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보나?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9453.html
이 글은 이준석이 놓여져 있는 한국 사회의 어떤 경로를 마치 이준석을 통해 오늘 처음 본 사람인 듯한 태도이다. 어떤 사람들이 그냥 욕하고 싶어서 딱지 붙이는 경향이 있는 건 맞다. 매번 누구에 대해서라도 하는 일 아닌가. 자기 얘기를 하면 된다.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능력주의와 트럼프주의는 동거할 수 있다. 현실정치는 거의 언제나 모순적인 두 지향을 동시에 주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실정치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제1원리는 무언가에 대한 지향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반대이기 때문이다. 적의 적은 우리 편이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이준석이 능력주의자일 수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능력주의교의 수도승으로 살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게 자기 주장이고, 그걸 이용해서 대표가 됐다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문재인 당선에도 “대통령직 수행을 지켜본 뒤 판단할 일이다”라고 하는 거냐?
아무튼, 전의 글에도 썼지만 현실 정치의 동원전략으로서 능력주의는 ‘귀족’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정권은 다양한 사건으로 ‘귀족'(이 역시 반대의 조직화 전략이기에 이 귀족의 정체는 오늘은 386, 내일은 주사파, 또 어느 날은 베네수엘라, 또 어떤 날에는 박근혜랑 다를 바 없는… 등등으로 바뀐다)이 존재한다는 걸 믿을 수 있게 만들었다. 트럼프주의도 결국 ‘귀족’을 깨자는 거다. 능력주의와 트럼프주의는 여기서 동거할 수 있다. 반기득권, 공정, 실용, 세대교체 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맥락이다.
그래서, 이 글과 같은 소리를 하고 싶다면 그 ‘귀족’을 지목하고 그걸 만들어낸 혹은 만들 수 있도록 한 정치를 비판해야 한다. 이준석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그걸 위한 시작인 거다. 그러나 이 글은 더 살펴보자, 그냥 여기서 정지한다. 나는 비겁함이라고 본다. 어제는 이준석은 나쁜 놈이니 인터넷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고 하고, 오늘은 이준석이 대표가 됐으니 분석을 막 해야 한다며 평론가 인용해 기사를 쓰고, 내일은 이준석 속단하면 안 되고 더 지켜보자고 하는…
이래서 돈을 내고 한겨레 후원회원이 되었다. 다들 돈을 내고 한겨레 욕을 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