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정부의 카카오 정국
오늘 윤통이 출근하면서 기자가 카카오는 독과점 아니냐 라고 물으니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 정도일 때는 국민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을 했거든? 그러면서 그 앞에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다”고도 했는데, 보통 대통령이 이 정도 얘기하면 아 이제 독과점 규제나 이런 것에 뭔가 손을 대겠구나, 뭔가를 준비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뭔가 한 방이 나오는구나…
근데 이후 나온 대통령실 추가 설명이나 공정위 입장 같은 거 보면 별로 그런 거 없어. 그럼 윤통 저 얘기는 뭐다? 독과점? 아 그 독과점이라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데 주무는 공정위다, 이렇게 아는 척 한 거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그니까 이게 지난 번에 후니쓰도 언급한, 99%는 자기가 얘기한다의 약식회견 버전인 거지.
근데 암튼 대통령이 심기가 불편한 건 확실한 거 같으니까 국힘도 벌떼같이 나서서 카카오를 막 조지는 거야. 오늘 한 말들만 보면 김일성주의자 같애. 이래갖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가 되겠어? 그러나… 지지율 앞에 체리따봉 앞에 장사 없다… 그냥 빠르게 가는 거야.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얘기한 거. 카카오의 이원화도 문제지만 배터리 시설에 불이 났다고 몇만개에 달하는 서버를 바로 내려야 하는 것도 문제라서 카카오가 SK 시앤시에 법적 대응할 것이다… 라는 얘기. 오늘 보니까 그런 기사 나오지. 신고도 14분인가 걸렸다던데. 카카오는 좀 억울하겠지. 이런 얘기들까지 다 자기들이 뒤집어 쓰는 기분일 거 아니냐. 카카오 입장에선 그냥 서버를 SK 시앤시에다가 맡긴 것 뿐이란 거거든. 카카오가 처음에 내놓은 해명, 우리도 이런 경우 처음이다 라는 게, 내가 볼 때는 ‘이원화를 하느라 했는데 이럴 줄 몰랐다’ 이게 아님. 여러가지 대비를 하긴 했지만 SK시앤시가 불났다고 한 번에 모든 서버를 다 내릴 줄은 몰랐다, 그거는 예측할 수가 없었다… 이 얘기임. 그리고 아마 그런 생각도 할 걸? 아니, 네이버는 문제 없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여기가 메인이라고요!! 자체 데이터센터는 내년에 완공된다고요… 네이버는 자기네 데이터센터가 있잖아요, 거기에 불나면 뭐 다를 거 같애요? 자기들끼린 막 그럴 거야.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뭐 이런 사정 저런 사정 다 있을 수 있는데 가입자 숫자 같고 온갖 문어발 확장 해가면서 국가 기능 일부까지 대신하는 이 상황 그 자체임. 오늘 아침 라디오에선 말 길게 한다고 뭐라 그래서 이런 얘기까진 못하고 방송국 나오면서 사담으로 했는데, 아침에 쓴 글에는 뭐라고 좀 썼다. 리바이벌 하기 싫어서 셀프인용함.
