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도나 기자들이 했다는 질문들 보면 가처분이 뭔지 잘 모르는 거 같다.
가처분이 뭐냐. 내가 어떤 사람 때문에 뭔가 손해를 봤어. 이걸 구제하려면 재판을 해야 돼. 근데 어떤 사정에 의해서 재판의 결론이 나기 전에 손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완성돼. 그러면 재판을 해봐야 소용이 없잖아. 그러니까 재판의 결론이 날 때까지 ‘손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걸 일단은 막아달라는 게 가처분 신청이다.
그러니까 가처분을 한다는 거 자체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정상적인 재판 절차가 예정돼있다는 점에서 보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되는 거지. 만일 재판을 해봐야 네가 질게 뻔해. 그러면 판사가 굳이 가처분을 인용을 해가지고 상대방 또는 공공복리의 또다른 피해를 야기할 필요가 없겠지. 그럼 기각하는 거다. 반대로 이건 재판에서 다퉈볼만한데? 승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판단되면 일단 가처분을 인용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근데 가처분 인용에서 그걸 위해 판사가 내린 판단이 본안 소송에서도 반드시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 이런 사례는 수두룩. 윤통도 검찰총장 시절에 가처분은 인용됐지만 실제 본게임 가서는 졌다.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과 실제 승부를 내는 건 다른 문제기 때문.
그래서 오늘 가처분 신청 인용이라는 게 뭐냐면, 판사 생각에 재판에서 이준석이 이길 수도 있을 거 같애. 비상상황이 아닌데 비상상황이라고 우기고 지도부를 날렸으니까. 그런데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주호영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진행해서(비대위는 다음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임시 지도부니까) 새로 대표를 뽑아버리면 이준석이 재판에서 이겨도 손해를 회복할 수 없지 않느냐는 거다. 그래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표직을 이준석이 회복할 수 있는 상태로 홀딩해놓으라는 것.
그럼 여기서 생기는 여러 의문에 대해 답해보자.
1) 비대위 이전 상태로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가? 내가 볼 때는 아니다. 왜냐면 ‘비상상황이 아니었다’라는 판사의 판단은(물론 당연히 이 판단은 상식적인 결론이다)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 그러니까 이준석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발생 방지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논리이지 그 자체로 완결된 판결은 아니기 때문이다.
2) 권성동 대행-비대위 체제로 가는 건 가능한가? 내가 볼 때는 가능하다. 법원이 판단한 건 이준석의 피해, 그러니까 ‘대표직’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한 건데 이준석은 ‘사고 상태’라는 이전 상황을 보자면 대표 대행을 권성동이 하는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비대위 체제라든가 비대위원 직무에 관한 것은 이번 가처분 신청의 판단 내용이 아니다. 앞서도 썼지만 ‘비상상황이 아니었다’라는 건 이준석의 피해 구제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니까 웃기지만 권성동 비대위원장(대표 권한을 가짐) 대행?이라는 체제는 가능하다.
3) 조기 전당대회 가능한가? 이건 앞서도 얘기했지만 가처분 취지에 완전히 반하는 거기 때문에 이준석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선 재판 결과 나올 때까지 하면 안 된다. 아무런 상태 변화가 없이 계속 이대로 가는 상황에서 본안소송 결과가 내년 6월까지도 안 나온다고 가정하면 이준석은 1월 8일 대표로 복귀해 6월 임기를 마치게 된다고 주장하게 되고, 전당대회는 그 다음에 가능하다. 물론 다른 변수 가령 경찰 수사 결과, 추가 징계 이런 게 이뤄지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4) 이준석은 전 대표인가 대표인가? 내 생각에는 전 대표이다. 비대위원장 직무(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를 정지시켰지 이준석의 지위 회복을 한 게 아니다. 이준석이 대표 권한을 되찾느냐는 본안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뭐 또 등등 있는데 왠지 지쳐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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