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는대로…

할 일이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때에는 시간이 멈췄으면 한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즉 나는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지. 시간도 멈추고 나도 멈췄으면 그게 시간이 멈춘 것이겠니? 그렇게 시간이 멈추면 나는 미뤄 놓았던 일들을 하고, 미뤄 놓았던 생각들을 하고, 운동도 하고… 잡히지 않는 건강을 찾아보고… 더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모든 조건을 맞춘 후에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시간을 가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데, 정말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될 수 없다는 그런 얘기다.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물으니, 지금의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게 가장 큰 절망이라고 했다. 즉,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거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나아지는 기회는 없어지기만 하니… 그래서 늘 지금이 중요한 거고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용기를 내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래서 그냥 시간이 흐르는대로 두고 있다. 시간이 멈추고 내가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은 앞으로 가고 내가 그냥 가만히 있는 거다. 그러면 나는 뒤쳐지는 거지…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텐데, 더 이상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대로 둘 수가 없는 나이가 되었다. 2020년의 감정이다.

뭐 어때

어제는 그러니까 아침에 잤다. 왜냐면 …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밴드에 베이스를 치는 흉노님이라고 있단 말이지. 흉노님이, 그 결혼을 하는데 이거 왠지 좀 방황하다가 안정을 찾는 거고 하는 거니까 노래라도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 생각했단 말야. 같이 밴드를 하니까. 축가를 만들어주고 멋있잖아. 근데 또 그 전에 드럼이 결혼할 때는 안 만들어 줬어요… 대신에 가서 피아노 치고 그런 거 했다. 아무튼 근데 이번에는 기타를 치는 아이+돌님이 결혼을 한다 이것이다. 이 분들이 왜 자꾸 결혼 같은 걸 하고 그러는 걸까? 아무튼 또 축가를 만들어줘야 형평이 맞으니까… 그걸 했다 이 말이다.

근데 거기에 그래도 무슨 의미를 담아야 되는데… 아이+돌님이 도대체 뭔 생각으로 결혼을 하는지를 알 수가 없어. 아이+돌님은 대화 방식이 이래. 왜 결혼을 하느냐 물으니, 더 미루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장모님 되실 분이 왜 결혼 안 하냐고 물어봐서요… 이게 답인가? 하필 왜 그 분하고 하느냐 물으니 자기한테 화를 안 내서라고 했다. 이런 분이 나중에 50대나 돼서 남들한테 갑질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려고 그러는지 로스쿨에를 다니고 있습니다… 암튼 뭐 그래서 무난하게 결혼식 전날에 실감 안 나고 이런 내용으로 했는데 하고 보니까 너무 분위기가 암울… 어쩌겠어. 팔자려니 하십시오.

아무튼 그걸 하기 전에, 자꾸 건강이 안 좋고 하니까 편의점 음식 말고 뭐 좋은 걸 좀 먹어야겠다 싶어서 마켓컬리인지 카레인지 뭔지에 들어가서 장을 보려고 시도를 했다. 11시 전에 막 지르면 새벽에 갖다 주니까. 어차피 깨있을텐데. 그런데 들어가서 아무리 봐도 사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이다. 냉동생선들이나 좀 사고 그랬다.

그래서 아까 점심 때는 모처럼 전기오븐에다가 생선구이를 해서 먹었다. 낮에 일어났을 때는 컨디션이 아주 괜찮았다. 목도 괜찮고, 머리도 안 아프고. 그래서 오늘은 싹 괜찮아졌구나 싶었는데, 방송 준비를 할 때가 되면서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것이다. 카페에 앉아서는 역시나 또 토할 뻔했다. 머리와 손이 엄청나게 차갑게 느껴지고… 어떻게든 몸부림을 치다가 좀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하면 트림이 끄윽 끄윽 나오는데, 고등어의 기운이… 어휴… 방송을 하고 나서는 좀 나아졌는데, 그 고등어의 기운이 지금도 느껴진다. 하여간 염병할 머리가 왜 이러지? 왜 그렇게 별 계기도 없이 발작적으로…

