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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미륵불 말씀 해석

2024년 11월 11일 by 이상한 모자

어차피 쓰레기 같은 한국 정치 뉴스에 대해선 막 다니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온갖 얘기를 다 하니까 여기다가 쓸 말이 없다. 그런데 미륵불님이 건진법사를 얘기하는 녹취에 대해서는 오늘 충분히 얘기를 못했다. 미륵불이 이랬다는 거지?

[명태균 씨]
“건진법사가 공천 줬다더라. XX 미친 X이 어? 내 쫓아내려고. 공천 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건진법사가 공천 줬대.”

(…)

[명태균 씨]
“내가 여사하고 XX 대통령 녹음하고 없었으면 그거 어쩔 뻔했노. 나쁜 X이야 그 X. 알았어요. 하여튼 그거 하면 다 죽어”

(…)

[명태균 씨]
“나하고 약속 안 했나? 6선 될 때까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XX 같은 X이. 진짜. 지 그 알량한 욕심에 당선 딱 되더니 눈X이 딱 돌아가지고, XX 내한테 딱 태클 걸데.”

이 발언에 대한 강혜경 씨 해설은 다음과 같다.

☏ 진행자 > 그 다음에 또 하나의 녹취록이 어제 나온 게 올해 1월 3일에 이루어진 녹취인데 여기서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녹음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혹시 이 경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 강혜경 > 김영선 씨가 명태균 씨하고 약간 사이가 틀어지면서 공천은 당신이 준 게 아니라 건진법사가 줬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명태균 씨가 아니다. 녹취를 계속 들이민 거예요. 그 사람이 본인 공천 준 게 아니라 내가 공천 준 거다. 본인이 주장할 수 있는 그게 증거가 되는 거죠.

☏ 진행자 > 녹취를 누구한테 들이밀었다는 말씀이세요?

☏ 강혜경 > 김영선한테도 계속 그 녹취를 하면서 본인 공천을 내가 받아줬다. 딴 사람이 준 게 아니라 내가 열심히 대선을 도와서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고 김건희 여사도 그렇고 이 두 사람이 공천을 나의 선물, 선물로 본인에게 공천을 준 거다.

☏ 진행자 > 들이밀었다라는 그 녹취가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나눈 대화 녹취를 이야기하는 거죠.

☏ 강혜경 > 네, 맞습니다.

☏ 진행자 > 그 녹음 내용이 어떤 거였는지는 들으셨습니까?

☏ 강혜경 > 이번에 공개가 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해줘라 했던 부분하고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오빠 전화 왔죠, 그 녹취.

☏ 진행자 > 그 두 가지.

☏ 강혜경 > 네.

☏ 진행자 > 여기서 궁금한 게 올해 1월 3일이면 그 한 달 전인 작년 12월 중순에 경남선관위에서 고발 수사의뢰가 이루어지잖아요. 그러면 그 뒤가 되는 거 아닙니까?

☏ 강혜경 > 이 날이 보도가 됐었어요. 언론사에서.

☏ 진행자 > 고발 수사의뢰 됐다는 내용의 보도.

☏ 강혜경 > 네, 네. 보도가 됐었고 기자가 확인 전화를 저희 쪽에 계속 했었어요. 근데 저한테도 계속 전화 시도를 했었는데 저희가 이때 의정보고회를 할 때라 제가 바빠서 전화를 못 받고 다른 분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전화를 받고 기자 분하고 대응을 하셨어요. 이렇다, 사실은 이렇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 상황에 대해서 명태균 씨가 엄청 화를 많이 낸 거예요. 왜 기자한테 대응을 하냐. 그러면서 이 얘기가 이어갔던 거거든요. 그 통화했던 시점이.

☏ 진행자 > 근데 제가 질문 드린 요지는 이미 고발 내지 수사 의뢰가 이루어졌으면 오히려 김영선 전 의원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수순으로 갔어야 될 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김영선 공천을 해준 사람이라고 확인하는 어떤 주장을 한 거잖아요.

☏ 강혜경 > 확인하는 주장을 하면서 뒤에 그게 있어요. 다 적는다 했던 게, 명태균 씨의 뭐라 해야 되지. 심정이라고 해야 되나 엄청 복합적으로 돼 있는 게 내가 공천을 줬어, 그렇지만 검찰조사가 진행이 되면 다 죽어, 뒤에 다 죽어 이게 검찰조사가 진행이 될 거라 모든 게 수위로 올라오게 되면 다 이제 끝난다는.

