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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2030

경제적 여건보다 담론이 문제라고 말한 이유

2025년 1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내가 윤석열의 계엄 개지랄 이후에 무슨 유튜브 방송에서 한 세 번 쯤 말한 게, 2030 남성의 보수화에는 경제적 여건 등이 아니고 담론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라는 거다. 이 얘기를 하게 된 이유, 건너편에 앉은 분이 서구의 극우포퓰리즘 얘기하면서 불평등이 극우화를 추동한다 이 말씀하셔서… 우리는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이 얘기 한 거지.

엊그제 경향신문에서 쓴 인터뷰 기사 보면 이렇게 나오잖아.

-남성이 스스로 피해자라고 여기는 ‘피해자 남성성’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면.

“데이터 4개 세트를 썼다. 데이터 4개는 2015년, 2018년, 2020년, 2023년 다른 시점에 측정됐는데 결론은 모두 같았다. 너무 신기하게도 교육수준이나 임금 수준,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인지, 실업상태인지는 남성이 스스로를 피해자화하는 수준과 별 상관성이 없었다. 오히려 중요한 변수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현재 나의 사회적 지위의 차이였다. 부모가 현재 내 나이였을 때보다 지금 나의 위치가 더 낮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남자가 더 차별받는다는 취지의 인식을 더 강하게 지지했다.”

-이른바 ‘지위 하락’을 느끼는 남성들 사이에서 조금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었나.

“옛날에 특별히 조금 더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중상층 이상에서 ‘나의 지위가 부모보다 더 낮아졌다’고 대답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남성이 더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대로 부모의 사회적 지위도 높았는데, 나의 사회적 지위도 변함없이 높거나 혹은 부모보다 더 지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오히려 ‘남성이 더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에 동조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

-두 논문의 결론은 ‘지위 하락’을 느끼는 남성들에게서 성차별적 인식이나 남성을 피해자화하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제시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지위 하락’은 실제 ‘지위 하락’보단 주관적 인식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의 연구들은 실제 이동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청년들의 주관식 인식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노력하고 인풋을 넣어도 돌아오는 결과값이 예전 부모세대가 손에 쥐었던 것과는 다르다.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제대로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회의가 더 커진 것 같다.”

-‘지위 하락’ 인식과 최근에 사회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의 부상과도 연결이 되는지 궁금하다.

“한국을 비롯해 다수의 전 세계 연구 결과는 사회의 이동성 감소나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이 극우 정치인을 지지하는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241813001/

여기서도 나오지만, ‘지위 하락’은 주관적 인식이라는 것. 부모 세대(대체적으로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지위가 하락했다거나 그럴 거라고(경쟁 심화) 느낀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우화를 추동한다는 건 내가 알기로는 서구권에서도 많이 하는 얘기거든? 그런데 이 연구는 다시 말하지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한 것임. 이 주관적 인식은 사실인가에 대해 연구 과정에서 참고한 게 있을 텐데, 그 대목에 대해 “한국의 연구들은 실제 이동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고 하는 거지. 이거는 일전에 미국 교수가 자기 블로그에 쓴 얘기와도 일맥상통함. 한국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과 달리 실제 지위의 대물림이 심화됐느냐는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 이 ‘주관적 인식’은 어디서 온 거냐? 엄빠한테 혼나서 그런 거냐? 그런 것도 있겠지. 근데 거기서부터는 경제적인 어떤 조건의 문제라기 보다는 담론 문제니까, 그건 일단 미뤄두고. 경제적인 조건부터 짚어보자. 2030 남성의 보수화 이유로 또 하나로 들 수 있는 가설이, 어찌됐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일자리-지위-임금 경쟁이 심화돼서 그런다는 거거든? 어렸을 때부터 비교당해왔는데 말야, 크니까 취업 과정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이런 설명방식 있잖아. 그래서 그런 현실로부터 느낀 공포감 때문에 ‘이러다 내가 엄빠보다 못살게 되는 거 아닐까?’라는 데로 귀인 오류를 저지르게 된 것이냐? 이런 거지.

근데 실제 그런가? 미국 교수 블로그를 보자.

