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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작품 감상

페르소나 시리즈에 대해 쓴 글

2024년 8월 8일 by 이상한 모자

그러고보니, 페르소나 시리즈에 대해 글을 썼었다. 아래의 내용이다.

<페르소나 3>는 서사 구조만 놓고 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류로 볼만하다. (…)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방영된 시기는 1995년 말에서 1996년 초까지다. <페르소나 3>는 2006년에 출시되었다. 이 10년의 간극에도 불구 <페르소나 3>는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걸 스토리를 중심에 놓고 평가한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같은 작품의 성공은 버블붕괴로 인한 사회적 혼란 및 이와 맞물린 비관주의의 확산과 떼어 놓고 평할 수 없다. (…) <페르소나 3>가 나온 2006년의 상황은 1990년대의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되는 국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일상의 평화에 젖어 오히려 종말을 바라는 인류, 이대로 세상의 종말을 평화롭게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종말을 막기 위해 싸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건 시선에 비유한다면 ‘돌아보는 시선’이다. 분명 어떤 점에서는 나름의 진정성이 있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자신의 문제라는 절박함은 상대적으로 희박한 것이다.

(…)

<페르소나 3>에 투영된 것이 지나간 것에 대한 ‘돌아보는 시선’이라면, <페르소나 4>는 ‘자신의 발 밑을 내려다보는 시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시선이 보는 세계는 지극히 개인화 되어 있다. (…) <페르소나 4>는 2008년 7월에 출시됐는데 시기적으로 3편의 출시일과(2006년 7월)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즉, <페르소나 4>는 3편과 동시대성을 공유하며 동전의 앞뒷면을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현재 시점에 비관주의가 득세했던 과거를 모사하며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게 <페르소나 3>, 과거를 뒤로 하고 눈 앞의 이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게 <페르소나 4>다.

(…)

그런데, <페르소나 3>으로부터 꼭 10년이 지나 나온 <페르소나 5>에 이르러서는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된다. <페르소나 5>는 3편이나 4편처럼 현재에 안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애쓴 티가 역력하다.

(…)

오늘날의 상황은 또다시 변화되었다. 아베 신조의 장기 집권은 더 이상 없다. 현재의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아베 신조와 같은 강압적이고 일극지향적인 이미지를 갖지는 않는다. 지지율은 저조하지만 원내에서의 정치적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일본 사회의 우향우는 지속되고 있지만 안보법제 폐지 투쟁 때와 같은 격렬한 반대 운동은 없다. 밖의 상황은 심상찮지만 적어도 일본 내의 분위기를 보면 당분간은 이러한 어딘가 불안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

바로 그러한 때에, 과거 그러한 시기를 ‘돌아보는 시선’으로 기억한 <페르소나 3>가 <페르소나 3 리로드>로 되돌아왔다. <페르소나 3 리로드>는 <페르소나 3>를 거의 그대로 현대에 되풀이 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페르소나 5>의 혁명은 실패했고, 우리는 그 이전으로 뒷걸음질쳐 온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현 시대에 맞는 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과거의 유산을 활용하려는 것인가?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d702545e-f49a-461c-b0bd-c928d786746b

무슨 얘기를 한 건지 자세히 알고 싶으면 링크를 클릭하시고…

Posted in: 작품 감상, 잡감 Tagged: 페르소나

솔루션스의 새 앨범

2024년 7월 1일 by 이상한 모자

솔루션스의 새 앨범이 나왔다는데…

https://music.apple.com/us/album/n-a/1753697857

릴리즈 되기 직전에 나선생을 집에 모셔다 놓고 둘이 음감회를 한 일이 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일단 힘을 싣는 노래는 1번 트랙 N/A인 거 같다. 뮤비도 그걸로 나왔다는데… 일본 드라마 주제곡 같은 느낌이라고 말씀드렸다. 이 앨범에서 N/A, DNCM, Star Synth는 팝… 옛날 말로 가요의 느낌이 강하다. Superstition은 서태지 솔로 1집 같다. 그거 퍼런거 그거…

내 기준에서 가장 솔루션스다운 곡은 ATENA이다. 제목과 지기직지직 하는 기타 주법(palm mute)이 잘 어울린다. 나선생은 Fireworxx에 애착이 있는 듯 말했다. 기타로 시도해볼 수 있는 건 나름 다 해보지 않았나 하고 말했다. 나는 80년대의 느낌이 난다고 답했다. 80년대 노래 같다는 게 아니고, 곡의 이런 저런 요소가 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멜로디와 주요 아이디어의 결합이 패미컴 게임 배경음악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 두 곡은 무엇보다도 듣고 있으면 공연 현장의 느낌이 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공연장에 가면 이런 모습으로 공연을 하겠구나 라는 게 그려진달까. ATHENA의 좀 쓸데없이 긴 outro, Fireworxx의 후반부 열정적인(?) 기타 솔로잉 같은 것. 현장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대목이다. 나는 락밴드의 노래라면 딱 들었을 때 그런 기대가 생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날씨도 더운데 가끔 시원한 탄산수라도 한 병 마시면서 들어보시라.

Posted in: 작품 감상, 잡감 Tagged: N/A, 솔루션스

용과 같이 8

2024년 2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대망의 엔딩을 보았는데, 눈물이…

이 게임은 전반적으로 좀 엉망이다. 하려는 얘기는 알겠는데,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 원전마피아 스토리는 용기있다. 대한민국이었으면 윤석열한테 혼나는 스토리… 근데 늘 그렇듯 스토리텔링에 문제가 있다. 잘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이 시리즈는 원래 B급이다. 렌탈 비디오 같은 거다. 근데 제로와 리메이크작인 극, 극2의 흥행에 힘입어 7편서부터는 메이저를 지향한다고 봤는데, 8에서 다시 B급으로 뒷걸음질 친 느낌이다.

