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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선거법 개정

진보정치에 있어 선거법이라는 환상

2023년 11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엊그제 우연히 비대위원장님이 된 변호사님과 마주쳤다. 비대위원장님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좀 좋게 말을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렸다. 뭘 좋게 말해주는가? 사실 그렇다. 정의당에 대해서 대체 뭘 좋게 말해줘야 하나? 비대위원장님이 말했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느냐! 내가 그랬다. 제가 제일 불쌍합니다!

지난주엔가 한겨레 사람들이 ‘월간 김민하’라는 방송을 하라고 해놓구선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부르고 비대위원장님을 전화 연결하고 그랬다. 이 방송은 1부에 김민하가 나와서 뭘 떠들고 2부에 다른 분이 나와서 무슨 말씀을 하는 형식인데, 최근에는 2부에 김준일님이 나오는 걸로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또 김준일님이 2부에 나오니 그 분의 수많은 팬들이 1부에서부터 기다리다가 김준일은 어디가고 이상한 놈이 나와서 자꾸 떠드냐며 항의하다가 나가버린다는 이유로, 김민하는 2부에 나오는 게 좋겠다는 그런 취지에서 1부 2부의 순서를 바꿔 이제부터는 1부에 김준일님이 나오는 걸로 하겠다는 모양(저의 피해망상이 아니고 직접 들은 말임)이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1, 2부에 김민하가 모두 나오는 주도 있단다 라는 취지에서 ‘월간 김민하’를 하자더니(제가 하자고 한 것은 전혀 아님) 실제로 레디 액션~ 들어가니 한 자리에 4명씩 앉아있는 올스타전 같은 구성으로…

여튼 여기서 비대위원장님과 두 진행자가 전화 연결을 하면서 나에게 진보가 왜 망했느냐 묻기에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말씀드렸다. 과거에는 1) 양당은 무능하고 부패했으니 유능하고 깨끗한 제3세력을 지지해주쇼, 2) 없는 놈들은 없는 놈들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해주쇼 이 논리로 먹고 살았는데 여러 정치환경의 변화와 자폭으로 더 이상 진보정치가 둘 다 자처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비대위원장님이 나름의 방어논리가 작동하였는지 덧붙였는데, 님 말도 다 맞지만 전세계 진보세력이 다 어렵다며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닌가.

엊그제 마주친 비대위원장님은 ‘일본사회당의 흥망성쇠에 대한 책을 쓰신 김민하 평론가’라고 나를 지칭하였는데 그런 책을 쓴 일은 없고… 저는 저쪽이 싫은 책을 썼습니다. 그 책에 일본 정치 얘기를 한 챕터 썼을 뿐이다. 거기서도 일본사회당 얘기는 거의 없고 대개는 자민당 얘기…

아무튼 그 책에서 선거제도를 둘러싼 소동에 대한 얘기도 좀 다뤘는데, 핵심은 늘 말씀드린 그런 얘기다. 선거제도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이 다수인데 더블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을 뻥 걷어 찼을 때 왜 아무도 그것을 응징하고 심판하지 않았는가? 그게 보여주는 바는 뭔가? 선거제도 개혁 담론은 지금의 국힘을 반대하는 반-기득권 담론의 하위 담론이었을 따름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지. 그렇기 때문에 결산이 그랬다는 거다. 진보정치가 원내 전략으로 주고 받기를 통해 뭔가를 쟁취했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는 게 다 드러난 거 아닌가.