하여간 오늘 몇 개 생각한 것이 있어요. 그래서 여기다 적어 놓는다. 우한 폐렴인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인지, 그거 왠지 우한… 까지하면 예끼 이 사람아! 혐오를 재생산하지 마세요 이러는 분위기더라고. 뭐 그래. 그게 사실 그거다. 스티그마. 그래서 2015년인가부터 그렇게 안 부르기로 했어. 세계 표준이. 그래서 그걸 따라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자, 오케이. 근데 그러면 다 클리어 되는 거니? 어떻게 중국인이 박쥐를 먹는다고 할 수가 있어! 뭐!? 박쥐를 실제로 먹는 걸 어떡해! 지난 번에도 썼지만 그게 왜 그렇게 됐는지를 알아야지, 어떻게 박쥐를… 막 이러면, 진짜 박쥐 먹는 사람은 얼마나 기분이 그게 그렇겠느냔 말야. 그니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고 고쳐 쓰자는 것도 좋은데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이름 바꿔 쓰는 거 정도로 생색내지 말자 이거지. 가끔 보면 생색을 넘어 그냥 알리바이, 핑계야.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 원 모라는 사람이 뭐 어쨌다고 하는데, 보니까 아주 완전히 전형적인, 여성을 음란물로만 보는 그런 관점을 가진 분이셔. 인터넷에 쌓이고 쌓였다. 그리고 우리 안의 일베 아니 우리 안의 여혐에 그게 다 또 있지. 그러니까 원씨를 봐주자 이건 아니고 좀 제발…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원 모 같은 사람이 또 영입 안 되게 훈련된 사람 위주로 키워라… 이 논리임. 아니, 그러면 정치-베테랑들은 다들 왜 그러신대? 애초에 훈련을 뭘 시키는데? 이게 코미디 아니냐? 고인물은 안 된다면서 젊은피를 찾고, 그러나 문제 생기면 역시 고인물부터 만들자고 하고… 포퓰리즘 하다 문제 생기면 역시 엘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하고… 그러다 엘리트가 기득권이고 그러면 아 역시 포퓰리즘이 필요하다고 하고… 

내가 연휴에 용과 같이7을 했어요. 역시 리버럴들이 만든 겜인데 거기도 그 얘기가 나온다. 내각총리대신은 정치인들이 모여 뽑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진짜 파워는 개 큰 광역지자체인 도쿄도 주민들이 뽑은 도쿄도지사가 가진다… 근데 이 겜에서 도쿄도지사는 막장이거든? 글고 일본 정치에선 뭐 도쿄도지사가 대통령급이고 그렇지도 않은데… 여튼 그런 차원에서 보면 양가적인 그런 게 느껴지는 세계관이지. 첫째, 직접 선출하지 않은 총리가 나라를 다스리는 게 싫다… 둘째, 근데 직접 선출해봤자다… 2020년에 나온 겜이니까 말이다.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래도 주인공들 직업이 프리터, 용사(자칭), 노숙자, 마담, 전직 형사, 회사원, 중국 마피아 등인 것은 마음에 듦. 구직센터 가서 구할 수 있는 직업에는 호스트(호스트-빠의 그 호스트), 길거리 음악가, 해체업자, 점술가 등이 있음… 범죄로 먹고 사는 놈들도 사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식인데, 우리가 게임에다가 많은 걸 바라지는 않으니까 좋다 이거야.

그리고 오늘은 또 뭘 봤더라 음원 사재기 시장에 대한 분노를 논하는 그런 얘길 봤는데. 그게 뭐냐면 세상 온통 믿을 수가 없는 것 투성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힘, 무슨무슨-력이다 이것임. 그래서 판매량이라는 게 음반 시장에선 그걸 나타내주는 지표인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었다 이거지. 용서할 수가 있니? 우리가 스포츠에다가 맨날 용을 쓰고 그런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건 어쨌든 피지컬로 하는 거니까 정직하다 이거지. 근데 아니라고. 근데 놀랄 것도 없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 노래 전략적으로 스트리밍 하잖아. 애초부터 전적으로 믿지도 않는다는 거지 시장 원리 그런 거. 나한테 이득이 될 때만… 나한테 좋을 때만 얘기하는 거야. 내가 지금 아픈 건지 안 아픈 건지 헛갈려서 길게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