그럼에도 하려는 얘기를 알겠다는 건 이런 거다. 야쿠자도 그렇고 방사성폐기물도 그렇고 본질적으로는 체제의 부산물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 핵발전소는 체제에 대한 완벽한 비유다. 핵발전소의 존재를 통해 문명은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사람들은 이게 지속가능한 닫힌 계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고 그런 설명은 폐기물과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 등을 외면한 결과일 뿐이다. 그 ‘외면’이라는 행위가 체제의 일부이다. 외면이 없으면 체제는 유지되지 않는다.

야쿠자도 그런 존재였던 때가 있었는데, 어디나 그렇듯 공권력이 강화되고 체제가 변화하면서 이제는 그 역할이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그 과도기에 등장한 게임이다. 주인공은 야쿠자가 아닌 신분이지만 게임은 결국 야쿠자 얘기고 키류횽님은 야쿠자 얘기의 주인공이다. 6편까지가 그랬다. 6편을 보라. 전형적인 야쿠자 얘기다.

그러나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언제까지 비현실적인 야쿠자 얘기를 할 것인가? 그래서 7편서부터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 거다. 카스가녀석은 똑같이 야쿠자 출신이지만 좀 멀리서 보면 비주류가 모인 주인공 집단의 한 명에 불과하다. 비주류 모임의 다수는 일본, 중국, 한국계의 폭력단 출신이지만 캬바걸, 노숙자, 퇴직 경찰도 포함된다. 주인공 그룹이 이렇게 재정의되면 큰 줄기가 되는 스토리도 단순한 야쿠자 얘기가 아니라 사회적 비주류의 얘기로 확장될 가능성이 생긴다. 7편은 야쿠자 얘기가 전반적 비주류 얘기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 정도의 역할로 보였고 그걸 잘 해냈다고 생각됐다. 그러니 이제 8부터는 새로운 용과 같이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였다. 가령 앞의 그 ‘외면’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야쿠자 뿐은 아니잖나. 그런 존재들의 얘기를 잘 찝어내면 흥행과 의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 물론 세세하게 얘기하면 확장된 얘기가 없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7편의 취지를 다시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다. 야쿠자 얘기를 못 끝낸 거지. 미련이 남은 거다. 그게 세계시장 때문이든 뭐든… (가령, 세계시장을 겨냥한다면 하면 야쿠자, 닌자, 사무라이 등 같은 소재를 빼고 갈 수 있겠는가.) 8편이 무슨 얘긴지 알겠는데,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야쿠자 얘기를 확실히 끝내기 위해 키류횽님이 야쿠자-예수로서 이 원죄를 (또다시!) 대속하셔야 할 처지가 되신 거고, 그래서 8편의 핵심은 하와이나 카스가타치가 아니고 바로 이 키류횽님의 대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런데, 바로 그 점에 있어서 시리즈를 오래 붙들고 있었던 사람으로선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마음이랄까, 그렇다는 것이다… 나 같은 라이트 유저라면 2016년에 제로나 극을 한글화 된 버전으로 접하면서 이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만 따져도 8년차 아니겠나. 그런데 실제로 1편이 발매된 것은 2005년이었기 때문에 용과 같이 월드는 거의 20년 가까이 게임 속 존재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근데 이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나 그런 시리즈처럼 공간을 막 옮겨 다니지 않는다. 결국은 돌고 돌아 카무로쵸고 나오던 사람들이 계속 나온다. 저 같은 사람들은 8년간 20년의 역사를 압축체험한 것인데, 어쨌든간에 이러나 저러나 20년의 역사다. 게임 속 기준으로 시간을 따진다면 어떨까? 제로의 시점이 1988년이니까 거의 40년…… 키류횽님 40년 인생과 카무로쵸의 역사를, 뭐 말은 안 되지만 하여간 체험해 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키류횽님이 말년이 되어 돌아보면서 후일담을 확인해 나간다고 하면, 코끝이 찡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리고 이것은 전에도 쓴 것처럼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영화나 드라마였으면 후일담으로만 이렇게 긴 시간을 채울 수가 없지. 하다못해 식당 메뉴 대화지만… 라면 먹는데 그릇에 키류 카즈마라고 써있는 걸 보고 동명이인이라고 우기다가 옆에 다나카 신지라고 나오니까 바로 그 키류 카즈마는 내 이름 맞다고 하는 장면…(신지와의 추억인데… 부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낙향해 두부를 팔다 카무로쵸로 돌아온… 더 늙어 버린 포케사화이타… 더 늙었는데도 여전히 맛이 가있는 마지마노아니키… 마지막에 더 수척해진 키류횽님… 엇갈리긴 했지만 문병하러 온 모자… 시리즈를 죽 해온 사람들이라면 역시 진정할 수 없는 장면 아니겠나.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거였다 이 말이야 이거는.

아무튼 그런 생각을 했고… 근데 이놈들아 키류횽님 살려내라. 카시와기횽님도 살아있는데 키류횽님 그게 아니면 이제 그만 만들든지. 용과 같이 그만 만들어라. 그만 만들어! 이제 충분하잖아! 더 쓰고 싶은 얘기도 있지만 지금 시간이 없네.

Posted in: 작품 감상, 잡감 Tagged: 용과 같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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