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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기타와 음정

2024년 11월 11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나루님에게 기타를 배우러 갔다가 음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기본은 고딩 음악 시간에 배운 거지만 코드의 기초이기도 해서 이후에도 대충 알아놨었는데, 생각을 한 거 자체가 오래되다 보니까 가물가물하더라. 그래서 모처럼 기억을 되살려 정리를 해봄.

음정 따지는 거는 고딩 음악 시간에 요령을 배웠을 것이다. 일단 다장조 도에서 시작하는 거를 가정하여 이런 요령으로 익힌다.

완전음정 1 4 5 8
장음정 2 3 6 7

아래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한 칸 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가, 옆으로 한 칸 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가… 이런 느낌이다. 이 표의 쓸모는 각 음정에 반음이 몇 개 들어 있는지를 쉽게 따지기 위한 것이다. 가령 4도다, 그러면 이 표에서는 완전4도다. 근데 뭘 기준으로 완전 4도냐고 하면, 도에서 시작한 4도가 완전 4도다. 도, 레, 미, 파… 도에서 파까지가 완전4도인 것. 이때 도에서 파 사이엔 반음이 미하고 파 사이에 1개다. 그래서 완전4도에는 반음이 1개인 것.

여기서 또 외워야 할 게 반음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따라 음정의 이름이 달라진다는 거다. 이렇게 된다.

반음 2개 감소 반음 1개 감소 기준 반음 1개 증가 반음 2개 증가
겹(Doubly)감음정 감(Diminished)음정 완전(Perfect)음정 증(Augmented)음정 겹(Doubly)증음정
감(Diminished)음정 단(Minor)음정 장(Major)음정 증(Augmented)음정 겹(Doubly)증음정

이걸 갖고 응용을 한다. 가령 파에서 시라면? 파, 솔, 라, 시… 4도다. 도에서 시작했다면 완전4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파에서 시까지는 반음이 없다. 그래서 반음이 1개여야 하는 완전4도보다 반음이 1개 많아진다. 그러면 파에서 시는 증4도이다.

기타의 개방현 스탠다드 튜닝은 미, 라, 레, 솔, 시, 미이다. 각 현의 음정 차이를 따져보면 미에서 라는 미, 파, 솔, 라 4도인데 미하고 파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다. 라에서 레는 라, 시, 도, 레 역시 4도인데 역시 시하고 도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이다. 레에서 솔은 레, 미, 파, 솔 마찬가지로 미에서 파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이다. 솔에서 시는 솔, 라, 시 3도인데 반음이 없으므로 장3도이다. 시에서 미는 시, 도, 레, 미인데 시하고 도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이다.

즉 스탠다드 튜닝에서는 2번~3번 현 사이를 제외한 나머지 현은 이웃한 현과 완전4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게 왜 중요하냐면 코드의 원리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메이저 코드는 장3도-단3도의 구성이다. 가령 C메이저는 도, 미, 솔이다. 도에서 미는 장3도이고 미에서 솔은 단3도이다. 그러나 마이너 코드는 단3도-장3도의 구성이다. C마이너는 도, 미b, 솔이다. 도에서 미b은 단3도이다. 미b에서 솔까지는 장3도이다.

여기서 미b에서 솔까지가 장3도라는 점이 헛갈릴 수 있는데, 이렇게 따진다. 일단 미, 파, 솔을 따져본다. 3도다. 3도면 원래 뭐다? 장3도인데 도부터 시작했다면 반음이 0개다. 근데 미, 파, 솔은 미하고 파 사이에 반음이 1개다. 원래 0개여야 하는데 반음이 1개 있으니 전체 음정 길이는 반음만큼 짧아진다. 단3도다. 그런데 여기서 또 미가 미b이 된다면? 가령 미부터 솔까지 길이를 ‘미-파-파#-솔’ 이렇게 그려보자. 거기서 미에 플랫이 붙으면 ‘미b-미-파-파#-솔’ 이렇게 길어지는 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아래로 배치해보자.

미-파-파#-솔
미b-미-파-파#-솔

즉, 미b만큼의 반음이 더 길어진 것이지. 그러면 아까 미, 파, 솔이 단3도였는데 다시 미에 플랫이 붙어서 길이가 길어졌지? 단3도에서 길어지면 장3도지. 그래서 미b, 파, 솔은 장3도이다. 마이너코드는? 단3도-장3도 구성이다. 이것을 기타 운지법으로 보면 6번줄에 근음이 있는 하이코드 폼에서 가운뎃 손가락을 떼는 자세가 되는 거다. 가운뎃 손가락을 떼면 정확히 반음 즉 한 프렛 아래에 있는 바레로 잡고 있는데로 음이 내려가게 되므로…

뭐 이런 얘기고… 오늘 나루님이 트라이톤(tritone)을 언급하였는데, 이건 잘 몰랐던 개념이다. 증4도 혹은 감5도 관계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을 일컫는 말로 가령 파와 시라면 파-솔, 솔-라, 라-시… 이렇게 3개의 온음 관계가 포함되어 있어 ‘트라이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과거 서구인들은 이 불협화음을 너무나 무서워 하여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고.

근데 여기서 갑자기 생각나는 거. ‘증4도 혹은 감5도’라고 했지? 이런 걸 이명동음음정이라 한다. 가령 도-파#이라고 해보자. 이건 증4도 관계이다. 그런데 파#은 솔b이라고 쓸 수도 있겠지. 그런데 도-솔b은 감5도지. 그렇다면 증4도는 곧 감5도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럼 어디서 어떤 걸 써야 하는가? 그건 맥락에 따라 달라요…. 가령 앞서 마이너 코드 얘기했지? 마이너 코드는 정의가 단3도-장3도 잖아. 그러면 도-미b-솔이라고 써야지, 도-레#-솔이라고 써서 증2도-증4도 관계를 만들면 안 됨.

