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과 그 다음 날에 떠든 내용들
물론 혼자 계속 떠든 건 아니었지만 투표일만 해도 거의 7시간(아침에 2시간, 점심에 1시간, 저녁에 4시간) 동안 떠드는 자리에 앉아 있었단 말이다. 떠든 내용들을 조각조각 정리해본다.
- 꼼수, 막말, 정책적 무쟁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투표를 하고자 한 절실함이 뭐였을지에 대해 기성정치가 생각을 해봐야 한다.
- 수도권은 참여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실리주의적 투표성향을 보였으나 국정농단, 탄핵을 거치면서 다시 명분 중심의 투표성향이 강해졌다.
-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은 보수결집과 코로나19로 인한 안정론만으론 설명 어렵고 여당 지지층의 적극적 투표행위가 있었다고 봐야 하는데, 야당심판론(정신 못 차린 것 같으니 더 혼나봐라)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상당히 추격한 것은 정권심판론과 실리주의적 투표성향의 결합이 사라지지 않은 결과이다. 종부세 완화 공약에도 불구 여당의 강남벨트 일부 지역구 부진이나 신도시 지정 영향권 안에 있는 지역의 표심 변화는 이를 보여준다.
- 물론 개발이슈가 겹쳐져 있는 동작을처럼 야당 중진보다 여당의 전략-신인 후보를 더 힘있는 사람으로 판단하는 실리주의를 보여준 지역도 있다.
- 영남의 경우 경기 부진으로 인한 정권심판론 분위기가 선거 이전 존재했으나 코로나19 대응과 미래들의 공천파동으로 주춤했다가 후반부에 다시 심판론이 올라왔다. 여당이 부산경남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일 것이다.
- 김부겸 낙선은 정권교체와 장관직 수행 등으로 정당-언더독 효과가 사라진 결과이다. 대구 유권자들 입장에서 민주당-김부겸에 대한 부채의식을 더 이상 가질 이유가 없다.
- 호남에서의 민생당 부진은 2016년 총선은 대권주자 선택(문재인이냐 안철수냐)의 의미가 있었으나 이번엔 정권이 이미 교체된 상태였다는 점, 여당 선호 앞에서 전형적 지역감정 논리(호남대통령론, 호남무시론)는 먹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결과이다.
- 민생당 0석은 2012년 안철수 현상이 촉발한 제3당 돌풍의 공식적 종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양당제 정치 하위범주로서의 NEW안철수이다.)
- 안철수의 퍼포먼스 중심 캠페인은 원내에서 진지하게 정당정치를 할 마음이 없고 오로지 대권만 보고 있다는 식상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결과이다.
- 열린민주당의 부진은 본체와 강경파 별동대의 역할분담이 윈-윈이 아닌 상호충돌의 제로섬으로 이어질 때 안정적 투표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체가 못 하는 말을 별동대가 해주는 구도가 아니라 서로 싸움박질 하는 구도가 되면 본체 찍는단 것.)
- 열린민주당이 선전했다면 여당 내 분파투쟁의 서막이 됐을 거고 최악의 경우 대권구도가 엮일 수 있었다. (현재 대권주자 대다수 비문이라 친문-적자론 힘 받을 가능성 있었음.)
- 본인 희생을 통해 전체 선거 구도를 살린 게 아니라 오히려 구도를 망가뜨린 당사자라는 점에서 황교안 리더십 붕괴는 필연적이다. 버틴다면 보수언론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포스트-황교안에 관해선 김종인 비대위원장, 5선 4인방 중 원내대표 선출, 조경태 체제 모두 전국적-통합적 리더십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장기적으로 TK-보수 동맹을 포기할 수 없다면 전직 대통령을 넘는 구심이 형성돼야 한다.
- 유승민의 경우 수도권에서 성적 저조하고 본인이 불출마해 나서기 어렵다. (대구에서 용서의 신호가 있다면 재건이 훨씬 수월해진다.)
정의당 얘긴 밑에 썼고… 뭐니 정말… 그만하고… 너무 졸려서… 빨리 일 끝내고 잠이나 자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