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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Author: 이상한 모자

오키나와 기행 2

2016년 8월 23일 by 이상한 모자 Leave a Comment

8월 20일 / 김 선생님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몇 시간 잠도 자지 못하고 강행군을 시작했다. 먼저 가야 할 곳은 슈리성이다. 유이레일이 나하 공항에서 슈리성 인근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한다. 오늘 계획은 유이레일을 계속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1일권을 끊었다.

유이레일에 올라 창 밖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처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똑같이 생긴 건물은 거의 없었다. 국제거리에 가까운 지역의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슈리성에 가까워 오니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았다. 다들 빨래를 창밖에 널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가 베란다를 샷시로 막고 실내공간화 해서 쓴다는 점은 좀 다르다. 여기서는 그런 식으로 베란다를 이용하는 경우가 없는 것 같았다.

슈리성 근처 가게에서 발견한 메시지

슈리성 근처 가게에서 발견한 메시지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중심지였지만 전쟁 이후 파괴되었고 1992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뭐, 자세한 것은 위키백과를 참조하자. 슈리성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하니 문이 닫혀 있었다. 아침 8시부터 개장인데 7시 반에 와버린 것이었다.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지 여기서 알 수 있다. 문은 자동차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개장을 하거나 말거나 무작정 들어가 버렸다. 공원 내에는 진기한 식물들이 많았는데 일본인들이 가끔 서브컬쳐물에서 ‘남국의 정취’ 따위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하는 코드의 원형이 이 식물들에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식물을 구경하고 전망대에 오르기도 하면서 슈리성 공원을 헤매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노인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한국 같았으면 그냥 무시했을 게 분명하다. 슈리성 공원 내부에는 유료구역이 있는데, 그 앞에 도착한 순간 개문행사가 시작되었다. 대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개문을 선언하고 커다란 봉을 든 노인 두 명이 커다란 문 양편에 섰다. 돈이 풍족하진 않았으므로 여기서 발걸음을 돌렸다.

슈리성 앞에 선 김 선생님

슈리성 앞에 선 김 선생님

슈리성 위에서 바라 본 나하시

슈리성 위에서 바라 본 나하시

슈리성 공원 내의 정보센터에 있는 어린이를 위한 시설

슈리성 공원 내의 정보센터에 있는 어린이를 위한 시설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기이한 모양의 식물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기이한 모양의 식물

김 선생님은 진기한 식물들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계속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잠도 별로 자지 못하고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2시간 가까이 걸었기 때문이다. 김 선생님은 슈리성 주변을 거의 샅샅이 뒤졌다. 중산층들이 사는 단독주택이 많은 듯 했다. 300년 된 나무를 구경한 후 엄청난 오르막을 오르며 나는 거의 죽을 뻔했다. 수원시에 있는 우리 집의 뒷편엔 420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그러나 김 선생님은 인간보다 동식물을 좋아한다. 거의 쓰러질 듯한 상태로 거대 거미에 놀라기도 하면서 슈리성 견학을 마쳤다. 이제 다마우돈(玉陵)에 가야 할 차례였는데, 앞에 도착하고 나니 돈을 내야 해서 안 들어갔다. 걸어서 다시 역까지 가는 도중 나는 더위와 피로에 거의 쓰러질 뻔했다. 억지로 JA오키나와라는 곳에 들어갔다.

나하성 근방 마을에서 이미 지쳐버린 나

나하성 근방 마을에서 이미 지쳐버린 나

바나나를 먹으며 필사적으로 생명유지활동을 하는 나

바나나를 먹으며 필사적으로 생명유지활동을 하는 나

여기는 마트처럼 보였는데, 쿱- 이라고 하는 걸 봐서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지역에도 A-Coop이라는 게 있는가본데 사실 잘 모르겠다. 여튼 여기에 주저앉아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했다. 김 선생님은 바나나를 샀다. 바나나로 에너지를 섭취하며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섰다. 간신히 역에 도착해 다시 유이레일에 몸을 실었다.

