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의 인터뷰. 대략 그동안 언론이 전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재확인 한 건데 본인의 육성이니 가치가 있다. 본인이 경험한 것과 검찰과 수사의 영역에서는 대부분 정확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오판이 있었다는, 그리고 중간에 미싱링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검수완박 얘기다.
물론 징계청구가 되고 그게 뒤집히는 마당에 문통을 믿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어찌됐건 문통의 메시지는 제도 안착에 가까웠고 여당 지도부의 스탠스도 강경파들의 주장을 연착륙 시키려는 것에 가까웠다. 김경수 등의 언급도 임기 말에 여당이 청와대 들이받는 그림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봤는데, 여기서 오판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누가 옆에서 ‘해석’을 가미한 것인지, 그냥 본인이 익숙한 언론의 해석을 따른 것인지 그건 모르겠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문제. 방송에서도 몇 차례 얘기한 일이 있는데, 윤석열 본인이 이념적인 반공주의자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장주의자에 가깝다. 검찰총장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얘기한 것도 그 맥락이었다. 그 때는 나도 그 틀에 맞게 해석했다. 가령 작년 8월에 쓴 아래의 글을 보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61.html
이 글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문제의 연설에서 ‘독재’와 ‘전체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우리 헌법 가치를 독재의 그것과 구분하는 핵심은 법치(rule of law)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이란 표현은 독재국가들도 대개는 민주주의의 외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킨 걸로 보인다. 가령 북한의 국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진보’들은 자유민주주의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민주주의라고만 표현해도 충분한데 굳이 ‘자유’를 붙인 것은 평등이나 인권 같은 다른 가치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윤석열 총장이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이를 의식한 걸로 보인다.
과연 이걸 정권을 비난하기 위한 정치적 주장으로 볼 수 있을까? 해석은 자유라지만 그렇게 주장하긴 아무래도 쉽지 않다. 윤석열 총장은 취임사를 포함해 과거에도 수차례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했다. 그런 사실로 미뤄보면 신임 검사들에게 검찰의 지위와 임무에 대한 설명을 본인 철학을 동원해 한 거라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 하는 얘기라면, 그 맥락에 맞게 봐야 한다. 정치 참여 선언 이후의 자유민주주의 발언은 반공주의에 가까운 의미다. 참모의 문제도 있고 하겠지만 본인 인식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그게 이번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는 게…
–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자유민주주의 주장이 극우와 통한다는 지적이 있어요.
“전혀 아니죠. 저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선 자유와 자유민주주의가 뭔지 국민들이 다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라고 해요. 독일민주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하잖아요. 하지만 개인이 중시되고 자유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런 가치를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국가가 시스템 관리자로서 또는 개입자로서 행동할 때 이 정신을 투철하게 가져야 해요. 그래야만 정책 효과도 있고 취약한 사람도 보호할 수 있어요. 이 정신을 잃으면 양극화가 더 심해져요.”
–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민주당 핵심그룹이 개인의 자유를 과연 존중하는 철학적 기반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많습니다.”
이 ‘민주당 핵심그룹’이라는 표현,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 했다”는 서사의 형식을 보면, 이 정권이 왜 자신에게 그렇게 까지 했는가, 그것은 주사파의 후예들이어서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궈니횽의 민중민주주의라는 비판과 만나는 거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386적 세계 인식이라는 점은 지난 번에 쓴 메모에서도 얘기했다. 그게 결과적으로 반공주의와 붙고 있고, 그러한 인식이 지난 정권들에서의 국가 권력 행사 한계가 없었던 사건들, 가령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같은 것들의 원인이 되었다. 윤석열 씨가 이런 악순환을 진지하게 끊고 싶다면 주변 인물과 참모 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에서도 반공주의를 덜어내야 한다. 기왕 정치를 고집하겠다면, 이 정권 문제의 인식을 ‘주사파여서’ 말고 다른 차원에서 다시 시도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