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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민족주의

조선일보가 주사파냐?

2024년 2월 5일 by 이상한 모자

북쪽에 정은이가 민족을 부정하기 시작한 이래 조선일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짖고 있다. 가령 오늘 사설과 같은 논리다.

북에 상응해 우리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거나 동족 개념을 폐기하자고 하는 것은 역사 발전을 거스르는 반시대적 주장이다. 헌법상 영토(제3조)·통일(제4조) 조항을 위배하는 위헌일 뿐 아니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통일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패착이기 때문이다.

(…)

지금 북한 정권의 행동은 독일 단일민족론을 부정하며 분단 고착화를 시도했던 옛 동독을 연상시킨다. 만약 서독이 여기에 편승해 ‘독일 민족은 하나’라는 원칙을 포기했다면 독일 통일도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으로 종북·좌파 세력에겐 통일이 금기어가 됐다. 자유민주 진영이 통일 담론을 주도할 기회이자 적기다. 통일은 김정은 정권의 폭정 아래 노예와 가축으로 전락한 2500만 북한 주민을 구출할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 수밖에 없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2/05/3CE6AIDGJNBSLB6YWHKSXXAJRQ/

이걸 기사로도 쓰고, 칼럼으로도 쓰고, 사설로도 쓰고, 잊을만하면 또 쓰고, 윤석열 정권 장단 맞춰 또 쓰고 그런다. 문정권의 대북정책을 통일지상주의로 거칠게 규정하고 주사파 운운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민족은 하나라는 조선일보가 주사파인가? 내가 책에도 쓰고 기회가 될 때마다 말씀드리는데, 그들은 그게 성과가 되고 장사가 되고 표가 되기에 한 것이지 주사파여서 그렇게 한 게 아니다.

이제 문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분이 쓴 글을 보자.

사실 민족주의적 접근은 오래전에 이미 끝났다. 황혼의 남은 한줌 빛이 이제 꺼졌을 뿐이다.

(…)

분단 이후 남북 관계도 민족주의적 접근과 거리가 멀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 때문에, 언제나 국제질서의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다섯번의 남북정상회담은 하나의 예외 없이 북-미 관계가 풀려서 남·북·미 삼각관계가 선순환할 때 가능했다. 남북 양자 관계만으로 현안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끼리’는 관성에 의한 구호일 뿐, 정책 현실은 아니었다.

(…)

심층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움직임을 알지 못하고 민족주의에 호소하던 시간이 끝났음을 인정할 때가 왔다.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하는 남북의 분단 3세대는 통일에 부정적이다. 남북 관계의 상대적 자율성도 줄어들면서, 적대적인 상호 의식도 층층이 쌓였다.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급격히 줄었다. 전술적이 아니라 전략적 변화이고, 사건이 아니라 구조가 변하고 있다.

(…)

‘민족 공조’나 ‘흡수통일’은 달리 보여도 공통적으로 민족주의적 접근이다. 이제는 달라진 질서를 반영하는 탈민족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일의 미래는 어떨까? 북한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끊었다고 해서, 우리까지 동조할 필요는 없다. 오지 않을 줄 알면서도 왜 고도를 기다리겠는가? 기다림 자체가 삶의 존재 이유이듯이, 통일의 미래는 분단국가의 숙명적 과제다. 아무리 멀어도 미래로 가는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27231.html

현재 상황에서 통일의 당위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은 같다. 다만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수단으로는 되지 않고, 또 민족주의적 당위로서 목적으로 할 일도 아니라는 거다.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당면한 외교적 조건 속에서 군사적 대립 구도를 극복하고 평화를 쟁취하려면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최종 목표에서 통일 자체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는 취지다.

제가 문정권의 대북정책대로 하면 실제로는 통일이 아니라 영구분단이 될 거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이다. 그러니까 무슨 얘기만 하면 주사파 운운… 그런 건 제발 그만들 두시고… 뭐 하긴 이제 통일은 포기하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자는 얘기하면 조선일보에서 김정은의 지령 받았냐고 하는 시대가 올 거 같은데, 주사파의 규정이 달라지려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한풀이로 세상을 볼 수는 없다는 말씀을 마저 드리면서… 이만 가상 세계의 하와이로 떠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연철, 민족주의, 조선일보, 통일

홍준표도 맞말 한다

2021년 7월 6일 by 이상한 모자

홍준표가 미군 점령군 얘기에 대해 견해를 밝혔는데, 정확하다. 뒤에 이재명 경솔한 발언이라고 한 대목은 논쟁을 해볼 수 있겠지만(독립운동가 기념 시설과 그 후손을 만나는 일정에 그 정도 말도 못하는가??).

