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가 이전에 쓴 일도 있는데, 남한의 진보쓰와 더블민주당 내의 일부 입장에선 북한이 두 국가 얘기할 때 얼른 두 국가론으로 갈아타는 게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대북문제, 이거는 질곡이다. 저 같은 인간한테도 뭔 얘기를 하든 다 주사파냐 민족을 버려라 이 지랄하니 기회가 왔을 때 ‘따로 사는 것도 방법이다’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현실의 대북정책에서 보면 북한이 민족 및 통일 공세를 펼 때 이렇게 포지션을 잡기는 어렵다는 거다. 이게 민족주의 내에서 일종의 정당성 경쟁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이 두 국가 얘기 할 때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문통이나 임종석 씨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여튼 그런 점도 있다는 것인데,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보수의 반응이다. 분명히 지난 정권 때에는 이제 우리 젊은 세대가 통일 담론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시대착오적 민족주의 캠페인 따위는 집어 치우라는 훈계를 많이 했다. 시대착오적인 이유를 ‘주사파인 것’에서 찾기도 했다. 난 웃기다고 생각해서 그 얘기를 책에도 쓰고 했다. 뭔 주사파냐. 주사파여서가 아니고, 뭔가 써먹을 만한 얘기가 될 거 같아서 그런 거지…. 2017년에 미사일 쏘면서 신문에다가 ‘꼭 무력시위라고 써주세요’ 라고 한 게 문정권이여…. 지금 한민족이 어디있어?
그러던 사람들이 북한이 슬슬 저런 태도로 돌아설 거 같으니까 바로 ‘통일선점론’으로 태도를 싹 바꾸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등을 필두로 북한이 두 국가 얘기하는 지금이 기회다! 통일담론을 완전히 우리 걸로 가져오자! 우리만의 통일담론을 만들자! 이러기 시작한 거다. 어이 언제는 시대착오적이래매!
그러니까 이 분들의 포지션이라는 거는, 김정은이 민족 말하고 통일 말하면 ‘너랑 나랑 왜 한민족이냐!’이러는 거고, 김정은이 ‘우린 적대적 두 국가’라고 하면 ‘우린 한민족! 통일! 민족적 정통성은 우리 것!’이라고 하는 거다. 이게 완전 제가 책에 쓴 반대의 정치 그 자체지. 같은 원리로, 임종석은 뭐라고 말하든 무조건 종북이야. 통일하자고 해도 종북, 통일 얘기 그만하자고 해도 종북….
지금 우편투표가 한창일텐데, 고이즈미의 하락세가 역력하다. 아래는 기사 내용 일부를 번역.
전화 조사에서 자민당 당원 및 당우라고 응답한 사람들에게 총재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었을 때, 이시바 씨가 31%로 1위, 타카이치 씨가 28%로 2위, 고이즈미 씨가 14%로 3위였다. 응답자 중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은 6%였다.
이 결과를 당원 및 당우 표로 환산하면, 총 368표 중 이시바 씨가 약 121표, 타카이치 씨가 약 110표, 고이즈미 씨가 약 54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같은 368표의 국회의원 표에서는 고이즈미 씨가 50대 중반의 표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시바 씨는 40표 약간 못 미치고, 타카이치 씨는 30표를 넘는 표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중 45명 정도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원 및 당우 표와 국회의원 표를 합산하면 이시바 씨가 약 22%인 160표를 확보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2위인 타카이치 씨는 140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고이즈미 씨는 110표 정도로 뒤따르는 양상이다.
(참고로, NNN 당원·당우 조사의 인용에서는 소수점 처리 등으로 인해 기사 내의 수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조사가 막바지에 진행되고 있으며, 우편 투표의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려하여, 해당 조사에서 미응답자는 모수에서 제외하여 처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결정”은 0으로 계산되었습니다.)
앞으로 돌아가 닛테레의 기사 내용을 좀 더 보면, 토론이 거듭되며 고이즈미의 ‘개혁’ 의제가 ‘개혁’ 담론으로서 별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 대목.
한편,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의 도입에 대해 찬반을 묻자, 찬성 30%, 반대 35%, 어느 쪽도 아니다 34%로 나타났다.
기업이 경영 부진 등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요건, 즉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찬성 25%, 반대 29%, 어느 쪽도 아니다 45%로 응답했다.
부부별성, 해고 규제 완화 모두 고이즈미가 언급한 것들인데, 모두 찬성이 높지 않고 유보층이 많다. 반면 조사 결과로 보면 당원층이 생각하는 개혁의제는 비자금 문제인 게 명확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대목에 대해서 당선가능성 높은 후보가 목소리를 강하게 내긴 어렵다. 이런 태도는 고이즈미도 마찬가지다. 즉, 토론이 거듭되는 과정에 명확한 ‘개혁’ 후보로 인식되지 않으면서 기존의 ‘펀쿨섹’ 이미지만 강화된 게 이런 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것.
오히려 다카이치 사나에가 기업의 유보금 현황을 공개해 임금 인상 등에 제대로 투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해 극우 유권자층이 술렁이기도…. 아래 기사.
뭐 지지층이 ‘사나에 씨가 공부가 안 된 대목은 다소 거친 부분도 있다’며 해프닝으로 치고 넘어가긴 했지만, 그럴리가? 재미있는 건 이 계층이 또 고이즈미가 주장한 노동유연성 강화 등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강하다는 거다. SNS 등에서 아버지 고이즈미 대에 재무대신을 했던 다케나카 헤이조 등이 배후에 있다는 등의 언급을 하며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밀어 붙여 서민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반응하기도…. 아베노믹스와는 다르다는 거겠지.