☏ 진행자 > 그 뒷부분이 또 있습니까? 그러면.

☏ 강혜경 > 네, 네, 다 죽어라는 부분.

☏ 진행자 > 내가 김영선 공천을 해준 건데 이게 검찰조사 들어오고 수사가 되면 다 죽어, 맥락이 이렇게 되는 얘기다.

☏ 강혜경 > 그렇죠. 그렇죠. 검찰수사 이 부분은 없는데 그 상황에서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고발이 된다는 건 저희는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보도가 나가면서 공표가 돼 버리니까, 오픈이 돼버리니까 엄청 본인 나름대로도 걱정도 많이 되고.

☏ 진행자 > 그래서 맥락이 그렇게 되는 거다.

☏ 강혜경 > 네. 네.

http://imbbs.imbc.com/view.mbc?list_id=7252377&bid=focus03

굵게 표시한 진행자의 의문을 다들 가질 법 한데, 강혜경 씨의 해설로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 거 같다. 진행자 말대로 김영선 미륵불 서로 쌩까는 게 가장 좋은 전략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라 미륵불이 바득바득 건진법사가 아니고 내가 공천줬다 이 얘기 하는 거는, 미륵불이 생각하는 수사의 그림은 다르다고 본다는 거다. 선관위가 고발했으면 이거는 사건의 내용 자체에 대해선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러면 수사를 하느냐 마느냐, 혹은 하더라도 어디까지 할 거냐를 갖고 딜을 봐야 하는데, 그건 윤통과 여사님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즉, 미륵불 생각에는 이 시점엔 오히려 김영선 공천을 자기가 주선한 게 확실해야 검찰이 부담을 가지고 그 대목을 수사하지 않고 대충 덮어두고 갈 수 있다고 보는 거다. 그렇게 가야 되는데, 김영선이 자기 살자고 당선되자 마자 그렇게 떼낼려고 하더니 심지어 난 공천을 멩테규이가 아이고 건진한테 받었다 라고 하는 거다. 그러니 열을 받어 안 받어?

지금도 비슷한 전략으로 보이는데, 미륵불이 검찰 수사 받고 나와서 뭐라 그래. 강혜경 진술 신빙성은 탄핵하면서(JTBC 기자랑 말싸움 하는 것도 맥락을 보면 결국 그 얘기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거다, 윤통하고 김여사하고 대화든 김영선 추천이든 뭐든… 그러잖아. 이게 뭐냐면 어떤 관계나 시도 자체를 부정은 안 하는 거거든. 단지 거기에 위법성이 없다 이거지. 왜 이런 전략으로 갈까? 물론 법리적으로나 구속 여부로 보나 완전부정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윤통-김여사를 끼워 넣은 상태여야 검찰 부담이 늘어나니까 아니겠나. 윤통도 뭐라 그랬어? 나도 인재 추천했다…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랬지? 그럼 미륵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윤통도 추천했는데 왜 나는 하면 안 됩니까?

그러나 세상이 뭐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1트째든 2트째든 결국 깜빵 가신다고 본다. 일단 집어넣고 세미나를 하든 파티를 하든 해도 하는 거지, 이런 분을 밖에다 마냥 풀어 놓는 거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건진법사, 김영선, 명태균

기타와 음정

2024년 11월 11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나루님에게 기타를 배우러 갔다가 음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기본은 고딩 음악 시간에 배운 거지만 코드의 기초이기도 해서 이후에도 대충 알아놨었는데, 생각을 한 거 자체가 오래되다 보니까 가물가물하더라. 그래서 모처럼 기억을 되살려 정리를 해봄.

음정 따지는 거는 고딩 음악 시간에 요령을 배웠을 것이다. 일단 다장조 도에서 시작하는 거를 가정하여 이런 요령으로 익힌다.

