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가석방은 윤석열의 자기부정인가
가령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말 특별사면 때 남은 형기 7년의 절반을 감형받는 특혜를 누렸다. 이로써 그는 전체 형기의 60% 이상을 복역해야 한다는 가석방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엔 기다렸다는 듯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원 전 원장을 조기에 풀어주기 위해 복역 기간을 계산해 미리 감형 수순을 밟았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더구나 원 전 원장처럼 ‘전과 3범’인 경우 지난 10년 동안 가석방 허가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특혜에 특혜가 겹친 ‘황제 가석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다른 사람도 아닌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이뤄진다는 게 더욱 어이가 없다. 윤 대통령이 대중적 명성을 얻게 된 건 ‘댓글 공작’ 수사에서부터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원 전 원장의 불법 정치공작 단죄를 이끌어내 오늘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 한 장관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원 전 원장 수사를 지휘했다. 이제 와 원 전 원장을 서둘러 풀어주는 건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사 때와 정의의 기준이 달라졌느냐’는 비아냥을 들어 마땅하다. 권력을 잡은 뒤 이렇게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보면 진실로 법치 실현을 위해 수사를 했던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워진다.
이렇게 보는 게 정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삐딱하게 봐야 한다. 나는 검사 출신들의 기준이나 태도가 달라졌다기 보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본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거다. 안 달라졌기에 이렇게 되는 거다.
일전에도 여기에 썼는데 기소라는 게 뭐 복잡한 사건에서 늘 그렇지만, 엘리트 특수부 검사들이 맡는 대형 사건들은 더 그런 성향이 두드러지는데, 문제라고 하면 문제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그런 요소를 이들이 어떻게 다루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나 회장님들이 대놓고 법을 어기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정말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를 다룰 때에는 나름대로 법적 검토를 다 할 것 아닌가. 좀 구린 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해도 한다는 거다. 특수부 검사의 능력은 이 구멍을 막고 이쪽을 걸고 저쪽을 제끼고 여론에 호소하여 이게 죄라는 것을 얼마나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 때의 수사와 기소는 사건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할 수 없이 편의적 임의적 성격이 커질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엘리트 특수부 검사의 시각에서 보면 원세훈이 합계 징역 14년 얼마의 옥살이를 치르게 된 것은 법을 위반한 대가라기 보다는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기소 내용이 달랐으면 14년이 아니라 4년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결단해서 옥살이를 하게 된 사람이니 그것을 면하는 것도 절차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내가 결정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이나 장관의 내면이 혹시라도 이런 것이라면 과거 부정이라기 보다는 여전한 오만과 독선일 것이다. 그냥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그러한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