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을 빼긴 뭘 빼
유승민 같은 사람도 이걸 가지고 흔들면서 내란죄 뺀 건 이재명 조기대선 노린 꼼수다 막 이런다. 어제 저녁 라디오 방송에서 시간이 없는 와중에 이렇게 설명했다.
탄핵심판은 징계재판이다. 회사에서 다른 직원을 때리면 징계를 받는다. 애초에 징계요청서에 ‘A가 B를 폭행했으므로 징계를 요청합니다’라고 썼다고 쳐보자. 지금 A는 폭행죄가 성립하는지 아닌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돼야 하는 문제이므로 폭행을 근거로 징계를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대로면 회사는 A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징계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회사의 징계는 법원 판결과 관계없다. 정당한 징계절차에 따른 조사를 거쳐 A가 B를 때린 사실을 확인하면 되는 거다. 이는 상식이다. A가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징계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건 침대축구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징계요청서에 폭행이란 말을 빼고 ‘A가 B를 때렸으므로 징계를 요청합니다’라고 고친 거다. 형사법적 혐의가 뭐냐에 대한 대목만 뺀 거지 다뤄야 될 사실관계는 여전히 다 남아있는 것. 가령 ‘A가 팔을 뻗어 주먹으로 B의 턱을 가격했고, B는 그 충격으로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어…’ 이런 대목 다 남아있는 것. ‘이것은 폭행죄에 해당한다’ 이것만 뺀 것.
헌법과 법률을 보면 계엄령 선포를 위해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게 돼있다. 요건과 절차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요건(헌법에 의하면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여야 한다)에 맞지 않고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이 임명한 한덕수 외 국무위원들의 증언에 의하여 뒷받침 된다. 윤석열은 포고령 1호를 근거로 국회를 사실상 봉쇄 및 공격했는데, 이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이 임명한 군 사령관들(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및 그 부하들)의 증언에 의해 구체적 정황이 뒷받침 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특히 김용현에 대한 공소장을 통하여 보다 정확히 확인이 되는데, 이는 문재인이나 민주당의 이재명이 임명한 검사들이 아니라 윤석열이 임명하고 심지어 그 중에서도 한동훈 라인은 불안해서 숙청하는 방식으로 장악한 검찰이 작성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앞으로의 탄핵심판에서 다 다루게 된다. 안 다루는 게 아니다. 다만 형법상 ‘내란죄’를 따지지 않고 헌법 위반 여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왜 내란죄를 안 따지냐! 원래 헌법재판소가 하는 일이 그거라고! 박근혜 때도 그랬다고! 박근혜 때도 부정부패가 형사법적으로 증명되는지를 본 게 아니라 헌법위반 여부를 봤다고. 그리고 어차피 이게 헌법 위반이 맞으면 형사법정에선 내란죄가 된다. 내란죄의 요건은 뭐다?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서 국헌문란이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걸 갖고 내란죄로 탄핵해 놓고 내란을 뺏어요 잉잉 이 염병 떠는 거는 민주당의 이재명 조기대선 노림수가 아니고 어떻게든 이재명을 윤석열 탄핵 얘기에다가 갖다 붙이고 싶은 사람들의 노림수라고 보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지금 국힘이 온 동네에 붙여 놓은 현수막을 보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이게 뭐냐? 윤석열 체포, 구속, 탄핵 얘기하는데 ‘그래도 이재명 어쩌구’가 왜 나오나?
어제 고교 동창이 전화를 해서는 똑같은 얘길 하기에 그랬다. 이재명이 싫으면 대선 때 이재명을 안 찍으면 된다. 이재명이 대선 나오는 걸 원천차단 해야 되니까 체포영장이 나와도 관저를 요새화 해서 버티는 윤석열을 좀 더 그 자리에 앉혀놔야 한다는 게 지금 말이 되느냐? 윤석열이 임명한 최상목이는 헌법재판관 2명을 왜 임명했겠냐? 한국은행 총재는 국무위원들 정신차리란 얘길 왜 했겠냐? 미국은 왜 그러겠냐?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릴 만한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데 민주당과 이재명이 자기들끼리 안달나서 뭘 하고 그러면 모르겠는데, 지금 그게 아니잖느냐. 여당이 정신이 있으면 그나마 계엄 반대했다는 한동훈이라도 잘 살려서 써먹을 생각을 해야지(물론 난 그렇게 해도 잘 안 된다고 보지만), 정작 한동훈이는 내쫓고 지금 저런 얘기나 하는 게 납득이 되는 얘기냐? 뭐 한참 이러고 끊었다. 그리고는 비애감이 밀려왔다. 이게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