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연료를 조금밖에 주지 않는(진짜 교통비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라디오 프로에 나가 한 말. 인박사가 내 뒤에는 윤심이 있다! 이랬는데, 진짜로 윤심이 있으면 굳이 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결국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처럼 될 것이다. 결국 김기현 혼자 독박쓰는 그림으로 끝나지 않겠는가. 그랬더니 상대가 그러면 지도부 사퇴까지도 가느냐 라고 물었다. 내심은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봤지만, 사퇴가 될지 수도권 출마나 불출마 선언이 될지 그건 두고 볼 일이라고 말하고 끝냈다.
다시 말하지만, 윤심이 명확하면 뭐하러 내 뒤에 윤심이 있다고 말하나. 그냥 일사천리로 될 것인데. 오히려 일사천리로 되는 와중에 이거 절 대 윤심 아닙니다 라고 하는 거지… 윤심이 오리무중이니까 내가 윤심이다~~~ 하는 거 아닌가? 오늘 보도를 보니 인박사가 언급하는 메시지도 새로 나온 게 아니라 혁신위 처음에 면담 요구할 때 받은 메시지라는 거다. 그러면 상황 바뀐 거는 없는 거지.
사람들이 라디오니 뭐니 나와서 온갖 얘기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봐. 오타쿠들 있잖아. 무슨 팬들. 자기들끼리 행복회로를 엄청 돌려. 우리 스타님은 이런 생각일 것이다, 저럴 것이다, 모든 속마음을 다 알아 맞히고, 그걸 뒷받침하는 뭐까지 막 제시를 해. 거기에 안 맞는 얘기하는 사람들 막 타박하고… 네가 뭘 몰라서 그런다는 둥…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뭘 알겠냐는 둥… 나중에 스타님이 인터뷰 해갖고 속에 있는 얘기 한 거 보면 밖에서 보는 얘기가 맞아…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 어쨌든 그런 사례도 있다는 것.
형식논리로만 보면 윤심이 당문제를 포괄적으로 아웃소싱한 대상은 인박사가 아니고 김기현 지도부이다. 믿음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든 결국 지금까지는 그렇다.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가 만든 거다. 지금 목전의 현상은 김기현 지도부가 혁신위를 컨트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거다. 이렇게 봐야 장제원은 그렇다 쳐도 김기현과 인박사가 왜 대립하는지가 설명이 된다. 컨트롤을 왜 못하냐? 캐릭터 문제도 있고 전권을 준다고 해놓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지금 지도부에 불리한 구도여서다.
가령 이런 거다. 1) 김기현 지도부를 흔들고 싶은 반대파, 2) 인박사 혁신위를 이용해 1기 윤핵관을 정리하고 싶은 신핵관쓰, 3) 여론을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우리 편인 수도권 출마예정자들, 4) 대통령이 바뀌어야 총선을 이기는데 그건 어렵지만 인박사 혁신위가 뭘 해내면 그 효과를 윤색할 수 있다고 보는 스핀닥터(가령 조선일보)들, 5) 책임질 일 없이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니 뒷짐지는 대통령실 … 이게 다 인박사에게 유리하고 김기현 지도부엔 불리한 소재이기 때문에 컨트롤이 안되는 것. 그러나, 컨트롤이 안 되는 거는 그냥 컨트롤이 안 되는 거지 애초에 거기에 뭐가 없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제는 이준석씨가 한동훈 비대위 레드카펫론을 얘기해서 좀 화제였는데, 난 그건 오버라고 본다. 라디오에서도 얘기했는데… 월요일에 미디어스 글에 이런 얘기를 썼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혁신위는 하고 싶은 얘기만 하다 끝날 거라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영남 중진들의 공천 탈락이나 용산-낙하산들의 대두 같은 일들은 혁신위가 활동 종료한 이후에나 벌어질 일이고, 이건 혁신위의 활동 성과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상태로 진행될 거다. 즉, 지금 혁신위의 활동이라는 것은 영화 문법으로 보면 맥거핀 같은 것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갑자기 혁신위의 활동에 뭔가 드라이브가 걸리고 실질적인 힘이 주어지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세간의 의심대로 ‘윤심’의 배후를 입증하는 일이 된다. 그런데, 만일 그렇다면 그건 뭘 가리키는 것일까? 여의도 호사가들이 말하는 대로 단지 용산-낙하산용 정도에 그칠 일이라면 나중에 나와도 되는 ‘윤심’이 굳이 벌써부터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건 당 입장에선 뭔가 우격다짐의 군홧발이 들어와야 할 정도의 일일 것이라는 얘기다.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저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한동훈 비대위까지 가는 논리 구조는 이런 거다. 인박사 혁신위에 윤심이 실렸다면 장제원과 김기현은 밀려날 것이다. 김기현이 밀려난다는 것은 지도부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할텐데 그 비대위는 과거의 김종인 비대위같은 게 아니라 윤심-비대위여야 할 거다. 윤심-비대위원장 할만한 사람은 안철수도 안되고 나경원도 안되니 한동훈 원희룡 정도 아닌가? 뭐 이런 건데…
그런데 저번에 제가 말씀드렸듯, 우리 대통령께 지금 그런 용기는 없을 거다 말씀드린다. 지금은 장제원씨하고 술이나 한 잔 하셔야 할 때. 특히 한동훈한테는 오히려 최대한 피 안 묻혀주려고 할 걸? 다른데 긴히 쓰실 데가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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