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왜 안 되는가
앞에 쓴 메모에 잠깐 언급했는데, 윤석열이 싫어서 홍준표를 지지하고, 홍준표가 또 싫어서 유승민을 지지하고 이게 될 것인가.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미미할 것이다. 보수정당 싫어서 민주당 지지하고, 민주당 싫어서 진보정당 지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홍준표 지지율에 대해선 나가는 거의 모든 방송에서 이 비유를 썼는데, 처음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는 지지율 꿔서 몸집을 불린 것이지만, 그걸 갖고 자산투자를 해서 자기 자본을 키우면서 현금 흐름을 창출했다… 이렇게 썼다. 흐름이 한 번 형성되니까 보수층 내에서도 올라서 오르는 지지율, 일종의 밴드왜건이 동작한 측면도 있다. 윤석열이 이준석과 대립하면서 생긴 반감이 마중물이었다. 이제 양강구도는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반-윤석열의 맥락에서 바람을 타다 보니 보수층 내에서 단기적으로 홍준표가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마케팅 용어로 하자면 이것도 일종의 언더독이다. 조국수홍 논란에서 보듯 조정 여지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의 반사체로서 윤석열을 볼 땐 대단해보여도 발광체로 놓고 보니 밑천 드러나는 것처럼, 이제 그래서 홍준표로 정권교체 가능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하면 특별히 윤석열보다 낫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엊그제 토론에서 본 것처럼 토론 능력이나 이런 것도 사람들의 기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본다.
그러면 그 다음 타자는 유승민이냐. 그럴 수가 없다. 여긴 두 가지 차원이 작동한다. 홍준표의 마중물이 똑같이 작용할 수 없다. 이준석 돌풍을 다룰 때도 계속 얘기했지만 경로가 뭐든 젊은층의 보수정치 지지 성향은 거짓말-진보에 대한 반감이 원천이다. 그런데 유승민은 보수 내의 유사-진보로 보인다. 이게 가령 중궈니횽처럼 ‘진보 내의 진보’가 진보를 비판할 때에는 꿀잼이 되는 거지만 ‘보수 내의 유사 진보’는 평가받기 어려운 거다.
물론 그럼에도 ‘따뜻한 보수’는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그러니까 2000년대 초중반에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정치적 정당성 만큼은 합리적 보수층도 인정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 논리는 저런 세력도 있어야 되고 언젠가는 주류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기상조이다 라는 거였다. ‘따뜻한 보수’는 이런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박근혜와 싸우는 유승민이 일순간 별의 순간을 봤던 이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탄핵 이후는 ‘배신자론’이 이런 평가를 막고 있다. 더군다나 거짓말-진보의 안티테제처럼 보이는 솔직-보수의 홍준표라는 대체제도 있다. 그러니 어렵다.
그래서 앞으로의 국힘 경선은 구도 자체에 큰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윤석열이 싫어서 홍준표를 쳐다보다가, 홍준표가 또 싫어지면 윤석열을 곁눈질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구도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그건 그렇고 오늘 KBS에 우상호가 출연해서 홍준표가 될 것 같고, 홍준표가 윤석열 보다 상대하기 쉽고, 그럼에도 1대1 구도면 민주당은 어렵다 라고 하던데 이게 정확한 속내라고 본다. 정의당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