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033103.html?_fr=mt2
한겨레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사라고 봐야 하나? 국민국가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근대국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국민을 규정하고(중세에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그에 대한 통치 체제를 가진다는 점에서 국민-국가이다. 그러니까 소련이 무너지고 독립을 이뤘을때, 이미 개념상으로 우크라이나는 국민국가였던 거다. 우크라이나 내에 친러파 친서방파가 얼마나 있든, 분포가 어떻든 그것은 국민국가 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여론의 대결구도일 뿐이다.
국민국가가 이미 있는데 또 국민국가를 탄생시킨다는 건 무엇인가? 가령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들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푸틴에 맞서 우리의 정체성은 8세기 이후에 이미 확립돼있었다고 반론하는 것과 지금 국민국가가 탄생하고 있다는 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현대 정치에서 국민국가(nation state)의 일부가 ‘진정한 국민국가’를 호출하는 것은 배타적인 내셔널리즘 정치로 귀결되는 일이 많았다.
한겨레가 이런 기사를 쓴 것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엇비슷한 얘기를 하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그걸 공동체가 어떻게 소화할 거냐가 진정한 문제이다. 지금 거기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우리나라 일부가 기득권=친일=보수세력을 말하며 ‘진정한 독립’을 끝없이 얘기하는 거랑 비슷한 논법이다.
우크라이나의 친유럽 정치가 내셔널리즘이라는 거냐? 지금 시점에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고 본다. 젤렌스키가 지금은 ‘우크라이나인’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보이지만 처음 선출될 때는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진정한 국민국가론’은 그리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한겨레 기사를 많이 보지는 않겠으나, 관점을 점검해보는 것은 필요하다.
Comments are closed, but trackbacks and pingbacks are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