‘IT 공룡’ 힘의 원천은 가입자 숫자이다. 카카오톡은 서비스 초기만 해도 ‘무료 문자 플랫폼’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갖지 않았다. 수익 모델도 없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의 조합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대표적 포털사이트를 삼킬 만큼의 위력을 갖게 됐다. 검색 엔진에 불과했던 네이버가 그 역할을 넘어 사실상 정보의 가두리 양식장으로 변모한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코로나19는 이들의 위상이 ‘국가기간’의 수준으로 사실상 인준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잔여 백신 예약이나 전자출입명부 등 카카오와 네이버가 방역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여지게 된 과정에는 정부가 개발한 백신 예약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민간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해결될 일을 비효율의 상징인 정부가 무리하게 틀어쥐고 가다 사고가 났다는 식의 비판이 넘쳐났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런 비판은 물론 정부에 부담이 됐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바라던 바였을 것이다. 정부는 자기가 관리해야 할 시스템의 일부였던 것들을 ‘IT 공룡’들에 아웃소싱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제 우리는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의 고지서부터 예비군 훈련 통지서까지 카카오, 네이버 등과 연계된 ‘국민비서’ 서비스를 통해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보냈다’와 ‘받았다’ 사이의 간극을 정부가 온라인으로 메꿀 수 없어 곤란했던 일이다. 하지만 카카오나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앱이 정부와 국민 사이 연결을 ‘보증’하게 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카카오나 네이버가 벌일 수 있는 사업의 기회 역시 많아진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선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보면 오늘날의 사태도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 될 거라는 예감을 가질 수 있다. 국가가 더 많은 의무를 부여하는 만큼,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만큼, ‘IT 공룡’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마치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영화가 표현하는 것처럼 먼 미래에는 ‘IT공룡’이 국가를 대신할 수도 있다. 물론 대다수의 국민은 그런 흐름에 동조하고 동참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없다. 그렇다고 ‘IT 공룡’들의 서비스로부터 탈퇴하는 게 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초연결사회’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사회는 ‘초연결’이 누구의 이득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초연결’의 바람직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세상의 주인으로서 이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
내가 이 사태를 알게 된 직후(카톡 포함 메신저 일체를 안 써서 장애가 생겼는지 바로는 몰랐음) 맨 처음 한 생각이 예비군 훈련, 그것이다. 그니까 이게 뭐냐면, 과거에는 예비군 훈련을 가면 한동안 샵메일 가입하라고 난리를 치고 그랬다. 샵메일이 뭐냐면… 그걸 얘기하려면 좀 길어지는데, 그니까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지금은 각 집으로 보내거나 직접 배달을 하는데 이게 귀찮고 싫잖아. 언제까지 동대가 이런 것까지 해야돼… 그래서 그냥 전자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문제는 통지서를 받았는지 여부를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냥 이메일로는 이게 안 되거든. 예를 들면 내가 이메일 주소를 한 5개 갖고 있는데, 안 쓰는 메일로다가 통지서를 보내면 내가 그걸 어떻게 받습니까 이래버리면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그리고 설사 보냈다고 해도 내가 지워버린 담에 못 받았다고 한다든지, 아무튼 수신확인이 안 된다든지 이런 게 있잖아.
그러니까 통지서를 받고 훈련을 불참한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예비군 훈련에 있어선 별도의 공인된 송수신체계가 필요하다고 본 거야. 그래서 만든게 샵메일임. 정확히는 예비군만이 아니고 정부 일반에서 그런 용도로 쓰라고 도입한 건데, 근데 이게 결국 동의를 받고 일종의 가입을 시켜야 이용이 가능해지는 거거든. 누가 하겠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비군이… 뭘 시킨다고 하겠냐?? 그니깐 지지부진해. 안 돼.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앱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 고민을 일거에 해결을 해버린 것임. 이제 국세청이니 뭐니 다 네이버 카카오 앱으로 뭔 전자문서를 보내잖아. 코로나19 없었으면 이거 논란 때문에 안 됐을 수 있음. 하지만 코로나19 QR찍고 백신예약하고 이러면서 다들 그냥 익숙해진 거지. 정부 입장에선 그야말로 땡큐지.
난 물론 카카오가 봉이김선달식으로 사업을 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원화든지 뭐든지 그런 것도 갖추지 않고 말이야,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좋고 나도 그거 같이 하고 그렇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런 생각이 있다고. 그니까 서버만 든든하게 해놓으면 IT공룡들이 국가를 대신해도 된다는 거냐? 사이버펑크 2022?
근데 아마 이런 얘기 이미 페이스북에다가 다들 썼을거야. 그게 이 스토리의 가장 비극적인 어떤 화룡점정이지. 페이스북이 끝내 이루려고 했던 게 바로 오늘날 카카오와 네이버가 앱으로 하는 이 짓거리들이다! IT공룡 욕을 IT공룡이 만들어 준 플랫폼에서 IT공룡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우리가 막 쓰고 잘난척 하고 따봉유치하고 이러고 있는 거지. 이게 임마 자본주의다! 아마 페이스북이 계속 분위기 좋았으면 결국 글로벌 카카오 네이버 됐을 거야. 갑자기 트럼프랑 캠브리지애널리티카 이거에 걸려갖고 인생 조지고 메타가 돼버려서 물 건너 갔지만… 이걸 봐도 역시 자본주의의 첨단은 한국이라는 거지. 응응 그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