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기억
오늘은 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책에 대해 생각을 했다. 책이든 글이든 한 번에 죽 이어서 쓰는 편이다. 중간에 뭘 고치고 바꾸는 것은 경험상 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것이 결과가 좋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여러 얘기를 썼지만, 남에게 내 생각을 뭘 얼마나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가령 최근에는 이런 글을 쓰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이 글을 어떤 생각으로, 어떤 문제의식으로, 등장하는 용어 하나하나를 어떤 고려를 해서 쓴 것인지 납득을 할까?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288.html
이런 짧은 글도 전달이 어려운데, 원고지 몇백장 씩 되는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내가 쓴 얘기는 그 자체가 좀 복잡하다. 줄여도 늘려도 큰일이다. 어쩔까 하다가 끝내 결론을 못 내렸다. 개념의 이름을 발명해보자는 의견, 주변 사람들에게 일단 보여줘 보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 연락을 돌려볼까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금요일에 김변호사 방송에 가서 천주교에 대해 얘기를 잠깐 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말한 대목에 오류가 있었다. 이런 얘기였다. 군대에 갔을 때 성당에 가서 세례를 받았는데, 세례명을 써내라기에 프란치스코라고 썼다. 그렇게 적힌 쪽지를 갖고 나중에 동네 성당에 가면 정식으로 성도로 받아준다는 거였는데, 결국 성당에 가지는 않았다는 얘기. 그런데 그 당시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른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 그 때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전이었다. 이러면 내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얘기는 완전 소설이 된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했는가. 아마 프란치스코회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라고 썼는데, 이후에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해서 왠지 의기양양해졌던, 그래서 주변에 그 쪽지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과시를 했던 그런 기억이 아닌가 했다. 이게 오래된 일이다 보니 기억이 단순화 되고 왜곡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옛날에 알았던 얘기를 쓰다보면 이런 식으로 틀린 얘기가 많아지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나이가 들면 책 쓰기도, 뭘 새로 배우는 것도, 심지어 배워 놓은 것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더 나이든 분들이 듣기에는 주제 넘은 얘기겠지만 시간이 별로 없는 거 같다는 조바심이 왠지 생긴다. 이전에는 책을 쓴다고 할 때에는 일단 뭔가 후루룩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단 그렇게 하긴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왠지 많다. 앞으로는… 하여간 그럴 일이 더 많을 것 같다.