그 다음으로 가기로 한 곳은 가데나 공군기지였다. 이를 위해선 버스를 타야했다. 아사히바시역으로 이동하여 버스터미널에 가려고 했으나… 공사중이다. 근처로 옮겨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이 버스의 이용 방법을 몰라서 약간 혼란을 겪었다. 먼저 승차한 후에 기계의 버튼을 눌러 정리권을 받는다. 정리권에는 정류장마다 다른 번호가 써있다. 각 번호마다 얼마를 내야 하는 지가 버스 앞쪽의 전광판에 출력된다. 내릴 때 이 돈을 내면 된다. 즉,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내는 시스템이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일본 버스의 내부

일본 버스의 내부

버스 얘기를 하나 더 하면 뒤에 크게 ‘논스텝’이라고 쓰여 있는 버스가 있는데, 이게 저상버스다. 스텝이라는 게 계단이다. 그 외에 원스텝 버스가 있는데, 이건 계단이 하나 있는 버스로 이전 세대의 버스보다 낮지만 경사판의 각도가 높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리프트가 달린 버스도 있었는데 조작에 시간이 너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논스텝 버스 도입을 확대하는 게 답인데… 여튼 이런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사정이 비슷한 것 같다.

가데나 공군기지 근방의 길의 역 휴게소로 가는 길

가데나 공군기지 근방의 길의 역 휴게소로 가는 길

하여간 한 시간 이상을 걸려 가데나 공군기지 근처에 내렸다. ‘공군기지 근처’라고는 하지만 엄청나게 넓다. 정확하게는 가데나 공군기지를 관찰할 수 있는 휴게소에 가야 했다. 그럴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그냥 2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 버렸다. 햇볕은 내리쬐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였다. 그 와중에도 김 선생님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였으나 나는 너무 지쳐서 무슨 이야긴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이 때부터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어서 김 선생님이 먼저 마구 걸어가고 나는 뒤쳐져 따라가게 되었다.

가데나 공군기치 근처 길의 역 휴게소에서 먹은 가츠동

가데나 공군기치 근처 길의 역 휴게소에서 먹은 가츠동

고난의 행군 끝에 간신히 도착한 휴게소에서 이날이 첫 제대로 된 식사를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걸 보니 좀 기분이 이상했다. 샌드위치나 햄버거, 돈까스와 감자튀김 같은 것들을 먹고 있는데 하나 같이 맛이 없어 보이는 거였다. 어설프게 흉내낸 서양식이라고 할까, 한국의 80년대에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여튼 먹어야 되니까 무난하게 가츠동으로 했다. 김 선생님은 비프카레였다. 가츠동은 워낙 굶주린 상태에서 먹다 보니 맛이 있었지만, 잘 만든 음식으로 평하긴 어려웠다. 얇은 돼지고기가 다소 딱딱했고 튀김옷이 너무 쉽게 분리됐다. 물론 뭐 휴게소에서 무슨 미식을 논하겠냐마는, 여기에 뭘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신기했다. 계산을 하려는데 종업원들이 우리가 뭘 시킨지도 모르는 것 같아서 손짓 발짓으로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가츠동 코라 비프카레…” 코크 아니고 콜라 아니고 코라다.

미군기지 펜스를 그대로 카피해놓은 학습전시실

미군기지 펜스를 그대로 카피해놓은 학습전시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휴게소 3층으로 올라갔다. 여긴 학습전시실이 준비돼있다.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있기 때문에 어쨌든 손해보는 게 많다는 취지다. 일본 전체의 미군기지 부지를 100으로 보면 75가 오키나와에 있다고 써놓은 것이나, 전쟁 전의 시골 마을 모습의 재현 등이 그런 맥락이다. 뜬금없는 전투기 소개 코너도 있었다. 대략 둘러보고 이제 옥상으로 올라갔다. 여기선 가데나 공군기지를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현대 사회의 어떤 기만적 단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는 매점이 있어서 테이블을 설치해놓았는데, 그 중 하나는 아예 기자 전용으로 정해져 있었다. 실제 일군의 사람들이 엄청난 렌즈를 들고 와서 공군기지를 찍는데 열심이었다. 어떤 사람은 뭔가를 꼼꼼히 적기도 했다. 스파이?

길의 역 휴게소 옥상에서 본 가데나 공군기지

길의 역 휴게소 옥상에서 본 가데나 공군기지

토요일에 오직 미군기지 관측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

토요일에 오직 미군기지 관측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

아예 기자 전용석이 설치된 매점 테이블

아예 기자 전용석이 설치된 매점 테이블

코인을 넣으면 가데나 공군기지를 관측할 수 있도록 만든 쌍안경

코인을 넣으면 가데나 공군기지를 관측할 수 있도록 만든 쌍안경

오리온 발포주

오리온 발포주

어쨌든 여기서 오리온 발포주를 마셨다. 발포주라는 건 맥주처럼 만들었지만 사실 맥주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술이다. 개중에는 놀랍게도 발포주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술도 있다. 여튼 그렇게 바람을 쐬고 이번에는 충실히 버스를 갈아타 현립박물관미술관으로 향했다. 너무 길어졌으니 이후는 다음에 쓰기로 한다.

