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이야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지만 뭇 대중으로부터 칭찬받는 종편 방송사에서 출연 요청을 받은 일은 전에도 있었다. 정중히 거절해왔다. 그게 어디든 종편은 태생이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복했다. 그래서 낮에 가끔 나가게 되었다.
오늘의 여러 주제 중에는 재난지원금 얘기가 있었다. 이거 왜 이렇게 된 거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 패널 중 한 분은 기획재정부가 야당과 원래 친하지 않느냐고 했다. 기획재정부-정치론의 연장선인 주장이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본다. 나는 정부 입장에선 나라살림을 걱정할 수 있으나 재난지원금의 긴급성과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책에 들어간 재정규모(적다는 거다)로 볼 때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민의를 모아 이례적인 재정지출을 요구하고 결정할 수 있고,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패널 두 분은 정부와 여당이 입장을 정리할 일이지 왜 야당을 탓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나는 각자 논리에 일리가 있지만 그건 국회의 논리일 뿐이고 국민 입장에선 시급한 문제이니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말미에 한 패널 분이 대통령이 결자해지 하란 취지의 얘길 했고 내일 나갈 한겨레 사설도 그런 얘기가 있다. 그것도 일리는 있는 말이라고 본다.
그런데 어쨌든 상황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애초에 70% 기준은 청와대가(그러니까 대통령이) 정부와의 협의 끝에 결정한 것이다. 그때와 지금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여러 악화된 지표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그 시점에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국회에 추경예산이 제출된 시점에서 대통령이 “다시 생각해보니 100% 지급이 맞겠다”고 하기 어렵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왜 70%라고 하고 그럽니까 100%로 바꿔주세요 이러기도 어렵다. 어쨌든 추경안이 제출된 이후에 공은 국회로 넘어온 것이고, 정부가 중간에 계산을 다시 해오더라도 그것은 어쨌거나 국회의 논의고 본질적으로는 결국 여야가 합의할 문제이다. 이걸 여당 야당 정부의 세 주체의 문제로 해설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첫째, 관료는 왜 70% 지급을 주장하는가? 그게 이런 저런 수치와 이런 저런… 하여간 관료 논리의 관성이 포괄할 수 있는 한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100% 지급은 어쨌거나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세금으로 다시 회수하면 된다는 주장 등등 다 마찬가지다. 구체적 논리에 대해선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신재민 문제를 다시 떠올려보라. 그게 공무원들 분위기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책임지겠다며 책임 소재의 문제를 없애야 이 복지부동을 돌파할 수 있다.
둘째, 청와대는 애초에 왜 관료 논리에 굴복했는가? 정권 말기에 가까워질 수록 관료에 대한 통제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정권 초기에조차 김동연 같은 사람이 소득주도성장이란 여섯 글자를 말을 안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정권 말기에 관료와 원수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도 이해찬 정도나 되니까 홍남기 해임건의 얘기도 그냥 한 번 질러볼 수 있는 거다. 그러느니 적정선에서 받아주는 게 답일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대통령이 의지가 있었으면 부담을 감수하고 할 수 있었을 거다. 대통령의 의중에 영향을 미치는 참모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 경우 “대통령님, 이번엔 할 수 없습니다. 질러야 합니다”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내 생각엔 김상조 씨다. 여기서 나는 말을 줄이고…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