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보장돼야 하나 내가 볼 때 너는 인간이 아니다
오늘 이동관씨가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돼서도 안 된다”,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을 언론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이나 진실이 아니라 (일방의) 주장을 대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관지, 영어로는 ‘오건'(organ)이라 한다”
즉,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언론이 아닌 것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대한민국 언론에는 언론이 아닌 것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언론이 아닌 것’을 정하는 건 누구다? 이게 요즘 전형적인 21세기형 극우포퓰리스트들의 문법이예요… 길게 설명하기도 귀찮아 이제.
오늘 대통령이 여러 말씀 하셨는데, 주옥 같다. 순살아파트 그거는 다 전 정권 때 만들었어요… 도대체 전 정권 얘기를 안 하면 한 마디도 못하는 건지 원…
“학생 인권을 이유로 해서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방치하는 것은 인권을 이유로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법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규칙 위반 학생을 누가 방치했습니까… 학부모 악성 민원과 모든 걸 교사에 떠넘기는 무책임, 이상한 아동학대법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폭염에 거리로 뛰쳐나와 지금 그렇게 목놓아 얘기를 하는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냐… 근데 이게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세계관이다.
학생 인권=진보교육감=민주당 VS 학생 응징=교권=바로 나
범죄자 인권=민변=검수완박 VS 범죄자 응징=검찰=바로 나
가짜 평화 타령=공산주의=주사파 VS 한미일 핵동맹=자유민주주의=바로 나
탈원전=괴담=문재인 VS 원전=과학=바로 나
성의있게 뭘 쓰기도 싫다.
말이 나왔으니, ‘나만과학’들 중에 정범진씨라고 있지? 윤캠프 출신이고 나꼼수 주진우를 라이브로다가 혼내줬다든가, 남이 얘기하는 건 다 괴담이고 미신이고 지들이 얘기하는 거는 다 과학이라고 하는. 근데 과연 그럴까? 지난 주엔가 라돈침대 얘기를 쓴 SBS 글 첨부한다. 내가 이 계기가 된 조선일보 글도 보고 다 봤거든. 진짜 괴담 유포 세력은 누구냐? 함 자세히 들여다봐라. 일단 아래는 문제의 조선일보 글 일부.
탈원전 정권에서 라돈 침대는 설 땅이 없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20년 신문 기고에서 “침대 회사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봤고 국민은 근거 없는 공포에 시달렸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과학을 믿지 않고 원자력에 대한 편견을 극대화하려는 소수의 정략적 판단이 이런 코미디를 낳았다”고 했다.
(…)
나는 머지않아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수입되고 오염수도 라돈 침대처럼 잊힐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판단할 만한 과학적 지식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정치인과 과학자 중 한쪽을 믿어야 할 때 서슴없이 과학자를 택할 뿐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07/11/RZJGXURGVRDQDGSTPELA7DK4E4/
이제 이 글의 반론격 되는 SBS 글. 일부만 발췌하지만 전문을 다 보시라.
굳이 말하자면 기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신뢰하는 쪽이다. 라돈 침대 이슈를 취재하면서 방사능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당 칼럼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괴담을 비판하기 위해 괴담을 생산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
라돈 침대는 탈원전 정책 탓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가 검찰이 라돈 침대 회사 대표를 불기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검찰 수사의 쟁점은 회사 대표의 고의성 여부였지 라돈이 몸에 나쁘냐 마냐가 아니었다.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고, 1992년 라돈핵종의 인체 피폭 위험도를 평가한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는 IAEA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을 평가한 바로 그 IAEA 말이다. 라돈이 인체에 나쁘다는 건 이미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지 검찰 수사로 가릴 일이 처음부터 아니었다. 담배회사 임직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폐암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 아닌 건 아니듯 말이다.
이 글에는 기자가 당시 정범진씨 글에다가 반론을 한 글도 링크가 돼있는데, 글에 들어있는 것이지만 그것도 함 봐라.
한편으로는 결국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고 싶었던 게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탈원전 정책 기조로 관련 산업은 쪼그라들고 전공자들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저도 익히 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도 많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대 사건을 탈원전 정책과 엮어 ‘정략적, 정무적’이라 말씀하시는 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탈원전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중간 과정의 사실관계를 아예 무시하거나 곡해하셨기 때문입니다.
(…)
여담이지만, 칼럼을 기고하신 그 신문도 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재작년 한참 라돈 침대 사태로 시끄러울 때 해당 신문은 ‘별 문제 없는데 난리를 쳐서 애꿎은 업체만 망하게 생겼다’라고 악의적 보도를 했다가 원안위가 결과를 정정하고 파장이 커지자 급히 기사 제목과 문장을 수정하고 사실상 꼬리를 내렸습니다. ‘외부 기고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지만, 이제 와서 팩트체크조차 하지 않고 칼럼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싶기도 합니다.
아, 한마디 보태면 올해 초 검찰의 불기소 결정 이후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했습니다. 물론 칼럼이 실린 신문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치셨을 수 있겠습니다만,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는 말씀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불기소 후 석 달이나 지난 시점에 이런 칼럼이 나왔을까 고민해봤습니다만, 저희 뉴스를 시청하시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BS뉴스는 올해 초 메인 뉴스에서 리포트 2개에 걸쳐 5분 가까이 해당 이슈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아 그런데 SBS 기자로 하여금 “딱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칼럼을 기고하신 그 신문”은 어딜까? 본문에도 링크 돼있지만, 말할 필요가 있는가? ‘나만과학’의 선두주자 조선일보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6/2020040603911.html
이게 다 뭐하는 거냐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