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라는 사람들 일상을 봐도 진보적이지 않은 생활 태도는 어김없이 드러난다. ‘배우자 등처먹고 사는 활동가’라는 전형은 어떤가? 50대 남성 활동가가 사는 집에 가서 한 일주일 쯤 같이 지내봐라. 이런 사람이 무슨 진보를 논하나 싶은 장면이 여럿 나올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일반인보다 낮기야 하겠지만.
그러나 현실 정치라는 건 어떤가? 이런 사람들이 진보적 정치를 지지하고 진보적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어찌됐건 세상은 진보적이 되어가고, 이런 존재조차도 변해가거나 도태되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1) 어떤 개인들이 얼만큼 진보적이다 2) 어떤 사람들이 진보정당에 투표한다 3) 어떤 사람들이 진보정치로 조직 혹은 동원된다… 라는 것은 같은 의미로 쓰일 수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여러 번 얘기하지만 극우도 마찬가지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서구를 봐라. 서구의 극우정치는 그렇게 잘 분석하는 분들이 자기나라 얘기는 왜 기본적인 ABC도 못 맞추나. 정치학자라는 분이 엊그제 신문에 쓴 글 보고 든 생각이다. 그 뿐만이 아니고 이런 류의 글을 잊을 만하면 어디든 간에 올려대는 일군의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다.
답답하니까 빨리 책을 내야한다 라는 생각을 하지만, 손을 안 대고 방치한 지가 오래되었다. 어찌어찌 정리하면서 구제책을 찾는 중인데, 오늘은 출판사 사장님을 만났다. 상반기에는 바쁘다고 하신다. 그래도 연내에는 될 것 같다. 어차피 선거 전에 안 된다면 천천히 가자. 안 팔리더라도 할 수 없다. 이외에 작년에 거든 다른 공저가 좀 있으면 아마 나온다. 나오나? 내가 듣기엔 그렇다.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원고를 넘긴지 열 달은 된 것 같은데, 이것도 참 기이한 일이다. 그리고… 좀 가벼운 걸 또 쓸 것이다. 뉴스 매일 보는 사람이 아닌,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대의명분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뭔가 끊임없이 뭔가를 쓴 작업을 한 것 같은 사람이 된다. 성과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뿌듯함이 있다.
최근 라클라우의 작업을 흝어 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뭘 하듯, 난 몰랐는데 내가 하여간 포퓰리즘 얘기에 있어서는 이미 라클라우주의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분은 이걸 이미 20여년 전에 다 정리했다. 이 책이 올해 초에 번역된 이유가 다 있구나, 생각했다. 이 얘기를 접목하여 작년에 쓴 얘기를 손질하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판매량에 있어서는 늦어진 게 별로 좋지 않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오히려 늦어진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느낀 것. 대가는 책을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구만. 물론 실제 아무렇게나 쓰지는 않았다.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러나 내가 만약에 책을 이렇게 쓰면 미친놈이라고 할 것이다. 저번에 편집자님이 얘기해 준 바, 내가 옛날에 쓴 책의 리뷰에 어떤 놈이 ‘못 배운 티가 난다’고 썼다고 한다. 난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반응이지만, 그러나 자꾸 떠오른다. 배운 놈만 책 쓰라는 법이 있나? 그러면 평생 못 쓴다. 또, 배웠다면 어디까지 배워야 하나? 저자 되기에 자격은 뭐가 필요한가? 대학 졸업장? 석사? 박사? 네 주제에 맞는 얘기나 써라 이건가?
근데 라클라우 책에 보면 말이다. 자기들끼리도 못 배운 티가 나네 마네 싸우더라고. 지젝에 대한 반론이 끝에 나오던데, 쟁점은 이런 거지. 라클라우가 포스트막시스트다 이거잖아? 당신 개념대로 하면 최종심급이 경제가 아니고 계급갈등이 근본 모순도 아니지 않느냐! 라고 지젝이 그러는 건데, 거기에 대해 라클라우가 넌 내가 하는 얘기를 좌파연하느라 일부러 못 알아먹은 척 하고 있구나! 라면서 근데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진정한 투쟁’은 어디있냐? 화성인이라도 기다리는 거니? 라고 하는 뭐 그런 논쟁이다. 그러니까 ‘대가’들도 이런 논쟁이나 하고 있었던 거지.
뭐 이런 논쟁도 배부른 얘기이겠습니다만… AI와 주식투자와 유튜브의 시대에… 아무튼 그리하여 돌고돌아 올해는 또 어떤 방향이든 이런 쪽으로 힘을 내보기로 했다는 말씀. 밥 먹고 좀 있다가 일본 드라마 본 이야기도 남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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