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번에 썼지? 내 이럴 줄 알았다. 오늘 조선일보 사설.
[사설] ‘文 가족 비리’ 감싸려면 ‘朴 경제 공동체’ 판결문부터 보라
(…)
문 정부 인사 37명은 1일 기자회견에서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전 비서실장은 “누가 봐도 지나치다”, 전 민정수석은 “목표를 정해 놓은 수사”라고 했다. 민주당 대변인도 “국면 전환용”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와 성인인 딸 부부는 독립적 생계를 꾸리기 때문에 사위의 취업을 문 전 대통령 뇌물로 엮는 것은 무리이고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받은 돈이 한 푼도 없는데도 최순실씨와 ‘경제 공동체’로 엮여 감옥에 갔다. 최씨가 딸의 승마 지원 명목으로 삼성에서 받은 돈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 공동체’는 부부와 같은 가족을 이른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가족이 아닌데도 최씨가 딸을 위해 받은 돈 때문에 뇌물 유죄가 됐다. ‘경제 공동체’라면 문 전 대통령과 딸 관계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보다 더 가까울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9/02/WYGOIH5P4JHJHNS26ERQGGJOWY/
이래서 내가 경제공동체를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도 경제공동체 인정이 돼 유죄가 났는데, 그보다 더 가까운 문재인 문다혜가 유죄 인정이 안 되겠느냐’라는 논리는 전형적인 피장파장 내로남불 논리라 언뜻 보면 그럴듯하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 그러나 계속 말씀드리듯, 박근혜 최순실은 뇌물죄에 있어선 공동정범이 인정됐기 때문에 유죄가 나온 것임. 아래는 당시 대법원 판결 보도.
먼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 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3조에 따르면 신분 관계가 없는 사람이 친분 관계로 인하여 성립되는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합니다. 친분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 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친분이 있는 사람과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 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합니다.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범과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와 관계가 없습니다.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원심은 전 대통령이 이재용에게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하고 피고인 최서원은 뇌물수수 범행에 기능적 행위 지배를 하였으므로 뇌물이 피고인 최서원에게 모두 귀속되었다고 하더라도 전 대통령과 피고인 최서원 사이에 뇌물 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들이 상고 이유로 주장하는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은 없습니다.
https://imnews.imbc.com/news/2019/society/article/5471253_29136.html
대법원의 설명에서 보듯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려면 전체 계획을 공모한 상태에서 분업적으로 이를 실행한 게 있어야 된다. 경제공동체는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서 ‘A가 받은 게 B가 받은 것과 마찬가지’란 논법이다(조선일보 사설 역시 읽어보면 경제공동체 개념을 이렇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니까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걸 은근슬쩍 경제공동체여서 유죄였다는 식으로 바꿔서 ‘문재인-문다혜도 경제공동체 인정되고 따라서 유죄는 당연한데 왜 내로남불?’ 이렇게 가버린다.
오히려 박근혜-최순실 건과 똑같은 논리로 문재인-문다혜를 다루려면 문재인과 문다혜가 공동정범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근데 이 사건이 그럴 수 있는 구조인가? 딸이 “아빠는 대통령이 돼갖고 사위 취직 자리 하나 못 알아줘? 이상직이라고 있잖아.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라든데? 거기 안돼?” 이러면, 문통이 “아빠는 대통령이야. 아빠만 믿어. 거기를 중진공 이사장으로 보내자고. 그러면 아마 취직을 시켜주겠지.” 이랬다는 증명이 필요한거 아니냐. 근데 이런 정황은 들어본 일 없고 오직 ‘문다혜는 독립생계가 아니었다!’ 이것만 파고 있다는 거(지금까지 나온 모든 얘기는 다 결과적으로 이걸 뒷받침 하려는 시도다), 이게 뭘 의미하냐? ‘문다혜 남편이 받은 건 곧 문재인이 받은 것’이라는 전형적인 경제공동체 논리 만으로 골인 시켜보겠다는 그런 제스처 아니냐고.
차라리 곽상도 건이랑 비교하면 모르겠다. 곽상도 건도 아들이랑 경제공동체 아녀 이걸로 조졌다가 1심에서 무죄났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곽상도랑 아들이랑 공범이다’, 이걸로 추가 기소한 상황. 그러면 곽상도랑 아들이랑 어떤 방식으로든 공모를 했다는 걸 증명해야. 쉽지는 않겠지. 그럼 이 사례를 그대로 문재인-문다혜로 갖고 와보자. 마찬가지야. 혹여라도 곽상도 1심 꼴 나지 않으려면 문통하고 딸하고 공모를 했다는 걸 증명해야 돼. 그럼 다시 도돌이표잖아. 그게 어려우니까 경제공동체 한 길로만 가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럼 왜 조선일보는 되지도 않는 기사쓰고 사설쓰고 그러는 걸까? 만약에 법원에서 검찰의 경제공동체 원툴 승부가 실패로 돌아가면 ‘박근혜-최순실은 인정 했으면서 왜 문재인-문다혜는 인정 안 하냐 좌파 판사 징징’ 이럴려구…. 뭐 그런 거 아니냐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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