완전음정 1 4 5 8
장음정 2 3 6 7

아래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한 칸 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가, 옆으로 한 칸 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가… 이런 느낌이다. 이 표의 쓸모는 각 음정에 반음이 몇 개 들어 있는지를 쉽게 따지기 위한 것이다. 가령 4도다, 그러면 이 표에서는 완전4도다. 근데 뭘 기준으로 완전 4도냐고 하면, 도에서 시작한 4도가 완전 4도다. 도, 레, 미, 파… 도에서 파까지가 완전4도인 것. 이때 도에서 파 사이엔 반음이 미하고 파 사이에 1개다. 그래서 완전4도에는 반음이 1개인 것.

여기서 또 외워야 할 게 반음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따라 음정의 이름이 달라진다는 거다. 이렇게 된다.

반음 2개 감소 반음 1개 감소 기준 반음 1개 증가 반음 2개 증가
겹(Doubly)감음정 감(Diminished)음정 완전(Perfect)음정 증(Augmented)음정 겹(Doubly)증음정
감(Diminished)음정 단(Minor)음정 장(Major)음정 증(Augmented)음정 겹(Doubly)증음정

이걸 갖고 응용을 한다. 가령 파에서 시라면? 파, 솔, 라, 시… 4도다. 도에서 시작했다면 완전4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파에서 시까지는 반음이 없다. 그래서 반음이 1개여야 하는 완전4도보다 반음이 1개 많아진다. 그러면 파에서 시는 증4도이다.

기타의 개방현 스탠다드 튜닝은 미, 라, 레, 솔, 시, 미이다. 각 현의 음정 차이를 따져보면 미에서 라는 미, 파, 솔, 라 4도인데 미하고 파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다. 라에서 레는 라, 시, 도, 레 역시 4도인데 역시 시하고 도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이다. 레에서 솔은 레, 미, 파, 솔 마찬가지로 미에서 파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이다. 솔에서 시는 솔, 라, 시 3도인데 반음이 없으므로 장3도이다. 시에서 미는 시, 도, 레, 미인데 시하고 도 사이에 반음이 1개이므로 완전4도이다.

즉 스탠다드 튜닝에서는 2번~3번 현 사이를 제외한 나머지 현은 이웃한 현과 완전4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게 왜 중요하냐면 코드의 원리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메이저 코드는 장3도-단3도의 구성이다. 가령 C메이저는 도, 미, 솔이다. 도에서 미는 장3도이고 미에서 솔은 단3도이다. 그러나 마이너 코드는 단3도-장3도의 구성이다. C마이너는 도, 미b, 솔이다. 도에서 미b은 단3도이다. 미b에서 솔까지는 장3도이다.

여기서 미b에서 솔까지가 장3도라는 점이 헛갈릴 수 있는데, 이렇게 따진다. 일단 미, 파, 솔을 따져본다. 3도다. 3도면 원래 뭐다? 장3도인데 도부터 시작했다면 반음이 0개다. 근데 미, 파, 솔은 미하고 파 사이에 반음이 1개다. 원래 0개여야 하는데 반음이 1개 있으니 전체 음정 길이는 반음만큼 짧아진다. 단3도다. 그런데 여기서 또 미가 미b이 된다면? 가령 미부터 솔까지 길이를 ‘미-파-파#-솔’ 이렇게 그려보자. 거기서 미에 플랫이 붙으면 ‘미b-미-파-파#-솔’ 이렇게 길어지는 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아래로 배치해보자.

미-파-파#-솔
미b-미-파-파#-솔

즉, 미b만큼의 반음이 더 길어진 것이지. 그러면 아까 미, 파, 솔이 단3도였는데 다시 미에 플랫이 붙어서 길이가 길어졌지? 단3도에서 길어지면 장3도지. 그래서 미b, 파, 솔은 장3도이다. 마이너코드는? 단3도-장3도 구성이다. 이것을 기타 운지법으로 보면 6번줄에 근음이 있는 하이코드 폼에서 가운뎃 손가락을 떼는 자세가 되는 거다. 가운뎃 손가락을 떼면 정확히 반음 즉 한 프렛 아래에 있는 바레로 잡고 있는데로 음이 내려가게 되므로…

뭐 이런 얘기고… 오늘 나루님이 트라이톤(tritone)을 언급하였는데, 이건 잘 몰랐던 개념이다. 증4도 혹은 감5도 관계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을 일컫는 말로 가령 파와 시라면 파-솔, 솔-라, 라-시… 이렇게 3개의 온음 관계가 포함되어 있어 ‘트라이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과거 서구인들은 이 불협화음을 너무나 무서워 하여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고.