오늘도 이제… 한국일보의 이런 기사가 더블민주당 내의 셈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 또 진보 출신 최선생님 등장하시고…

26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당내에선 민주당이 병립형을 포기했을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의석수 격차가 최소 20석에서 최대 35석에 이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보고서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해당 보고서를 본 중진의원은 “결국 연동형으로 갈 경우 원내 1당을 잃어버린다는 얘기”라며 “당론을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당 지도부가 논의한다는 것은 당연히 그런 자료를 본다는 뜻”이라며 “연동형 유지 시 민주당에 이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2616510000892

병립형으로 가고 권역별 넣고 일부 연동형인척 하는 색깔 좀 칠하고 이러면 과연 어마어마한 역풍이 불고 그럴까? 아니겠지. 그래서, 제가 지난주 방송에서 말씀드리길, 선거법 개정하면 우리 진보들이 어마어마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아니고, 진보가 어마어마한 일을 했는데 선거법을 개정하면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럼 저한테 그러시겠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모른다…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 제가요? 진보신당 얘기 할까요? 그때 노대표님 심대표님이랑 단식한다고 건강도 안 좋은데 단식장에다가 옷가지랑 몇 가지 물품을 비서실장이 공금으로 사서 넣었다가 감사에서 이걸 인정하느니 마느니 갖고 입씨름 하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저도 답답하고 슬퍼서 하는 얘깁니다. 그럼 뭐 제가 어떡합니까. 방송도 다 짤려서 갈데도 없는데. 팬도 없고…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선거법 개정

일본의 정치개혁 논의의 경우

2023년 1월 5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진짜보수 정진석님께서 이렇게 페이스북에 쓰셨다고 한다.

“(일본이)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됐다”, “이 폐해를 막기 위해 소선거구제로 돌아갔고, 정당들의 파벌정치가 완화됐다고 평가된다”

1차적으론 틀린 말 아닌데, 디테일이 좀 있어야 한다. 당시 일본인들이 생각한 스토리라는 건 이렇다. 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정치인들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고 막 잡혀가는 거야. 심지어 수상을 지낸 인사까지 잡혀갔으니 말 다했지. 정치는 참 썩었군! 이게 록히드 사건이다.

록히드 사건의 주인공은 야미쇼군 다나카 가쿠에이이다. 이 양반은 원래 요시다 시게루의 오른팔은 아니고 왼팔쯤 되는 사토 에이사쿠의 오른팔이었는데, 사토 에이사쿠 말년에 독립을 해서 자기 식구를 꾸려 수상이 된 사람이다. 학력이 중학교에서 끝난 전형적인 언더독 서사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 현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든지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양반의 특기랄까 선호했던 정치전략이 ‘일본열도개조론'(책 제목)으로 대표되는 전면적 토건사업과 이를 통한 정경유착으로 형성된 금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였다. 고도성장시대에 딱 맞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다나카파는 강했다!

또 이 시기는 자민당의 태생적 갈등구도(일단 경제부터 키우고 보자는 쪽과 전범이라는 굴레부터 벗자는 쪽의 연합)가 가쿠(가쿠에이의 가쿠)후쿠(후쿠다의 후쿠)전쟁의 형태로 격렬하게 전개되었는데, 당연히 돈으로 사람을 모으는 다나카파가 강할 수밖에 없지. 뒤집어 말하면 다나카파의 금권정치라는 거는 파벌을 유지하는데 있어 비자금을 활용하는 형태였다는 거지. 이러한 사정의 전말이 문예춘추를 통해 공개되고, 다나카 가쿠에이 이후에도 몇 차례의 대형 정치부패스캔들이 화제가 되면서 정치개혁의 주요 의제는 파벌-부패 척결이 돼버린 거다. 그니까 우리도 옛날에 한나라당이 쎘을 때 보면, 뉴스에 친박 친이 나와서 싸우면 피곤하고 성질나잖아? 민생은 안 챙기고 말야. 근데 알고 보니까 이 피곤한 싸움이 가능한 이유는 친박 친이 구조를 부정한 돈으로 유지한 덕분이다… 그러니까 친박 친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없애는 게 정치를 똑바로 만드는 길이다… 이렇게 되는 거지.

