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씨가 인재인 것과 구속이 뭔 상관
더 얘기할 필요가 있나. 외교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서훈 씨가 몇 개 정권에 걸친 전문가라는 사실하고 사법처리를 연관짓는 논리는 수사 자체가 ‘정치보복’이라는 것 외의 어떤 정당성도 없다는 점을 전제해야 가능하다. 이 수사엔 여러 정치적 효과를 감안한 성격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쨌든 구속이 됐다는 점에서 메시지는 신중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따지든지 아니면 ‘정치보복’에 해당하는 어떤 과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짚는다든지… 근데 문통이 이 얘기를 해갖고 이제 다 이 얘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을 지냈을 때 핵심 참모가 잡혀가게 생겼거나 잡혀갔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란 맥락이라면, 그 심경은 이해를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피곤한 얘기를 더 할 필요가 있나. 이제 언론은 다들 문통이 수사 대상이 되느냐 얘기로 가고 있다.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선택지라고 본다.
정치적으로야 여러 효과를 논할 수 있다. 이 정권에 있어서 문통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거다. 지금 이 정권과 국힘은 이재명-민주당 분리 전략이다. 사법리스크 이재명을 버리고 ‘정상적’인 민주당으로 돌아오라는 식의 논리다. 다른 한 편에선 조국 대선 후보론 같은 걸 거론한다. 너네끼리 싸우라는 거다.
그런데 문통을 수사한다고 하면 분열이 아니고 단결이 이뤄지게 된다. 소위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도 ‘전 정권 대상 정치보복론’에 은근슬쩍 업혀가는 거다. 보수층 내의 ‘전 정권 수사’ 피로감도 있을 거다. 가깝게는 이명박근혜, 멀게는 전노까지 다 해보지 않았나. 단기적으로야 다들 환호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이 됐다. 그러니까 국힘 입장에선 문통은 놔두고 나머지를 갖고 장사를 계속하는 게 낫다.
뒤집어 말하면 문통이 나서서 뭔가 글이라도 올리는 건 민주당에겐 단기적으로 득이다. 분당론까지 막 꺼내는 마당에 어쨌든 뭉칠 거리가 제공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통이 그런 의도를 갖고 글을 올린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전직 대통령이 그런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아직은 ‘잘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부담이 가중된다. 문통 당대표 시절부터 지난 대선 기간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던 거의 모든 사건들이 다 그랬다.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고… 화물연대 때려 윤통 지지율 오르는 걸 보며 이민이나 가고 싶은 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