임금상승률의 성별 격차가 <한계 일자리>나 <적당한 일자리>에서는 9%에 달하지만, <좋은 일자리>에서는 4.5%로 줄어들고, 추가로 1-2차 연도 사이의 일자리 변동, 결혼, 직무 변동 등을 통제하면 성별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바뀐다. 다시 말해, 대기업의 괜찮은 일자리에서는 성별 임금증가율 차이가 크지 않고, 그 작은 격차도 직무 변동이나 승진 등에 의해서 설명된다. 하지만 그 이하 일자리에서는 어떤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상당히 큰 성별 임금증가율 격차가 있다.

동일 일자리에서 성별 임금 격차와 기회 격차가 없다는 주장은 여성 중 상위 10%만이 차지하는 <좋은 일자리>의 스토리를 전체로 일반화한 오류다. 인사부가 크고, 임금과 인사조치가 규정화된 대기업에서의 성별 차이가 작지만, 여성 임노동자의 90%가 경험하는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다른 방식의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데 바로 승진 기회의 차이다.  <한계 일자리>보다 <좋은 일자리>에서 여성의 승진 확률이 남성보다 더 크게 낮다 (성별 격차 5%p vs 8%p). 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여성은 남성보다 승진 때문에 일자리를 바꾸는 확률이 높다는거다. 승진에 뒤쳐지는 현실에 짜증이 나서 설사 임금이 그렇게 높아지지 않더라도 승진이 되는 일자리로 바꾼다. 이런 경향은 여성은 남성보다 한 조직에 충성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이 있다는거다. <한계 일자리>에 있다보니 임금 상승을 위해서, 승진이 안되다보니 승진을 위해서, 여성은 남성보다 일자리를 더 높은 확률도 바꿀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 남성은 일자리 변동의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다. 일자리를 바꿀 때 남성은 임금이 평균 20% 정도 높아지는데, 여성은 10% 정도만 높아진다.

또 다른 발견 중 하나는 결혼의 효과다. 남성은 결혼이 임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 여성의 결혼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같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임금이 하락하는건 아니고, 여성의 결혼 후 임금 하락은 일자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동일 일자리에서는 남여 모두 결혼이 임금에 끼치는 영향이 없다. 그런데 결혼 후 일자리를 바꾼 사람 중 남성은 임금 변동이 유의하지 않은데, 여성은 임금이 16% 낮아진다. 이러한 변동이 자의에 의한 self-selection인지 구조적인 압력이 있는건지는 이 연구가 밝히지는 못한다. 그리고 결혼이 여성에게 끼치는 이런 부정적 영향은 <한계 일자리>에서 상당히 크고, <좋은 일자리>에서는 미미하다.

결론은 클라우디어 골딘이 얘기한 성별 임금 격차는 차별보다는 커리어와 가족 간의 선택의 문제가 되어 성별 격차의 <마지막 챕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일부 국가에 한정된 얘기지 한국의 현실이 아니라는거다. 논문에서는 길게 얘기했는데, 미국, 유럽의 연구에서 일자리가 동일할 때 성별 임금 상승률 격차가 거의 없다는 연구들이 있다. 한국은 이러한 <마지막 챕터>에 들어서지 않았다. 한국의 대졸 청년 여성 노동자는 노동시장 진입 당시 일자리 할당에서, 노동시장 진입 후 임금 상승률에서 이 중의 차별을 겪고 있다.

https://sovidence.tistory.com/1282

아니래잖아… 그러니까, 왜, 도대체 어디서 뭘 경험을 하셨길래, 그런 ‘주관적 인식’을 갖게 되신 거냐고. 그러니까 저 같은 놈들은 그러면 이거는 다른 경제적인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담론의 문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임. 2030 남성 중 일부가 공유하는 어떤 담론의 물적 토대가 있고, 그걸 기반으로 뭔가가 공유-재생산 되고 있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글 써야 되는데… 작업을 시작하기를 끝없이 유예하면서… 이런 얘기를 계속 블로그에다가 끼적이는 것이다…

추가. 불평등의 피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하위계층이 아닌 중산층이 보수화의 동력을 제공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미국 교수의 아래 포스팅을 참고.

https://sovidence.tistory.com/1148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2030,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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