나루님이랑 얘기한 거, 나루님이 가르쳐준 거, 그냥 내가 기억해낸 거 다 합쳐서 적어 놓음. 이 모든 얘기와 생각은 나루님이 “6번줄과 5번줄 사이는 4도”라고 했는데 내가 “파, 시”라고 한 데서 시작됐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기타, 음정, 화성

신해철

2024년 10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10주기라고 그래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많이 뜬다. 유퀴즈 거기에 자제분들 나온 것도 잠깐 봤는데, 따님이 생전에 고인과 말하는 게 똑같다. 유전자의 힘이란 놀랍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음악적으로는 좋아했다고 얘기하기가 좀 그렇다. 고인이 한참 명성을 날릴 때 나는 겉멋 든 중딩이었다. 외국 노래 아니면 아예 취급을 안 할 때 였다. 신해철과 넥스트는 ‘가요’였다. 교만하고 협량한 내 세계에서는… 많은 것들이 ‘가요’고 ‘가수’였다. 그리고 뭔가 그 약간 느글거리는 듯한 창법도 좀 그랬던 것 같다.

고딩 때 친구 중에 고인의 팬이 있었는데, 노래방을 갈 때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니, ‘Here I Stand for You’니 하는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그 시절에 그 친구들하고 노래방에 가면 뭘 부르든 막 끼어 들어서 다 같이 부른다. … ‘다 같이’는 아닐지도 모른다. 나 혼자 그런 행패를 부렸을 수도 있다. 하여간, 그 덕분에 남들에게 의미가 깊은 고인의 노래들을 거의 외우게 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떤 동시대성을 갖고 음악을 음악으로서 즐기고 받아들였던 건 확실히 내가 아니고 그 친구였던 거 같다. 나는 그냥 스노브, 힙스터였다. 지금도 뭐 똑바로 아는 게 없다. 가요? 가요가 뭔데? 자기가 발 딛고 선 데서,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나간 길이 사방으로 뻗치지 않은 곳이 없는데, 그 때는 그런 걸 하나도 몰랐다. 그리하여, 우리 세대 중에 신해철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사람은 없다. 음악이 어쨌다고 이렇게 썼지만, 이런 나조차도 ‘동시대적으로’ 가장 오래된 신해철의 음악적 기억은 “아침엔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푸드”이다.

이제 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돼 써봤다. 더 적고 싶지만 시간이 다 됐다. 일하러 가야겠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신해철

다 쥐어박고 싶다

2024년 10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도대체 뭘 알고나 얘기를 하지 싶은 그런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지쳐버렸다. 유튜브 이 개같은 거 진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역시 한국은 억울하면 사장해야 한다. 억울하면 네가 사장해라… 이 짓거리 하면서도 그런 생각 많이 한다. 차라리 내가 사장을 하지. 왜 내가 내 마음대로 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알아서 베스트를 하려고 했는데도 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비난은 비난대로 받고 왜 이래야 하냐. 무시는 무시대로 당하고. 말을 하면 말이 많다고 해, 말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뭐라고 해….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인데. 도대체 좀 가만히 보고 듣고 있으면 안 되냐고.

하긴 사장해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다. 어떤 분이 하소연하더라. 웃는다고 뭐라고 합디다…. 이게 웃을 일이냐, 크게 웃지 마라 등등…. 어느 방송에 가면 배경에 제작진 웃음 소리가 섞여 들어갈 때가 있는데, 그거 가지고도 뭐라고 한다드만. 진짜 미친놈들 아닌가? 그러면, 유튜브를 왜 보냐? 뭘 알고 싶어서 보는 거냐? 아니지~ 그냥 개~갑질하고 싶어서 보는 거지. 뭐 맨날 똑같어. 지겹다 이제.

이러한 가운데…. 뭐 유튜브를 벗어나면 잘 되는 거냐. 그것도 아니지. 내가 몇 안 남은 라디오 출연을 하러 가는 날이었단 말이다. 좀 현타가 와요. 여기서 막 떠들면 기사를 쏘는데, 그거 있잖아. 익숙한 거. 나랑 A랑 같이 대담을 했는데, 가령 “이시바 시게루 개망해버림”이란 주제로 얘길 했다고 치자. 기사가 이렇게 나간다니까. <A, “이시바 시게루 개망함”>… 그럼 난 뭐야? 그냥 뭐 적당히 시간이나 메꿔주는 사람 아니냐. 애초에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거지.

이런 얘기 하면 또 무슨 관종이니 뭐니 지랄을 하던데, 내 이름으로 기사를 내달라는 게 아니고 애초에 그런 취지로 섭외를 했으면 괜히 힘 뺄 필요도 없고 서로 좋지 않냐 이거야. 나도 말 많이 안 해 좋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잖아? 근데 섭외를 할 때는 마치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막 말씀을 하신다니까. 돈이라도 많이 주면 몰라. 그것도 아니잖아. 오기로라도 꼭 자전거를 타고 간다. 40분 걸려. 왕복 80분.

오늘은, 그냥 그만 둬버릴까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피디님이 그러는 거였다. 제가 평론가님 책을 대학생 때 사서 읽었는데 다음주에 가지고 올테니 사인을 해주세요… 아…

그… 자전거 타는 시간 확보를 위해서라도 계속 해야되겠지…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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