근데 여기서 갑자기 생각나는 거. ‘증4도 혹은 감5도’라고 했지? 이런 걸 이명동음음정이라 한다. 가령 도-파#이라고 해보자. 이건 증4도 관계이다. 그런데 파#은 솔b이라고 쓸 수도 있겠지. 그런데 도-솔b은 감5도지. 그렇다면 증4도는 곧 감5도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럼 어디서 어떤 걸 써야 하는가? 그건 맥락에 따라 달라요…. 가령 앞서 마이너 코드 얘기했지? 마이너 코드는 정의가 단3도-장3도 잖아. 그러면 도-미b-솔이라고 써야지, 도-레#-솔이라고 써서 증2도-증4도 관계를 만들면 안 됨.

나루님이랑 얘기한 거, 나루님이 가르쳐준 거, 그냥 내가 기억해낸 거 다 합쳐서 적어 놓음. 이 모든 얘기와 생각은 나루님이 “6번줄과 5번줄 사이는 4도”라고 했는데 내가 “파, 시”라고 한 데서 시작됐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기타, 음정, 화성

미국 대선 단평

2024년 11월 7일 by 이상한 모자

기득권을 위협받는 백인의 분노, 백래쉬, 소수자에 대한 공격, 자본 기업가 투자자들의 욕망… 이거는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거다. 당선된 게 트럼프인데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건 따로 말씀 안 드리고.

민주당과 주류 매체들이 트럼프 심판 선거로 많이 묘사를 했는데, 평론가 언어로 말하면 트럼프 심판 선거가 아니고 바이든 심판 선거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는 느낌이다. 바이든 심판 선거를 트럼프 심판 선거로 엎어치기 하는 게 해리스 측의 거의 유일한 전략이었으나 ‘넌 바이든의 부통령이잖아’란 도돌이표에 결국 다 무력화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구체적인 분석은 국내 언론이 미국 언론을 종합해서 기사를 많이 썼는데, 일단 조선일보를 보자.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막대한 부양책 이후 미국에 닥친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민주당의 무능 탓이라고 돌리는 전략을 폈다. 팍팍해진 민생을 돕겠다며 식당 종업원 등 서비스 노동자와 중산층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다급해진 해리스가 이후 비슷한 공약을 발표했지만 트럼프는 ‘어설픈 아류’ ‘짝퉁’이라며 이를 역공의 수단으로 썼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폭증하는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사상 최대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내세운 것도 백인은 물론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낀 라틴계, 흑인 등 중도층들의 호응을 골고루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밀어붙여온 친환경 정책도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전기차 확대 정책을 추진하자 트럼프는 이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며 러스트벨트의 노동자 표심을 공략했다. 중국에 대한 비하 수준의 적대적 발언 등은 ‘이들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4/11/07/6UOEZVVPNFBUNHR7HCXUYKUOA4/

해리스는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여성 생식권(임신·출산·낙태 등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 문제를 중점 부각하고, 민주당의 전통적 취약층인 백인 여성들의 표심을 파고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외교·안보·경제 등 주요 현안에서 전임 바이든 정부와 어떻게 차별화할지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통령으로 재임하는 4년 동안 국정 이인자로서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고물가 등 경제난과 남부 국경 지역 불법 이민자 문제 등 바이든 행정부의 약점에 대한 ‘연대 책임론’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양상이었다. 선거 기간 트럼프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동네 주민들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극단적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이민자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국경 정책의 책임자는 해리스”라고 공격했다. 이 같은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대통령’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서도 해리스의 ‘유리천장 깨기’ 도전을 가로막았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전날이었던 4일 “트럼프가 이긴다면 (2016년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여성 후보를 두 번 이긴 셈이 된다”며 “미국인들이 아직 대통령 집무실에 여성이 앉아 있는 장면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4/11/07/6YSVHTSSJVCKBAKMMBY5QWZTP4/

동아일보는 경합주에 대한 좀 더 디테일한 얘기를 종합했다.