우리윤총장님도 오늘 이거 주워 담느라고 논쟁할 생각 없다 하는데, 본인 생각을 그대로 올린 게 아니면 주변 참모진을 갈아버리든지 하시길 바란다. 우파적 메시지로 국힘 입당 간보기로 인한 보수층 동요를 메꾸고, 국힘 입당 간보기로 호남 및 중도 스킨십 강화를 시도하는 건데, 제3후보가 앞으로 쭉쭉 갈 때는 이게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수축 국면에선 양쪽에서 찌그러진다. 윤석열 지지층 특성상 한 번 망하기 시작하면 우르르 무너질 수 있다.

다시 홍준표로 돌아와보자. 홍준표는 정부 수립 이전 미군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미군에 대한 태도를 구분해서 ‘북이나 주사파 운동권’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게 정확한 시각이다. 왜냐.

1965년 이전까지 친일 청산이 잘 안 됐다는 얘기는 일반적인 반기득권적 논리에 가까웠다. 일제나 친일파나 이승만 독재나 기득권이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점에서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장준하의 사상계이다. 당시 사상계가 일본에 대한 태도를 다루는 논리는 단지 민족주의가 아니라 근대화의 맥락이었다. 반일은 전근대와 결별하고 서구식 민주주의로 가는 경로였다. 그런 점에서 이승만은 반민특위도 반민특위지만 독재를 했기 때문에 반일의 대상으로 묶인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민족주의 담론은 1960년대 들어 확산되었다. 이게 좀 당연한 게, 1945년에 해방, 그리고 나서 전쟁, 전후 복구…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민족주의가 당대에 맞게 재규정 될 틈이 없었다. 4.19 이후의 혼란은 민족주의 담론 개화의 또다른 계기였다. 박정희는 민족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그게 뭐냐? 4.19 이후 혼란이 서구식 민주주의 즉 비-민족적 제도의 무분별한 수용의 결과였다는 거다. 경쟁자 윤보선이 꺼낸 건 남로당 이력이었다. ‘민족적 민주주의’는 ‘공산주의’라는 거다. 이때는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란 개념을 넣고 서로에 대한 반대를 조직화 하는 맥락이 이렇게 혼란스러웠었다.

사상계 그룹은 4.19를 서구식 민주주의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근대화의 완성을 기대했지만 곧 혼란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중은 여전히 전근대적이었다. 지식인으로서 전근대적 민중을 이끌기 위하여 부흥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새로운 주장이었다. 장준하를 비롯한 사상계 그룹 일부가 장면 정권의 근대화 프로젝트에 직접 뛰어들었으면서도 5.16을 긍정한 계기가 여기에 있다.

1964년부터 박정희 정권이 한일회담을 추진하면서 담론은 재정렬되었다. 이 선택으로 장준하 등이 전제했던 ‘근대화=반일’이라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1965년 이후 사상계는 일제의 사실상의 재침략을 우려했고 이를 가능케 한 미국에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다. 박정희가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친일(극일)-반공산주의로 명확히 하면서 장준하는 반공주의를 버리고 반일-민족주의로 완전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1972년의 “모든 통일은 좋은가? 그렇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다.

이 맥락은 북한의 인식이나 NLPDR적 규정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80년대 학생운동의 시각으로 보면 반미는 해방 이후 정국에 그치는 게 아니다. 지금 한미동맹이 필요한가, 지금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는가, 이게 기준이다. 이재명의 발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걸 북한이나 주사파의 인식과 동렬에 놓는 것은 오류이다.

이걸 보수세력이 모르냐? 안다. 홍준표가 바로 그 얘길 하고 있는 거다. 이 문제에 있어선 나름 주도면밀한 조선일보가 어제 이재명 발언 관련 문제제기성 보도를 하면서 사드 발언을 굳이 덧붙여 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공산주의, 민족주의, 박정희, 이재명, 장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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