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면 이웃과 힘을 합치는 게 당연?
이재명 씨가 얘기하는,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거냐? 냉정하게 얘기해 이거 사실 현실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왜? 이미 자위대는 본질적으로 군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러면 또 평화헌법 어쩌구 하면서 저한테 아는 척 하려고 하실텐데, 지난 번에도 여기 썼다. 헌법에 자위대 근거 넣자고 하는 거 그거는 그냥 마침표일 뿐이다. 적극적 평화주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안보법제 등으로 이미 사실상 끝난 거나 다름없다. 자위대라는 이름의 군대가 생기는 효과이다. 90년대 PKO법안 처리 때처럼 입씨름 할 담론적 여력이 이미 없다.
오늘 동명이인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불이 났습니다. 그러면 불을 끄기 위해서 이웃이 힘을 합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가장 동북아에 직면한 위협입니다. 그 위협을 위해서 이웃 국가와 힘을 합친다는 건 전혀 이상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위대의 헌법적 지위는 일본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지적은 1차원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군사대국화가 공식화되는 것 자체는 주변국으로서 우려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차원에서 주류 정치에서 논할 만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만한 게 바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다.
이런 상황에 ‘불난 이웃’ 비유, 의도한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궁금하다. 아베 신조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사실상의 해석 개헌을 강행하며 즐겨 사용한 바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거짓말 같냐? 사진도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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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아베 신조이다? 이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다는 맥락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거다. 나아가서는, 자민당 정권이 마지막 페이즈로 간주하는 듯한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서도 현실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겠지, 물론. 그러니까 이 대목의 본질을 물어야 한다는 거다. 과거 한국을 침략한 일본의 군대로서 자위대를 인정하느냐, 이게 아니라 지금 현 시점에 동아시아 각국의 순차적인 군비증강과 무력행사로의 쏠림을 인정하고 정당화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이 중요하다는 거다. 뒤에 걸개 그림에만 평화라고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