의 어떤 뉘앙스이다.
그런데 이철규가 잘나가는 이유를 듣다 보면 대부분 정치 기술 분야다. 윤 대통령과 철학을 오래 공유했다거나 친노 친이 친박처럼 정치적 친족이라기보다는 2021년 대선 캠프에서 처음 만나 선거를 치르다 여기까지 왔다. 한동훈 이복현 등 특수통 검사 출신들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가 아니라 ‘선거용 테크노크라트’에 가깝다. 사회 연결망 이론에서 말하는 친족 간의 ‘스트롱 타이(strong tie)’가 아니라 일하다 만나 서로 돕고 성과를 창출하는 ‘위크 타이(weak tie)’인 것이다.
실제로 이철규는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고 ‘윤핵관 시즌2’라고 보는 게 맞다. 여당 내 친윤들은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의 4인방으로 시작했다가 역할이 분화되면서 시즌1은 권성동 장제원 투 톱이었다. 권성동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고 장제원이 3월 전당대회 이후 행보가 잦아들면서 사무총장이 된 이철규가 자기 차례가 와서 ‘친윤의 신데렐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철규가 지금의 위치를 계속 지킬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윤핵관 시즌3’를 물려줄지는 내년 총선 후 여권 정치 지형을 가늠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1107/122071246/1
실제로 여의도 호사가들이 장제원은 끈 떨어졌다더라, 요새는 이철규 박 모 등등이 실세라더라 이런 얘기들 한지는 꽤 됐다. 그런데 어쨌든 이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은 그런 거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누굴 비우든 어쨌든 그런 거는 칼잡이 혹은 기술자들이 알아서 하시고,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자리에 꽂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 사람 거기 꽂으려면 반드시 장제원이를 제껴야 합니다, 이거는 기술자가 리포트하는 거고. 그렇다면 여기서 기술자의 사심이 좀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물론 어차피 제거대상이 누구다 하는 것까지 윤통이 어프루브 했을테니 마찬가지 아니냐, 이런 얘기 할 수도 있어.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 왜냐면 윤통은 두려움이 많으신 분이기 때문. 첫째, 법이 무섭고. 둘째, 검찰이 무섭고. 셋째, 사람이 무섭기 때문. 완전범죄를 위해선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돼. 윤통 체제에서 그만둔 사람들 아무리 안 좋은 그림으로 그만둬도 대통령이 막 불러서 술먹고 끝까지 챙겨주고 하는 이유가 다 있어요. 이게 나만 하는 소리가 아니고, 아까도 그랬지만 이준석씨가 경향신문에다가 글로도 썼더라 이거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진실한 사람들”을 자처하던 사람들이 수사를 받으며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불리한 진술을 했는지 우리는 몰라도 윤석열 검사는 안다. 스스로 윤핵관이라 호칭하는 이들이 권력 끈이 떨어지면 어떻게 대통령에게 불리한 얘기를 할지 불안할 테다.
임기 초 이준석과 홍준표, 유승민과 나경원 모두 본인보다 보수 진영에서 활동해온 이력이 길고 깊은 상황에서 느낀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을 제압하고자 몇 년 전 검찰총장 청문회장에서 자신을 맹비난했던 장제원 의원을 위시한 윤핵관을 앞세웠기 때문에 이제는 그들의 변심 이력이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국회를 채워야 하는데, 민심을 보니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얼마나 두렵겠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각 영주와 경산에서 무소속으로도 충분히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신이 엄벌주의로 단죄한 사람들이 몇 년 지나지 않아 민심의 선택을 받아 정치에 복귀한다는 것도 두려울 것이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이 당에 입당하기도 전에 당을 완전히 뽀개고 대표는 3개월 내로 내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담긴 녹취가 공개되었다. 뒤에 들리는 말로는 녹취한 사람이 이미 몇 달간 대통령실에 해당 녹취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그 몇 달간 대통령실은 알게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녹취를 공개한 이들은 비슷한 녹취가 500여건 더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그 녹취 내용이 뭔지 통화 당사자인 대통령 측은 알 테니 얼마나 두렵겠는가.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10312029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