오리온 맥주 디자인의 스마트폰 케이스

오리온 맥주 디자인의 스마트폰 케이스

노브라 마네킹

노브라 마네킹

Posted in: 글, 기고 안 된 글, 여행 Tagged: JA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 발포주, 슈리성, 여행기, 저상버스

오키나와 기행 1

2016년 8월 22일 by 이상한 모자 3 Comments

8월 19일 / 촌놈이 어쩌다보니 국제선 비행기를 다 타보게 되었다. 만 나이 45세 김 선생님으로부터 오키나와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은 것인데, 다행스럽게 때가 맞아 어찌 어찌 계획에 동참할 수 있었다. 항공사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면 타지 말라고들 하는 피치 항공인데, 제 시간에 오지 않고 제 시간에 떠나지도 않는다. 기내 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별로 기대할 것은 없고 결제 과정이나 이런 데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고들 하는데, 어차피 시간 많고 들고 갈 짐 별로 없고 긴 거리가 아니라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 파일럿이 조종을 못하는 건 아니니…

시작부터 시간 계산을 못하는 바람에 이륙 1시간 반을 남기고 겨우 공항에 도착하였다. 김 선생님이 미리 여러 준비를 한 데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포켓와이파이 대여, 티켓팅, 출국 수속 등등이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금요일 낮에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는 별로 없었던 거다. 비행기는 20분 정도 늦게 떴는데 나하 공항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나하 공항에서 본 지는 해

나하 공항에서 본 지는 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는 약간 당황하였다. 공항이라기 보다는 웬 창고 같은 분위기가 아닌가. 나하 공항은 LCC 승객을 따로 이런 창고 같은 곳에 내리게 하고 있다. 아마도 화물운항을 위한 공항 일부를 LCC를 위해 내준 듯 싶었다. LCC라고 해도 다 여기서 출입하는 건 아니고 피치와 바닐라 항공의 경우만 해당된다. 여기서 입국 수속을 하는데 특히 지카바이러스와 테러 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듯 싶었다. 금발 벽안의 양인은 짐을 수색당했는데, 우리 아시안들은 무사통과였다.

나하 공항 LCC 터미널의 유일한 면세점

나하 공항 LCC 터미널의 유일한 면세점

그 다음은 셔틀을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했다. 셔틀이라는 건 굉장히 낡아보이는 버스였다. 좀 달리는데 위에서 물이 떨어졌다. 물이 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렇게 국내선 터미널에 도착, 바로 모노레일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오키나와의 모노레일은 기괴한 로고와 함께 ‘유이레일’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사람 이름은 아닌 것 같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오키나와 말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유럽인들과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이 모두가 타서 북적였는데 유럽인들은 눈이 마주치면 잘 웃고 일본인들은 사과를 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이레일 표를 자동판매기로 사려는 관광객들

유이레일 표를 자동판매기로 사려는 관광객들

이때까지는 포켓와이파이를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여서 김 선생님의 아날로그식 여행 방식에 모든 것을 맡긴 상태였다. 김 선생님은 미에바시 역 근처의 소라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 놓았는데, 역에서의 거리는 거의 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날로그식 여행 방식은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나하 시내를 거의 1시간 이상 헤메었다. 덕분에 나하 시민들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주거 환경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치과가 많았던 게 인상적이었다. 결국 막스 발루라는… 우리로 치면 대형 마트에 들어가서 계단에 앉아 포켓 와이파이를 작동시키고 구글 지도를 이용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돈을 지불하고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예약된 2인실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밖으로 나가 또다시 거리를 헤매었다.

