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때에는 시간이 멈췄으면 한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즉 나는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지. 시간도 멈추고 나도 멈췄으면 그게 시간이 멈춘 것이겠니? 그렇게 시간이 멈추면 나는 미뤄 놓았던 일들을 하고, 미뤄 놓았던 생각들을 하고, 운동도 하고… 잡히지 않는 건강을 찾아보고… 더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모든 조건을 맞춘 후에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시간을 가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데, 정말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될 수 없다는 그런 얘기다.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물으니, 지금의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게 가장 큰 절망이라고 했다. 즉,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거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나아지는 기회는 없어지기만 하니… 그래서 늘 지금이 중요한 거고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용기를 내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래서 그냥 시간이 흐르는대로 두고 있다. 시간이 멈추고 내가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은 앞으로 가고 내가 그냥 가만히 있는 거다. 그러면 나는 뒤쳐지는 거지…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텐데, 더 이상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대로 둘 수가 없는 나이가 되었다. 2020년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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