그럼 자민당 파벌 구조는 어떻게 유지된 거냐? 여기서 문제라고 등장한 게 중선거구제였음. 비유하자면 친박도 1명 친이도 1명 이렇게 공천을 할 수 있는 조건인 상황에, 이 친박 친이가 다 동네를 쥐락펴락 하는 자본과 관료와 유착한 상태이다… 그니까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파벌 영수한테 잘 보여야 되고, 더 유착해야 되고, 부정한 돈은 더 필요하고… 이게 중선거구제 때문이 아니냐. 그러니까 이걸 바꾸자! 이렇게 해서 비례대표-소선거구제 조합으로의 제도개선이 정치개혁 의제의 알파이자 오메가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이 과제는 우리 윤통도 좋아하는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관철이 안 되다가 정치개혁 원포인트를 의제로 비자민7당이 연립정권을 통해 집권하면서 관철이 되게 된 것이게 되는 것이 된 것이었드아!!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소선거구제 도입이 그러면 정치개혁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느냐? 아니지. 소선거구제를 도입했더니 이제는 공천을 총재한테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된 것 뿐임. 고이즈미의 극장정치까지 맞물리면서 파벌구도는 확실히 약화됐지만 대신에 총재의 권한이 강해지고 이게 나중에는 ‘아베1강’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됐음. 그럼 이제 아베1강이 문제니까 다시 중선거구를 도입하는 게 개혁인거냐?

그리고 파벌의 약화는… ‘자민당을 박살내겠다’는 구호로 집권한 고이즈미가 일부러 파벌을 개박살내는 일련의 제스처를 동원했기 때문인 영향도 크다. 파벌영수를 개무시하고 자기가 각 파벌의 2인자를 직접 포섭해서 키워버린다든지(같은 파벌 출신이었으나 아베 신조도 이들 중 하나였음), 우정민영화 이슈로 금권정치의 동력을 짓밟아 다나카파의 후신들(이 때는 세칭 하시모토파였겠지)을 고사 직전까지 몰아 붙인다든지… 근데 파벌구도가 완전히 해체된적은 없거든. 아베 신조가 아베1강시대인데도 2차집권기에 파벌안배를 했기 때문에, 파벌은 지금도 있지. 아베파 기시다파 아소파 모테기파 니카이파 얘기하잖아. 다만 옛날에 가쿠후쿠전쟁 같은 그런 분위기가 아닐 뿐이지.

그니까 다 지나고 보면… 일본의 경우에 한정해 보면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거나 말거나 달라진 게 뭐냐는 것임. 뒤집어 말하면, 일본의 문제 그러니까 파벌정치라든지 아베1강이라든지 이런 거는 오히려 선거구제 문제가 핵심이 아닌 것임. 선거구제는 일종의 참주선동에서의 참주처럼 끌려나온 것에 불과했던 거지. 그래서 제가 어떤 제도가 어떤 제도보다 낫다든지, 이런 논쟁만큼(소용이 없다는 게 아님) 정치적 맥락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임. 정치적 맥락 없는 제도 논의는 허깨비 같은 결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함.

가령 제가 책에 이렇게 썼어요. 연동형무슨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놓고 위성정당을 맨들어서 그걸 개박살내버렸잖아. 그럼 선거법 개정을 염원한 우리 국민들이 위성정당 만든 정당들을 막 심판해야되잖아. 그러든가요? 아니지. 왜지? 정의당이나 우리공화당(제가 균형감있게 하려고 일부러 넣어봤습니다)을 키워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임. 내가 이거를, 2019년에 정의당 관계자가 출연한 한겨레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말씀을 드렸는데, 선거법 개정 타령만 하면 오히려 망한다, 이 말씀을… 에휴 아닙니다 이제와서… 됐고요.

결국 정진석 씨가 유도하는 정치적 맥락은 뭐다? “조건 없이 원상태로 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 중대선거구제 갖고 물고 빨고 핥는 걸 한 달 정도는 하리라 봤는데…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선거법 개정, 일본정치, 정치개혁, 중대선거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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