[Google_Maps_WD id=2 map=2]

미소라멘

미소라멘

매운 미소라멘에 만족스러운 김 선생님

매운 미소라멘에 만족스러운 김 선생님

먼저 가야 할 곳은 국제거리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많은 것들이 있었다. 배를 채워야했기에 아무 라멘집에 들어갔다. 원래 가려던 곳은 줄이 너무 길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 집은 ‘노 라멘, 노 라이프’라는 슬로건이 수줍게 걸려있었는데, 가게 이름은 창야(ちゃんや)이다. 마음먹고 가는 거 아니면 발견하기 힘들지 싶다. 나는 미소라멘을, 김 선생님은 매운 미소 라멘을 시켰다. 면이 구불구불해서 놀랐다. 나중에 찾아보니 홋카이도의 니시야마 제면이 만든 계란국수를 쓴다는 것 같다. 주인이 홋카이도 사람이라고 한다. 맛은 뭐 좋다. 홋카이도 라면과 오키나와 소바가 약간 혼합돼있는 것 아닌가 추측했다. 국물은 짜고 진하고, 면은 우리 표현으로 하면 꼬들꼬들이다. 귤껍질 같은 게 아주 소량 들어가 있다. 훌훌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 딱 씹히고 뭔가 새콤달콤한 맛이 퍼진다. 그게 상당히 재미있는 요소이다.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돼지고기는 어느 부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느낌으론 항정살 같은 게 아닐까 하는데, 지방질이 고루 분포가 돼있어 아주 맛있었다. 오리온 드래프트 삐루라고 적혀있길래 한국의 생맥주 500 같은 느낌으로 주문했는데 작은 캔이 하나 나왔다. 뭐 어쨌든 오리온 맥주는 오키나와의 자존심인 것 같다.

거대 잡화점 돈키호테의 인상적 상품들

거대 잡화점 돈키호테의 인상적 상품들

블루실 아이스크림과 나

블루실 아이스크림과 나

그 다음엔 돈키호테라는, 거대 다이소의 느낌인 쇼핑몰에 들렀다. 여러 잡스러운 물건들을 구경하며 한국과 일본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 다음엔 블루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블루실(blue seal)이라는 건 미국의 어느 동네에서 훌륭한 아이스크림에 주는 표장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콘을 줄 때 김마끼를 끼우는 틀 같은 데다가 얹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바닐라, 김 선생님은 고구마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니까, 부드럽고 달고 맛있다.

그리고 또 다시, 기약없이 거리를 헤매었다. 거의 나하 시내를 통째로 외울 기세였다. 여러 진기한 광경을 보고 나서 아무 가게나 또 들어가서 앉았다. ‘이치마이루(いちまいる)’라는 이름인데 뭔 뜻인진 모르겠다. 고야참프루와 라후테, 맥주를 시켰다. 지친 상태여서 느낌으로 말하자면… 뭐든지 맛있고 좋았다. 고야챰프루라는 건 ‘고야’라는 괴이한 식물과 두부, 계란, 고기 등등을 같이 볶은 것인데 맛있는 음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야라는 건 우리 말로는 ‘여주’라고 하는 식물의 열매인데 쓴 맛이 난다. 라후테라는 건 동파육의 변형이다. 삼겹살 덩어리를 간장, 설탕 등과 함께 삶아 졸인 것인데 돼지갈비 비슷한 맛으로,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 외 특기할 점은 한국엔 드문 ‘테이블챠지’가 있다는 거다. 대개 있는 것 같다. 음식을 서빙하는 점원에게 땡큐를 연발했는데, 어느 순간 뭐라고 말을 하는데 못 알아들었다. ‘샹큐와’ 까지는 알아 들었는데 이 다음이… 대략 “땡큐는 됐습니다” 정도 느낌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고야챰프루

고야챰프루

라후테

라후테

길거리의 팔자 좋아 보이는 고양이들

길거리의 팔자 좋아 보이는 고양이들

그 다음, 정처없이 걸어서 편의점에 들러 술과 안주를 샀다. 나는 에비수 맥주를, 김 선생님은 무슨 30도짜리 술을 샀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국화의 눈물’ 같은 느낌인데 모르겠다. 전형적인 곡주의 맛이 났다. 김 선생님은 또 푸딩을 꼭 사먹어야 한다며 신선란의 뭐시기 프링 이라는 이름의 식품과 젤리화 된 과일 같은 걸 샀다. 자는 방에서 뭔가를 먹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어글리 코리안이라 그냥 몰래 먹고 잠들었다. 김 선생님은 이미 쿨쿨 잠들었지만, 나는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왠지 슬펐다.

숙소에서의 불법 파티

숙소에서의 불법 파티

Posted in: 글, 기고 안 된 글, 여행 Tagged: 고야참프루, 나하시, 돈키호테, 라멘, 라후테, 블루실, 여행기, 오리온 맥주, 오키나와, 유이레일, 이치마이루, 창야, 피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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