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망론
얼룩소라는 서비스를 이용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글을 올려봤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서비스다. 글을 쓰고 읽으려면 돈을 내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인기있는 글을 쓰면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 인기가 있는 글을 써야되나?? 내 사전에 그런 건 없다… 그럼 돈 내고 쓸 이유가?? 뭐 여튼 좀 이상한 글도 괜찮으니 올려달래서 올리고 있다.
거기다가 오늘은 진보의 슬픔에 대하여 썼는데, 오늘날의 진보는 ‘낡은 위선’이 되었다. 그래서 ‘낡은’을 붙들고 일편단심 버티고 버텨 ‘위선’을 극복하거나(버니 샌더스 옹), ‘낡은’을 버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해 ‘위선’을 향한 의구심을 희석시키거나(포데모스 등등등등)… 그런 게 필요한 건데…
글 올리고 나서 갑자기 떠오른 게 얼마 전 김선생님과의 대화였다. 김선생님이 그랬다. 백종원이 대통령 해야 되지 않을까요? 나는 좌파답게 말하였다. 자본가는 안 됩니다! 근데 그렇게 진지한 대화는 아니었고, 어차피 자본가든 뭐든 기득권이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사는 한 ‘착한 사람'(김선생님 표현)이 되는 걸 바라는 것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잖느냐… 뭐 그런 얘기였는데… 김선생님을 이해하려면 3대 키워드를 알아야 돼요. 1)직관주의 2)온정주의 3)맹동주의 … 요 3대 키워드로 이루어진 분이기 때문에, 그 연장에서 우리가 백종원 대망론을 이해를 해야 되고…
근데 그런 건 있어. 보면 백종원이 항상 뭔가 좋아보이는 걸 하잖아. 골목식당을 해서 자영업자들을 도와준다던지, 자기 회사에 초보 자영업자들 모아놓고 강의를 한다든지, 유튜브로 지방 구석에 있는 식당에 찾아간다든지, 요새는 무슨 예산에 아예 백종원표 시장을 맨든다고 하대…
보통 진보가 이런 거 하잖아? 그럼 앞서 ‘위선’ 프레임에 걸려. 백종원은? 아니지. 진보도 아니고 돈많고 힘있는 사장님이니까 그 프레임을 벗어날 수가 있는 건데, 뭐 그 얘기를 하자는 거는 상투적인 느낌이지. 이거 말고 내가 좀 주목한 거는 백종원의 설명 방식이야. 백종원이 자기가 그런 ‘선행’을 베푸는 당위를 상투적으로 설명 안 하거든. 그러니까 그런 식이지. 이걸 해야 우리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 여기다가 우리가 직접 시장을 맨들어야 장사에 도움이 된다… 앞에 골목식당 이런 거도 다 마찬가지였어. 옛날에 여기다가도 한 번 쓴거 같은데, 그런 논리를 대더라고.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시장장악력을 지금보다 늘려야 채소 등의 장기대량구매가 가능하고, 그게 가능해야 안정적 가격에 채소를 공급받을 수 있고, 그렇게 하면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고…
진보가 늙기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위선’ 타령과 싸우려면 이런 게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 전자제품 좋아하잖아 내가. 지금 아이폰이 집에 3개씩 있어요. 전에 쓰던 것들이지. 걔들이 다 충전돼있는 상태야. 방전되면 왠지 마음이 아프더라고. 얘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냐. 돌아보면 거의 전쟁터였다고. 새거 샀다고 푸대접하기가 좀… 근데 지진이 났는데 막 다 같이 울려버려… 어휴… 그럴수가 있나? 어떻게 된 거지? 꿈이었나?
갑자기 샜는데, 그 전자제품 회사들이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제품 내놓고 자기들 비전 자랑하고 이런다고. 그것만 주욱 따라가도 아 이 회사가 앞으로는 뭘 할 거고 뭐에 주목하겠구나 이런 게 보여. 진보가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그런 통합적인 전망과 계획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그런 걸 보면서 하기도 했는데… 정당과 단체의 격과 지위와 수준에 얽매이지 않고… 다들 나와서 발표하고, 토론하고 뭐 그러는 거지.
그러면 대략 진보가 뭘 해야 하고, 앞으로 뭘 할 거고 하는 로드맵이 잡히고, 그걸 위해서 도움이 되는 어떤 행위들을 한다는 기준이 생기고, 그걸 갖고 진보가 당위만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착수하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그냥 차카게 살자는 게 아닙니다 라는 설명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생각을 한 거였는데…
현실: 실무 기획 단계에서 그 실무 기획 단계를 논의하는 방식에 운동권들끼리 합의가 안돼서 깨져버림… … …
바로 이것이 이 얘기를 얼룩소가 아니라 여기다가 올리는 이유입니다. 백종원 대망론은 어디갔냐고? 백종원이 대망이 되든 대망을 하든 대~~망해버리든 내가 무슨 상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