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겸손해야
이번 주에 몇 개 남지도 않은 방송 프로에 나가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한 과학자들의 코멘트에 대해 계속해서 말한 바 있다. 과학은 겸손해야 한다… 근데 길게 말할 시간이 없어서 아마 코웃음 친 녀석들이 많을 거 같다.
이런 얘기다. 칼 포퍼 형님이라구 있다. 포퍼 형님이 그랬다. 과학이란 무엇이냐? 그것은 반증가능성이다… 반증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이 형님이 이 정권이 좋아하는 자유민주주의 뭐 그런 거예요. 열린사회와 그 적들 알지? 과학의 조건으로 반증가능성을 얘기하는 것도 마륵스주의를 까기 위한 목적이 있는 거지. 마륵스주의는 결정론이고 반증가능성을 열어놓지 않는다, 무조건 모든 걸 마륵스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런 논리다.
과학과 반증가능성이라는 거는 뭐냐, 어떤 이론이 있다고 치자. 반증이 제출이 돼요. 이 이론으로 설명을 할 수 없는 게 등장해. 그러면 처음에는 이론을 조금 수정한다. 미봉적인 그러니까 ad hoc인 것이지. 그런데 이런 사례가 계속 쌓이고 쌓이면 더 이상 이 이론으로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됨. 그러면 더 설명력이 강한 이론으로 교체되는 것이지. 그래서 포퍼 형님이 볼 때는 과학이라는 거는 그러한 반증에 부딪치면서 계속해서 변화되어 나가는 것이거든. 그러면서 과학은 발전한다, 역사도 발전한다, 세상은 진보한다… 이게 포퍼 형님의 개념이야.
가령 방사능, 처음에 어땠냐? 마리 퀴리, 그러니까 퀴리부인이 라듐을 막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피폭이란 개념을 몰랐거든. 그때는 과학자들이 라듐 이거 안전하다고 그랬어. 나중에 어떻게 됐냐? 강이나 바다에다가 오폐수 막 버리던 시절도 있지? 지금 그렇게 합니까? 수은은 어떠냐? 석면은? 반증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통해서 과학이 발전하고 그게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도움을 주게 된 사례 아니겠나?
물론 포퍼 형님이 사실 과학자는 아니지. 그럼 여기서 과학자 출신이 한 얘길 보자고. 과학혁명의 구조 알지? 토마스 쿤? 이 형님은 전공이 물리학이다. 과학자다 이거디. 과학혁명의 구조란 책의 핵심은 과학 이론이 패러다임으로 이뤄져있다는 거다. 앞에 포퍼 개념으로 보면 A패러다임으로 현실을 설명하다가 여러 반증이 부딪쳐 한계에 도달하면 B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쉬프트가 일어난다는 거지. 근데 포퍼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뭐냐면, A패러다임과 B패러다임 사이엔 통약이 불가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가령 A패러다임이 반증주의적으로 발전한 버전이 B패러다임이라면, B패러다임이 A패러다임을 포괄하는 개념이어야 할 거고 그러면 양자는 통약가능해야겠지. 근데 그렇지 않다는 것. 과학의 발전이라는 게 그렇게 엄격한 반증주의 포퍼 모델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상대주의자냐는 비난도 많이 받고 했음. 포퍼와 쿤의 개념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한 여러 노력들도 있는데, 임레 라카토슈라든가, 근데 그 얘기 다 할 건 아니고…
하여간 핵심은 어제의 결과를 부정당할 각오와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과학다운 태도가 아니라는 것임. 가장 과학자다운 태도는 보통은 문제에 대해 ‘모른다’고 하는 거다. 과학자가 모른다고 해야 한다는 그게 무슨 말!? 이게 이해가 안되면 인기 유튜버 궤도 영상을 봐라.
교수라고 하는 분들 얘기하는 거 봐라. 지금 기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하다, 이런 주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10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마시겠다, 괴담이다… 이런 태도는 앞서의 설명에 비추자면 오만한 거 아니냐? 100년 후에 우리가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될지를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오늘의 과학은 안전을 장담할 수 있지만, 국가의 통치라는 것은 그 100년 후의 변수까지 고려하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니, 후쿠시마 오염수 걱정은 당연한 거 아니냐? 바보 취급할 일이 전혀 아니다.
더군다나, 과학자라고 다 똑같은 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 티머시 무쏘 이 분도 다녀갔잖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8444
강연의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탈핵신문에 나오는데, DDT의 사례도 예로 들고 있다.
https://www.nonukes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0449
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니까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하다 아니다 라는 식으로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국가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선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말할 수 있지. 그게 자유민주주의 아니냐? 반일죽창가 중국버전도 이제 그만 좀 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