이대로 가면 역시 간을 보고 있는 아소 다로가 움직여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가 되는 그림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현역 의원 중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은 그룹에서의 고이즈미 지지 가능성이 있어 여전히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그렇더라도 역대의 ‘개혁 후보’는 당원의 여론을 업고 현역의 벽을 넘었지, 현역의 여론을 업고 당원의 여론을 진압한 적이 없다. 시대가 변했다고 할 것인지 아들 고이즈미가 실패했다(총재가 되더라도 말이다)고 할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렇다는 것.
월요일에 요미우리가 1면에 여론조사 결과를 딱 실었다. 그 이전에 닛테레의 여론조사도 있었고, 다음날인가에 교도통신의 여론조사 발표가 있었는데 다 비슷한 흐름이다. 당원투표가 다카이치 사나에, 고이즈미 신지로, 이시바 시게루의 3강 구도일 거라는 거다. 그런데 여기선 재밌게도 고이즈미가 처진다. 의원투표에서는 확실히 고이즈미가 앞서갈 걸로 예상된다. 부동표가 많이 남아있지만….
이번주 들어 일본의 평론가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추천자 및 지지 표명 등 의원들 움직임과 당원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합산해서 결과를 예상하고 있는데 위의 여론조사 결과와 대략 일치한다. 그런 방식으로 정리한 게 요미우리의 월요일자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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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같으면, 그러니까 고이즈미네 아빠가 개혁 담론으로 밀어 붙이던 시절 같으면 지방표와 도시표의 분산을 얘기했을 거다. 개혁에 관심있는 도시 당원들이 개혁을 표방하는 후보에 표를 주고 이익분점에 관심있는 지방 당원들이 그런 후보에게 표를 준다는 도식이다. 이시바 시게루가 지방표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분석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다. 고이즈미는 일부의 예상? 또는 우려대로 토론 과정에서 역시 좀 깬다는 평가가 있는 거 같은데(하나마나한 얘기를 자꾸 한다), 의원들의 평가는 아직은 괜찮은 거 같다.
관심거리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저력이다. 다카이치 사나에의 경우 의외로 의원표가 쏠리지 않는다. 추천인 명단에 대한 평가를 보면 ‘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모으기 힘들었기 때문에 추천인으로 명기해서 도움될 게 없는 인사(가령 정치자금 문제가 있는 인사)도 포함됐다는 거다. 아베파의 다른 현역들 같은 경우 다카이치보다는 고바호크를 밀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보도도 있고 했다. 실제 위 그래프에도 보면 고바호크를 지지하는 현역이 상당수다. 산케이가 은근히 고바호크의 편을 드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메인스트림이 지지하지 않는 다카이치의 저력은 어디서 왔는가?
SNS 등의 열성 당원들 논의를 보면 실체를 조금 알 수 있다. 내용을 잘 보면 한국의 ‘강성 지지층’이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식이다. 이시바는 배신자고 자민당 내에도 매국인사가 많으며 야당은 중국 스파이들이고 산케이, 요미우리 이외에는 거의 좌익 신문이다 등등(교도통신의 여론조사는 지들한테 유리하게 나왔지만 성향이 성향이니만큼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몰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판이다)…. 이걸 그냥 극우라고 평가하고 말 게 아닌 게(극우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 단순한 분석으로 끝낼 게 아니란 뜻), 과거에는 도시표로 분류될만한 흐름이 당원민주주의와 SNS의 교차점을 지나면서 자체적인 동력을 갖게 된 거라고 봐야 하지 않나? 개혁이 관저 주도 정치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과 폐쇄적인 자기들끼리만의 소통으로 귀결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다소 주류에 기댈 데가 모자란 다카이치이다 보니 리플렛을 보낸 게 문제(선거 규정 위반)가 되는 모양이다. SNS의 일본 정덕들이 이시바도 보냈다, 또다른 누구도 보냈다 등등 얘기하다가 그것과 이건 경우가 다르다(후보 본인이 직접 지역구 외에 보낸 경우)는 반론에 부딪치자 이제는 다카이치 사나에를 주저 앉히는 건 중국의 음모에 놀아나는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개막장 상황에도 어떻게든 다카이치 사나에가 결선에 진출만 하면,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와 1대 1로 붙을 수만 있으면, 절대로 이시바를 선택할 수 없는 아소 다로가 다카이치의 손을 들어줘 게임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게 이들의 기대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들은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가 돼야 하는 여러 이유를 나열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여성 총리 탄생의 당위라든가 이런 것도 있다. 기시다 내각이 LGBT 이해증진법을 통과시킨 게 매국이고 일본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면서도 여성 총리의 탄생은 역사적 사건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뭐가 됐든 득이 되면 장땡이다.
정작 여성 현역들은 기시다파인 가미카와 요코로 좀 쏠려있는 게 아닐까 한다. 아소파인 이마이 에리코(스피드 출신의 그 에리코다)가 추천인으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이마이 에리코는 번촌정책연구소, 이른바 구 미키파 소속이었으나 여기가 아소 다로에게 통합을 당하면서 지금은 아소파가 돼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으로는 마찬가지로 기시다파인 하야시 요시마사의 황당한 시원시원함이랄까. 타이완 유사시에 어떻게 할 거냐 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법적 범위를 넘는 수단까지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한 후 그러고 나서 총리를 사임하면 된다고 했다. 윤손뇨루 다이토료가 기시다랑 왜 그런 양해각서 체결을 말했는지 약간 감이 오지 않는지?
하여간 이 자민당 총재선이라는 게, 파벌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조건(물론 결선투표에서의 처신은 파벌이 좌우할 것이다)이 결국 누가 아베 신조 같아 보이느냐로 귀결되는 느낌도 있다는 것. 저의 저쪽이 싫은 책의 내용과 함께 한 번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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