특히 민주당 측은 당초 석권을 예상했던 러스트벨트 3개 주의 패배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해리스 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최대 운송 노조 ‘팀스터스’, 국제소방관협회(IAFF) 등 주요 노조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백인 남성이 대부분인 노조원들이 비백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보다 백인 남성인 트럼프 당선인을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꼈고, 그의 강력한 고율관세 정책과 불법 이민 규제에 호응했다는 평이다.

(…)

미 노동부가 미 전역을 9개 경제권으로 나눠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9월 펜실베이니아주가 속한 중부·대서양 경제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보다 3.4% 올랐다. 미 전체(2.4%)보다 1%포인트 높다.

(…)

또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2019년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인 ‘프래킹(Fracking)’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올 8월 “허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 또한 비판한다.

7개 경합주 중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먼저 승리를 확정한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올 9월 말∼지난달 초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했다. 200명 이상이 숨지고 300만 가구 이상이 정전, 단수 등을 겪어 주민 불만이 고조됐다. 조지아주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강조한 낙태권 의제에 불만을 보인 유권자가 많았다고 NBC방송이 진단했다.

(…)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자 그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무슬림 유권자가 이번 대선에서 대거 공화당 쪽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레바논계 무슬림이 많은 미시간주 주요 도시 디어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눌렀다.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이 68.8%를 득표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고작 29.9%만 얻은 곳이지만 4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디어본을 포함해 아랍계 주민이 많은 디어본하이츠, 햄트랙 등 3개 도시의 민주당 소속 현직 시장은 주민 반발을 우려해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역시 4년 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긴 애리조나주는 불법 이민에 대한 주민 반발이 큰 곳이다.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첫해인 2021년에만 10만 명 이상이 애리조나주를 통해 국경 밀입국을 시도했다. 2020년(약 8000명)의 1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2년 기준 애리조나주의 불법 이민자 비율 또한 3.5%로 미 전국 평균보다 0.2%포인트 높았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41107/130378381/2

한겨레는 진보지답게(?) 트럼프 캠페인의 기만적 성격을 함께 짚어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때 급증한 멕시코 국경 월경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는 해리스가 한때 이민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관해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하는 역할을 맡은 것을 놓고 ‘국경 차르’라는 별명을 붙이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트럼프는 또 2016·2020년 대선 때처럼 불안 심리와 외국인 혐오를 적극 조장하는 유세로 백인들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결집시켰다. 그는 미등록 이주자들은 습관적으로 “살인자”, “성폭행범”, “마약 밀매자”, “해충”이라고 불렀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남의 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해리스가 허리케인 구호에 쓸 돈을 미등록 이민자들을 위해 빼돌렸다는 거짓말도 했다. 취임하면 군대를 동원해 미등록 이민자 대량 추방에 나서겠다는 공약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올해 초 국경 통제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법안을 공화당 의원들을 움직여 부결시킨 바 있다. 통제 강화로 월경자가 줄면 자신이 선거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이성적 판단 대신 트럼프의 거짓말과 과장이 섞인 선동이 더 잘 통했다. 결국 유권자들의 귀를 잡아끈 것은 트럼프였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66213.html

이런 스토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바는, 목전의 과제가 ‘민주주의냐 아니냐’라기 보다는 ‘어떤 민주주의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바마 이전까지 미국 선거에서 역사의 진보라든가 어떤 디테일한 가치를 담은 담론으로 승부를 본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 같다. 가령 최근의 진보적 담론과 과거의 인민주의적 접근은 다른 거 아니겠나.

문제는, 늘 말씀드리는 거지만 오늘날까지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가 하루에 정치와 사회, 공동체에 대해 한 5분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모두 한 표를 행사하는 체제라는 거다. 그런 사람들은 진보쓰 못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래도 하루에 1시간은 생각할 수 있는 분들에게만 투표권을 주자(진짜로 이렇게 주장한 게 아니고 제 식으로 비틀어서 설명드리는 것)는 식의 말씀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구상이 아니고. 저 같은 녀석들은 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지금의 이 민주주의가 하루에 세상에 대해 5분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15분, 50분, 5시간…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그러한 처지가 되어야 한다는, 그러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오히려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니냐…

윤통의 담화인지 기자회견인지를 기다리며 잠시 적었다. 힘들 내시고…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미국, 민주주의, 트럼프,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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